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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직장내 어린이집이 의무화된다

  • 김병철
  • 입력 2015.12.25 05:53
  • 수정 2015.12.25 05:58
ⓒtvN 미생 캡처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에 대해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돼 해당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정부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어린이집 설치비용을 지원하지만, 외근자나 파견 근로자가 많은 사업장 등 업종에 따라서는 직장 어린이집 설치에 어려움이 있는 곳도 있어 정부가 현실을 세심하게 살피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1월1일부터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는 1년에 2회까지, 1회당 최대 1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영유아보육법은 기업이 직접 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직원들에게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경우도 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쳤지만, 내년부터는 인정받지 못한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어린이집 설치 의무대상 기업 1천204곳 중 52.8%만 어린이집을 설치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역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곳 등을 제외해도 200여곳의 기업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여서 이행강제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권역별 사업설명회를 열며 의무 이행을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 적지 않은 사업장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 이행에 난감해 하는 곳은 외근이 많거나 근로자가 파견 근무를 주로 하는 등 근무 형태가 일반 사업장과 다른 곳이다.

특히 협력업체나 파견업체의 근로자가 많은 대형마트의 경우 누가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갖느냐를 놓고서는 복지부도 아직 제대로 된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 중에는 외부의 협력업체에서 채용해 보낸 근로자나 파견업체에서 뽑은 파견 근로자들이 많은데, 이들에 대한 직장 어린이집 의무 이행을 누가 해야 하는지 혼란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력파견업체인 A사 관계자는 "우리처럼 근로자들을 다양한 회사에 파견하는 회사는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기 쉽지 않고, 설치하더라도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근로자들이 직장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우리 같은 회사는 규정 적용에 예외로 인정해 주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측도 곤란함을 호소하고 있다. 대형마트 B사의 경우 협력업체의 근로자나 파견 근로자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설치 의무 대상이 될지, 안될지가 갈리는 사업장(지점)이 많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직접 채용하지도 않은 근로자를 위해 일종의 직원 복지 혜택인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의무를 갖게 된다면 우리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내려주면 이에 따르겠지만, 어린이집 운영 비용에 대해서는 협력·파견 업체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근로자나 파견 근로자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아 검토 중"이라며 "조만간 명확한 지침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곤란한 상황은 보험회사도 마찬가지다. 사업 본부가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은 지역의 영업점에서 대부분 외근을 하는 까닭에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려고 해도 어디에 만들어야 할지 애매하고, 만들어도 이용할 근로자가 많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지역 어린이집에 위탁해서 보육하는 방법도 있지만 위탁 보육 비율이 상시근로자 영유아의 30% 이상이여야 하는 게 부담이다.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어린이집을 찾는 것이 만만치 않은데다 가정에서 보육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탁 보육 비율 30% 이상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직장 어린이집의 긍정적인 효과가 큰 만큼 사업장의 의무 이행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법으로 정한 사항인 만큼 대상 사업장들이 꼭 의무 이행을 해야 한다"며 "의무이행금 부과 과정에서 지자체가 어느 정도 재량 행위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직장 어린이집에 대한 높은 만족도는 다른 형태의 어린이집보다 월등히 높고 직장 어린이집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며 "이미 운영되는 직장 어린이집의 경우 아동 당 교사 비율을 높이고 교사 질 관리를 잘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용까지 지원하며 직장 어린이집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여러 사업장이 같이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할 경우 최대 15억원까지 지원한다. 내년에는 392억원(내년 기준)이 투입된다.

당장 내년 1월 규정이 바뀌지만 첫 이행 강제금 부과 사례는 이르면 2분기, 또는 3분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내년 1~2월 직장 어린이집 설치 현황을 파악해 소명 기간을 거쳐 4월 말 이행 여부를 담은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관할 지자체는 이를 토대로 이행명령과 사업장 소명, 사실 관계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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