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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층과 밀착하는 보수언론 보며 "큰 축이었구나 알게 돼"

  • 박세회
  • 입력 2015.12.21 07:28
  • 수정 2015.12.21 10:36

영화의 원작이 된 만화 <내부자들>의 윤태호 작가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사무실에서 미완성된 내용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은 정치깡패와 검사가 합동작전을 펼쳐 유력 대선 후보와 거대 신문사 논설주간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끝난다. 하지만 만화에서는 결말이 달랐을지 모른다. 영화의 원작이 된 만화 <내부자들>의 윤태호(46) 작가를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만화와 영화, 그리고 ‘2015년’에 대해 묻기 위해서였다.

먼저 만화 <내부자들>의 연재를 중단했던 이유를 물었다. 만화는 작품 전체의 기본 설정에 더해 조폭 ‘안상구’가 복수극을 꾸미기 시작하는 등 사건의 큰 가닥이 잡혔음에도, 단행본으로 1권밖에 내지 못했다. 작가는 작품을 연재하기 시작한 사연부터 풀어냈다. “당시 <이끼>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집중했는데,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독자들이 많았어요. 정치 쪽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작품은 작가 본인한테 ‘강의 노트’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 정치에 대해 술자리에서 쉽게 욕하면서 끝내는 게 아니라, 왜 그런지 공부하기 시작했다. 정치 기사를 보면서, 뿌리를 더듬어 올라갔다. 한꺼번에 인터넷 창을 50개 넘게 열어놓고 작업한 적도 많다. 그런 결과가, 이를테면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만화에 등장하는 ‘강남좌파’ 꼭지다. 만화는 보수 언론이 “지질한 좌파와 달리 멋있어 보이니, 패션이 될까 두려워” 강남좌파를 분석하고 비판한다고 지적한다. 언론이 특정 의제를 왜 선택해, 어떻게 끌고 가지는지 탐구했던 것이다.

“연재가 진행되면서 굉장히 버거워졌어요. 신문 기사를 베끼거나 질질 끌려가는 느낌이 많았죠. 독자들은 별개의 창작물로 보는데, 저 개인의 ‘참고서’를 갖고 만들어도 되나 싶었죠.” 그는 신문 기사를 정리한 내용을 여러 차례 ‘참고서’라고 표현했다.

만화 <내부자들>은 ‘미완성작’임에도 주목할 대목이 있다. 영화에서 조폭 ‘안상구’(이병헌)가 갈등의 최종 해결자로 나서지만, 작가는 “깡패는 소모품이다. 픽션을 끌어가는 인물로 정치인과 재벌, 언론인이 만든 피조물일 뿐”이라고 했다. 작가는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실체에 대해 파고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만화의 결말에선 영화와 달리 ‘응징자’로 나선 안상구까지 결국은 망하게 만들려 했다고 한다. “안상구도 나쁜 놈이잖아요.”

<내부자들>에서 언론이 기득권 부패 구조의 한 축을 형성한 대목은 전례가 드물다. 작가는 정권교체를 계기로 언론의 문제를 새로 인식했다고 한다. 보수 언론이 기득권층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론이 큰 것이구나” 했다는 것이다. 논설위원 ‘이강희’(영화의 백윤식)라는 인물이 빚어진 이유다.

작가는 요즘 지난달 연재를 시작한 <미생2>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장그래를 우리한테 보여줄 예정이다. 이는 <내부자들>(초판 2012년)과 달라 보이지만, 어쩌면 같은 궤도에 있는 작품일 수 있다. 하나는 나라를 뒤흔드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직장인들 사이의 일이지만 모두 ‘사건’이다. 작가는 “사건에는 크든 작든 선택이 있다. 독자는 남들이 어떻게 선택하는지 보고 싶어한다. <송곳>(최규석 작)이 큰 바위를 함께 들자고 하는 작품이라면, 저는 독자들이 <미생2>를 보면서 손아귀에 딱 들어오는 조약돌 두 개만큼을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이 만들어가는 흉측한 세상 속이지만, 장그래는 오늘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것이라는 얘기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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