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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을 고발한 시간강사는 미술계를 떠났다

ⓒCassiano Rosário - www.cassijones.com

20일 법원에 의해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덕성여대 성추행 사건의 최초 내부고발자의 상황이 알려졌다. 내부고발자는 칭찬 대신 비난을 받으며 조직에서 사실상 쫓겨나는 것이다.

*2014년, 사건

- 덕성여대 미대 교수였던 A씨는 지난해 2월 사무실에서 여제자에게 억지로 입을 맞추는 등의 혐의(강제추행)로 불구속 기소돼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 그의 추행 혐의를 처음 고발한 이는 같은 학과 시간강사 B씨였다. B씨는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으로부터 성추행 사실을 전해듣고 교내 성폭력대책위원회에 이를 신고했다.

- 용감한 일을 했지만 B씨는 내부고발을 한 직후인 올해 초 덕성여대 강단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법정에서 앞으로 미술계를 완전히 떠날 생각임을 밝혔다. 이 사건 피해 학생도 사건 이후 조용히 다른 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공판

- 지난달 19일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B씨는 "모교인 덕성에서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후배를 가르치겠다는 일념으로 8년 유학생활도 견뎠지만, 이 사건을 제보하면서 나는 꿈을 접어야 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나는 외국에 오래 있어서 몰랐는데 피고인이 국내 학계에서 영향력이 매우 큰 분이라며 주변에서 제보를 만류했다"며 "교수가 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미술계를 아예 떠야 할 거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특히 "덕성여대 출신인 내가 교수가 되기 위해 일부러 A 교수를 몰아내려고 모함을 했다는 소문이 지금까지도 교내에 돌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증언을 마치면서 B씨는 "신고를 할 때 교수 못할 각오는 했다. 이런 일 벌인 강사를 어느 학교가 교수로 채용해주겠느냐"며 "하지만 조금도 후회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 미술계 사람들도 B씨의 증언을 뒷받침했다. A 전 교수의 대학 선배로 해당 학계에서 왕성히 활동 중인 한 교수는 "미술계에서 A교수의 위치는 상당했다"며 "제자들이 졸업 후 어떤 활동을 할지를 A교수가 정해줄 수 있는 힘은 분명 있었다"고 귀띔했다.

- 서울의 한 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졸업을 앞둔 김모(23·여)씨는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어떻게 보면 내부고발자 B씨"라며 "앞으로 미술계에서 일자리 구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내부고발자가 오히려 피해를 보는 원인으로 뿌리깊은 '연고주의'를 꼽았다.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이지문 교수는 "우리 사회의 연고주의 문화가 내부고발을 막을뿐더러 내부고발자가 생기면 테두리 바깥으로 내쫓아버리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부고발자가 누구인지 절대 알려지지 않도록 규정하는 철저한 법·제도가 필요하다"며 "관련 업종의 국공립 기관에서 내부고발 후 갈 곳 잃은 사람을 특별채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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