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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돕는 신부 "예수도 이주민"(사진)

경기도 파주시 봉일천시장 인근에 위치한 파주 엑소더스(EXODUS)는 매주 일요일이면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3층 주택을 개조한 건물의 1층과 2층에서는 이주민을 위한 한국어 교실이 열리고, 2층 한 켠에서는 한방 진료와 이발 서비스가 이뤄진다. 소중한 휴일을 쪼개 고충 상담을 받으려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2008년부터 이곳에 자리한 파주 엑소더스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운영하는 이주민 지원센터이다.

1층과 2층을 합해 150㎡ 남짓한, 아담한 공간이지만 이 지역 이주민에게는 희로애락을 나누는 사랑방이자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알아가는 배움의 공간이다.

파주 엑소더스의 센터장을 맡은 이상민(시몬·39) 신부는 지난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센터는 이주민의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응급실"이라고 소개했다.

파주 엑소더스는 이 신부를 비롯해 베트남 출신 이주민 수녀와 직원 6명이 꾸려가고 있다.

주요 활동은 이주민 상담과 한국어 교육. 직원들은 무엇보다 기댈 곳 없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상담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신부는 "상담은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다문화 가정 상담은 지방자치단체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도 많이 하지만 이주노동자를 상담해 주는 곳은 정작 드물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교육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신부는 "상담을 해보면 절반 이상은 서로 언어를 이해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라며 "한국어 교육은 예방 차원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과 만나다 보면 안타까움을 감추기 힘들다. 우리 사회가 아직 이들을 품어주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에서다.

이 신부는 "단일민족주의가 얼마나 공고한지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까지도 이주에 대해선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이주민을 이웃으로 보기보다는 떠날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아직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2011년 11월부터 파주 엑소더스에 몸담고 있는 이 신부는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를 겸직하고 있다.

이 신부에게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주사목은 소명과 같다.

신학생 시절 인도 콜카타의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세계와 만났고, 2004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본당에서 사목활동을 하면서도 이주 문제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파주 엑소더스로 오기 1년 전에는 필리핀에서 이주사목 관련 연수를 받았다.

이 신부는 "이주민을 돕는 것은 선행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주는 그리스도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나그네의 정체성이 있습니다.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 모세까지 모두 이주를 경험했습니다. 예수도 태어나자마자 살해 위협을 피해 피난을 갑니다. 요즘 상황으로 보면 이주민이자 난민이었죠. 2천 년이 넘는 이주의 역사가 교회 안에 있습니다."

성탄절을 맞아 예수가 이 땅에 온 뜻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주변의 어려운 이웃, 특히 외로운 이주민들을 돌아보자고 당부했다.

파주 '엑소더스'(출애굽기 혹은 대탈출)라는 명칭도 나고 자란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에서 따왔다.

이주민 지원은 비단 천주교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종교인이 모여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를 발족했다. 이주민 인권 보호를 위한 연대의 틀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신부는 "종교인이라면 이주민을 환대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며 "지속적인 세미나와 토론회를 통해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신부가 파주 엑소더스와 함께한 지 어느덧 4년.

3년 전 갑자기 쓰러진 이주노동자를 위해 선뜻 수백만 원을 내놓은 한국인 사장을 봤을 때 그는 "정말 행복했다"며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볼 때마다 큰 힘이 된다"고 돌아봤다.

파주 엑소더스는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인근에 건립을 추진 중인 복합문화공간 '아시아의 등대'가 그것.

지난해 3월 건립위원회를 조직해 봉일천 부근에 부지를 마련하고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설계가 한창이다. 개인 후원자들을 통해 건축비의 절반가량을 확보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궁극적인 목표는 '아시아의 등대'를 이주민과 지역주민이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으로 만드는 것. 이 신부는 "문화공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문화를 주제로 하면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시혜와 수혜의 관계가 사라지고, 개인의 문화적 역량이 더 중요하죠. 이주민도 재능만 있다면 기여할 수 있는 겁니다. 한국인이 한국어를 못하는 이주민에게 기타를 배울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문화를 매개로 이주민과 선주민이 이웃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신부는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주민을 부품이 아닌 똑같은 인간으로 봐주면 됩니다. 그런 시각을 갖도록 하려면 어린 세대부터 세계시민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주민도 우리와 똑같은 시민이라는 것을 알리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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