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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힐러리를 향해 저질스러운 '상소리'를 퍼붓다

  • 허완
  • 입력 2015.12.23 06:58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businessman Donald Trump addresses supporters at a campaign rally, Monday, Dec. 21, 2015, in Grand Rapids, Mich. (AP Photo/Carlos Osorio)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businessman Donald Trump addresses supporters at a campaign rally, Monday, Dec. 21, 2015, in Grand Rapids, Mich. (AP Photo/Carlos Osorio) ⓒASSOCIATED PRESS

미국 대선 공화당의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여성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성적 비속어'를 동원한 막말을 퍼부어 크게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후보는 21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 서남부의 그랜드 래피즈에서 선거유세를 하는 과정에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클린턴 후보가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한 사실을 거론하며 "클린턴이 이길 판이었는데, 오바마에 의해 'X됐다'(got schlonged)". 클린턴은 졌다"고 말했다.

'슐롱'(schlong)은 남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이디시어(Yiddish :중앙-동유럽권의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트럼프는 클린턴 후보가 경선에서 패배한 것을 신랄하게 표현하기 위해 동사형으로 바꿔 사용한 것이다.

트럼프는 "클린턴은 심지어 오바마에게도 졌다. 어떻게 이보다 더 나쁜 결과가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나는 대통령으로서의 클린턴을 생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독설과 막말로 유명한 트럼프이지만 이번에는 공개 석상에서, 그것도 상대당 경쟁 여성 후보를 상대로 금기시된 성적 비속어까지 노골적으로 사용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지지 성향의 온라인 언론인 '싱크 프로그레스'는 즉각 논평을 내고 "명백한 성적 차별 발언"이라며 "슐롱이라는 말은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말로 이를 대체하는 다른 정의가 없다"고 말했다.

UPI 통신은 관련 기사의 제목으로 "트럼프가 클린턴의 벨트 아래를 쳤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후보가 슐롱이라는 속어를 사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주로 선거에서 '깨졌다'는 뜻에서 이 속어를 최소 한 차례 이상 사용했다는 게 워싱턴 포스트(WP)의 보도다. 트럼프는 2011년 "공화당 소속의 유명 여성인 제인 코윈이 민주당의 캐시 호쿨에 의해 (하원의원 선거에서) 'X됐다'(get scholonged)"고 말한 바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슐롱이 갖는 힘은 상대적으로 새롭다는데 있다"며 "트럼프는 종종 대학생 동아리 남학생이나 코미디언들이 사용하는 비속어를 주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하버드 대학의 스티븐 핑커 연구원은 WP에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는 이디시어나 중세독일어를 이용해 뭔가 색다른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며 "트럼프의 저속함과 여성혐오증을 감안하면 그가 '선거에서 졌다'는 개념의 성적 차별 용어를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막말을 계기로 트럼프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이 다시금 조명을 받는 분위기다.

WP는 "트럼프는 여성을 비하하는 언어 사용으로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하며 폭스뉴스 여성 간판 앵커인 메긴 켈리에 대한 과거 공격 사례를 거론했다.

트럼프는 지난 8월 6일 공화당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켈리가 공격적인 질문공세를 펴자 토론이 끝난 뒤 CNN 인터뷰에서 "켈리의 눈에서 피가 나왔다. 다른 어디서도 피가 나왔을 것"이라며 켈리가 월경 때문에 예민해져 자신을 공격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는 당시 토론에서 동성결혼한 거구의 미국 여성 코미디언인 로지 오도널에게 "돼지(pig)" 또는 "추잡한 인간(slob)"이라는 비속어를 쓴 바 있다.

트럼프는 또 이번 유세에서 지난 19일 민주당 대선후보 3차 TV토론 도중 클린턴 후보가 잠시 화장실 이용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실까지 거론하며 "너무 역겹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는 당시 TV토론 도중 중간광고가 나가는 사이에 화장실에 갔다가 토론 재개 시점에 때맞춰 들어오지 못하고 수십초 가량 늦게 입장했다.

트럼프는 무려 네 차례에 걸쳐 클린턴 후보가 어디게 갔었는지 아느냐고 청중들에게 비아냥거리듯이 물어보면서 "도대체 클린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 토론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라졌다"고 비아냥거리고는 "나는 어디에 갔는지 안다. 너무 역겹다. 나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거듭 되풀이했다.

트럼프는 이어 클린턴 후보를 향해 "거짓말쟁이며 비뚤어진 인간"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공격에 대해 클린턴 후보 캠프는 직접적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공보책임자인 제니퍼 팔미에리는 트위터에 글을 올려 트럼프의 발언을 "모멸적"(degrading)이라고 반격했다.

팔미에리 대변인은 "우리가 트럼프의 발언에 대응하지 않겠지만, 이 같은 모멸적 언사가 전체 여성에게 주는 모욕감을 아는 모든 이들은 대응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이처럼 '클린턴 때리기'에 혈안이 된 것은 클린턴 후보가 19일 TV토론에서 트럼프를 "IS의 최고 용병모집자"라고 비난한 데 따른 분풀이로 보인다. 클린턴은 당시 IS가 트럼프의 이슬람 혐오 발언을 동영상으로 내보내며 과격한 용병들을 모집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었다.

트럼프는 21일 오전 공식 사과를 요구했으나, 클린턴 후보 측은 "죽어도 안 한다(Hell, no)"고 거부했다.

트럼프는 이번 유세에서 언론을 향한 공격도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는 언론인들을 향해 "거짓말하는 역거운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나는 결코 죽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언론인 살해 의혹을 빗댄 것으로, 트럼프는 이 의혹을 놓고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는 장외에서 일군의 시위대가 몰려들어 "트럼프가 인종주의적인 편협한 이데올로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자 "목소리가 작다"거나 "실패자들"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유세장에는 7천500명이 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운집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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