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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대표 사진가 '펜티 사말라티'의 전시가 열린다

솔롭키, 백해, 러시아, 1992, 펜티 사말라티. 공근혜갤러리
솔롭키, 백해, 러시아, 1992, 펜티 사말라티. 공근혜갤러리 ⓒ공근혜갤러리

핀란드 사진작가 펜티 사말라티(1950~)의 사진전 ‘여기 그리고 저 멀리’가 2016년 1월20일부터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에 있는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린다. 2월28일까지. 스칸디나비아를 대표하는 사진가 중 한명인 펜티 사말라티의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는 최초다.

펜티 사말라티는 이번 한국 전시에서 70여 작품을 선보인다. 사말라티는 어린 시절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단 한번도 남의 손을 빌려 인화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스스로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장인임을 자처하는 사말라티는 또한 사진 인화를 크게 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철학은 독특하여 현대 미술시장에서 사진작품의 크기가 갈수록 대형화되는 추세인 것과는 달리 25×30㎝밖에 되지 않는 작은 크기만 고집하고 있다. 또한 작품 판매 가격도 150만~250만원 사이로 정했다. 펜티 사말라티는 에디션 번호(제한된 수량만 인화한다는 번호)도 붙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공근혜 관장은 “사말라티가 에디션을 붙이지 않지만 인화를 몇 장 하지도 않고 수시로 여행을 다니기 때문에 작품 인화를 남발하는 작가는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작품세계가 신비스럽다. 동물이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데 특히 개가 자주 주인공 노릇을 한다. 사람도 가끔 보이지만 사진을 거듭해서 보다 보니 사람인지 개인지 말인지 오리인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개가 사람으로 보이고 물 밖으로 눈을 내민 개구리가 사람으로 보인다. 당연히 사람도 동물처럼 보인다. 동물과 사람이란 표현은 어느 쪽을 다른 한쪽과 비교해서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가방을 든 남자 한명이 눈 쌓인 곳을 걸어간다. 가방을 입에 문 개 한마리가 눈 쌓인 곳을 걸어간다. 다를 바가 없다. 굳이 따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개가 더 우아해 보인다.

사말라티는 어린 시절 부친과 함께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열린 사진전 <인간가족>(Family of Man)을 보고 나서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알려졌다. 열한살에 첫번째 사진을 찍었고 1971년에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이후 사말라티의 명성과 무대는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1975년, 1979년, 1992년, 2009년 등 네차례에 걸쳐 핀란드 국립사진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2004년에 사말라티를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 100인 중 한명으로 꼽기도 했다.

공근혜갤러리 쪽은 “사말라티가 심장이 좋지 않아 방문이 불투명했으나 최근 의사와 상의 끝에 허락을 받아 한국 첫 전시 개막에 맞춰 서울을 찾게 되었다. (한국 첫 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해왔다.

펜티 사말라티의 작품은 한국에선 널리 알려진 적이 없다. 이번 전시의 한국어 제목과 같은 이름의 사진집 <히어 파 어웨이>(Here, Far Away)가 2012년에 영어,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으로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출간된 적이 있다.

갤러리의 공근혜 관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 2013년부터 공을 들였는데 대단히 어려웠다. 이메일로 전시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보낸 뒤 아무런 답변이 없어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주한 핀란드 대사관에 협조 요청을 해서 연락을 부탁했는데 처음 메시지를 보낸 지 2년 만에 답장이 왔다. 여행하느라 바빠서 답을 못했다는 것이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갤러리에서도 이 사진가와 연락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로 소문이 나 있었으니 2년은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한국 전시가 확정이 되었다고 알렸더니 사진가 마이클 케나, 그리고 유럽 쪽 사진갤러리 지인들이 ‘축하한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공근혜갤러리에서 보내준 작가의 육성이다.

“나는 포인터 개처럼 사진 촬영할 시점을 기다린다. 운과 그때 상황에 모든 게 달려 있다. 겨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날씨가 나쁠수록 사진을 촬영하기에는 가장 좋다. 나는 하루 중 해질녘을 제일 좋아한다. 묘한 빛이 비치는-프랑스어로는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이라고 표현하는- 시간대이다. 세상의 가장 연약한 아름다움이 공격당하는 느낌이다. 우리가 자연과의 연결고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뭔가를 영원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어느 날 바위섬에서 나 자신을 찾으며 깨달은 게 있다. 내 곁에 있는 돌이, 해변가에 있는 배가,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이, 그림을 그리듯 날아가는 새들이 내게 말한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받아들이는 것임을.”

이런 사진을 찍는 사진가는 어떤 사람인가? 사진을 통해서 본 펜티 사말라티는 나이에 비해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북극에서 온 산타처럼 보인다. “여기, 그리고 저 멀리” 떠돌아다니는 사진가 사말라티는 아마도 그의 사진 속 주인공 동물들처럼 살고 살아왔을 것이다. 전시 개막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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