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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KK가 살아나고 있다. 트럼프 덕분에.

  • 허완
  • 입력 2015.12.22 07:29
Members of the World Order of the Ku Klux Klan give a salute during a protest rally at the Gettysburg National Military Park Saturday, Sept. 2, 2006 in Gettysburg, Pa. The KKK fielded 25 members for the event and their were no incidents. (AP Photo/Bradley C Bower)
Members of the World Order of the Ku Klux Klan give a salute during a protest rally at the Gettysburg National Military Park Saturday, Sept. 2, 2006 in Gettysburg, Pa. The KKK fielded 25 members for the event and their were no incidents. (AP Photo/Bradley C Bower) ⓒASSOCIATED PRESS

미국 사회의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들어온 공화당의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자인 도널드 트럼프(69)가 인종 차별로 악명 높은 백인 우월주의 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의 '회생'에 본의 아니게 도움을 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KKK는 새 조직원을 끌어들일 때 트럼프의 거침없고 솔직한 발언을 활용하고 있다.

집권하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벽을 세우겠다는 식의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 사람) 비하 발언,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와 같은 무슬림 증오 발언 등을 집중적으로 사용해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인 백인들을 새 단원으로 영입한다는 것이다.

공격 대상이던 흑인이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오르고 동성결혼도 합법 판정을 받은 시대에 극단주의 단체 KKK는 '구시대의 유물'로 소멸할 처지였으나, '구세주' 트럼프가 KKK에 생존에 필요한 피를 수혈한 모양새가 됐다.

실제 KKK는 커피숍이나 기차에서 트럼프의 발언이 1면을 장식한 신문을 든 사람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터 조직원으로 포섭하는 전략을 쓴다. KKK 내부인들만 이런 전략을 공유하다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로 만천하에 알려졌다.

KKK 조직원 모집을 담당하는 레이철 펜더그래프트는 "트럼프의 발언에 일부 단원들이 열광했다"면서 "(여러 비판에도) 자신이 믿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KKK 단원들이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백인들이 스스로 현실 문제를 공부해 이해하기를 바라지만, 다른 이와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고 싶다"며 트럼프를 앞세워 설득을 통한 단원 포섭에 의욕을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대다수 미국민이 트럼프의 발언을 시대에 역행하는 독설 정도로 치부하지만, KKK 단원과 같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주장과 다를게 없어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그간 주류 정치권 인사에게서 듣기 어려웠던 자신들의 생각을 여론조사 1위 트럼프가 대신 시원하게 설파하니 만족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를 위한 블로그인 '옥시텐덜 옵서버'에 글을 쓰는 케빈 맥도널드는 "백인 대다수가 현재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에 매우 화났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깨닫도록 하는데 트럼프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세대 백인 우월주의 단체 지도자로 꼽히는 미국정책재단 사무총장 리처드 스펜서는 "트럼프가 백인 우월주의자는 아니지만, 백인들의 무의식적인 사고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평했다.

'무의식적인 사고'란 백인의 후손이 미국에서 미움받는 소수가 될 것이라는 공포심이다.

KKK와 같은 인종 차별주의 단체의 공개적인 지지는 트럼프에게 양날의 칼이다.

트럼프는 KKK의 단원 모집과 관련한 워싱턴포스트의 여러 질문에 답하지 않았으나, 기존 인터뷰에서 이런 단체의 지지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차별주의 단체나 인종 차별주의자의 지지를 거절할 것이냐는 물음에 "그래야 (여러분의)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또 소셜 미디어에 차별적인 글이나 사진을 올린 선거 캠프 직원 2명을 해고하고, 흑인 사회의 지지를 끌어내려 애쓰는 등 나름 외연 확대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인 발언 탓에 그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 무슬림이나 히스패닉이 강력하게 항의하는 등 반발도 여전히 거세다. 이 와중에 나온 KKK와 같은 혐오집단의 지지 발언은 트럼프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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