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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저주하는 사람을 위한 크리스마스 영화 5

  • 김도훈
  • 입력 2015.12.24 09:31
  • 수정 2015.12.24 09:34

크리스마스라고 인간의 따뜻함과 사랑의 위대함과 가족의 중요함만 외치는 영화를 볼 필요는 없다. 다들 알다시피 크리스마스에도 사람은 죽고, 연인은 싸우고, 가족은 찢어진다. '크리스마스 따위 다른 날과 다를 게 뭐냐. 엿먹어라!'를 외치고 싶은 분들을 위한 영화도 물론 있다. 사실 이 영화들을 소개하는 게 더 신나는 일이다.

1. '산타 슬레이'(Santa's Slay, 2005)

사실 산타 클로스라는 존재, 좀 무섭지 않은가? 야하게 빨간 옷을 입은 영감이 밤에 몰래 굴뚝을 타고 애들 방에 침입해서 뭘 놔두고 간다는 사실 자체가 은근 괴이하다. '산타 슬레이'는 아예 산타를 슬래셔 호러영화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다. 이 영화에 따르면 산타는 원래 악마의 자식이었는데 천사와의 내기에서 진 벌칙으로 천 년간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해 온 존재다. 내기가 끝나자마자 신타는 다시 무차별 살육을 벌이는 냉혹한 살인마로 돌아온다.

2. '산타를 보내드립니다'(Rare Exports, 2010)

'산타 슬레이'보다 좀 더 질이 좋은 영화를 보고 싶다면 이 핀란드 영화가 제격이다. 이것도 알고 보니 산타는 무시무시한 좀비 같은 존재들이었다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산타 좀비들이 마을을 습격하는 장면의 스펙터클이 아주 박진감 넘친다. 하여간 '산타 슬레이'와 '산타를 보내드립니다'는 "아빠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아이패드 프로를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보채는 아이들을 가진 부모님께 적극적으로 권한다. 애들한테 이걸 보여 주면 밤새 산타가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자게 될 거다.

3. '블랙 크리스마스'(Black Christmas, 1974)

위의 두 영화가 약간의 코미디를 곁들인 호러라 실망스럽다면, '블랙 크리스마스'도 좋다. 호러가 한창 붐을 일으키던 시절에 나온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여대생 기숙사에서 여대생들만 골라서 죽이는 살인마가 나오는 호러다. 2006년에 동명의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지만 오리지널을 꼭 구해서 보길 권한다. 무엇보다도 74년작의 여주인공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바로 그 올리비아 핫세니까.

4.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Life of Brian, 1979)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훼손하며 깔깔 웃고 싶은 분이라면 1979년작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을 권한다. 70년대 후반에 지금의 화장실 코미디 원조라 할만한 엽기적인 코미디 시리즈를 만들었던 몬티 파이튼 집단의 영화다. '몬티 파이튼의 성배'가 그들의 대표작이라면 '라이프 오브 브라이언'은 숨겨진 역작이라 할만 하다. 예수 탄생을 패러디한 이 영화에는 온갖 풍자라는 풍자는 다 들어가 있다. 특히 십자가에 걸린 사람들이 "언제나 삶의 밝은 면만 바라보아요!"라며 떼창을 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5. '그렘린'(Gremlins, 1984)

꽤 많은 사람들이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크리스마스를 저주하는 의식처럼 본다고 고백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조 단테 감독의 '그렘린'이다. 다들 잘 아는 영화겠지만, 차이나타운 출신의 작은 괴물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마을을 풍비박산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캐롤을 들으며 흥청망청하는 커플이 가득한 명동 한가운데 그렘린들을 떨어뜨리는 상상을 절로 하게 될 거다.

보너스 : '롱 키스 굿나잇'(Long Kiss goodnight, 1996)

크리스마스를 저주하는 영화도, 축복하는 영화도 싫다고? 그렇다면 궁극적인 크리스마스 액션 영화를 보자. '롱 키스 굿나잇'은 치명적인 킬러였으나 기억을 잃어버리고 주부로 살아가던 지나 데이비스가 다시 기억을 찾고, 가족과 자신을 노리는 악당들에 대항한다는 히치콕적 액션 영화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산타 모자를 쓰고 크리스마스 행진에 참여했다가 하필 킬러들의 눈에 다시 띄게 되어 죽을 고생을 하게 된다. 사실 할리우드는 겨울을 무대로 액션 영화를 잘 만들지 않는 편이지만 '롱 키스 굿나잇'은 겨울 빙판을 무대로 한 액션 등 겨울, 그리고 크리스마스라는 시기의 지형과 분위기를 근사하게 액션에 녹여 넣는 숨겨진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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