상단영역

본문영역

미 시카고 경찰, 흑인 2명 또 사살했다

ⓒAP

백인 경찰이 흑인 10대 용의자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공권력 남용 논란에 휩싸인 미국 시카고 경찰이 또다시 2명의 흑인을 사살했다. 희생자 중 1명은 실수로 총에 맞은 무고한 시민이었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은 26일(현지시간) 새벽 시카고 웨스트사이드에서 흑인 남녀 2명이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19세 남자 대학생인 킨토니오 르그리어와, 같은 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55세 여성 베티 존스인 것으로 확인됐다. 르그리어는 오전 4시25분에, 존스는 오전 5시14분에 각기 다른 병원에서 숨졌다.

경관들이 "전투적인 상황에 처해있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뒤 오전 4시25분께 총격이 발생했다고 경찰당국은 밝혔다.

경찰당국은 총격을 가한 경찰관의 인종과 근무 경력, 지위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

숨진 르그리어의 아버지인 안토니오 르그리어 씨는 시카고 선타임스에 "총격사건이 나기 전에 아들을 크리스마스 가족 모임에 초대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며 "이후 새벽 집에 돌아온 아들은 불안해보였다"고 말했다.

아버지 르그리어 씨는 아들이 "나를 위협하지 말라"고 외치며 침실문을 부수려고 해 이를 제지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이후 아래층에 사는 존스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약간 흥분했으니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문을 열지 말라"고 말했고 전화를 받은 존스는 "아들이 야구 방망이를 들고 밖에 서 있다"고 답했다고 르그리어 씨는 전했다.

르그리어 씨는 경찰이 도착했을 때 존스가 "워워"하고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으며, 이후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중에 총소리를 들었고 아들과 존스가 1층 현관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위탁 가정에서 자라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존스의 다섯 자녀 중 한 명인 딸 라티샤 존스도 선타임스에 총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며 문쪽으로 걸어가서 그녀의 어머니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시카고 경찰은 성명을 내고 "55세 여성 희생자는 실수로 총에 맞아 비극적으로 사망했다"며 "유족과 지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건 당시 현장 상황을 보여주는 동영상과 경찰의 과실 여부 등이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경찰이 과도하게 공권력을 집행했을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흑인 라쿠안 맥도널드(17)가 백인 경관으로부터 16발의 총을 맞고 사망한 사건 현장 동영상에 이어 유치장 구타, 등 뒤 사살 등 다른 사건의 동영상도 잇따라 공개돼 시카고 경찰의 공권력 남용 논란이 확산하는 상황이다.

맥도널드는 작년 10월 시카고 남부 트럭터미널에서 소형 칼을 이용해 차량 절도를 시도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여러 경찰 중 한 명인 제이슨 반 다이크로부터 무려 16차례 총을 맞고 숨졌다.

이 사건은 묻힐 뻔 했다가 지역 독립 언론인의 제소로 법원이 동영상 공개를 명령하면서 극적 반전을 맞았다.

검찰은 시카고 시 당국의 동영상 공개를 불과 수 시간 앞두고 반 다이크 경관을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시카고 시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자신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게리 맥카티 경찰청장을 전격 경질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경찰 자료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올 한 해 미국 경찰이 약 1천 명의 시민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흑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경찰에 의해 사살된 비무장 시민의 40%를 차지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공권력 남용 #사회 #시카고경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