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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성평등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유엔이 파견한 세 여자들이 끔찍한 현실에 놀랐다

  • 김도훈
  • 입력 2015.12.18 08:27
  • 수정 2015.12.18 08:28

인권 전문가 엘레노라 지엘린스카(좌측), 알다 파시오(중앙), 프란세스 라데이(우측)는 성 평등 현황 조사 차 미국을 12월에 방문했다.

폴란드, 영국, 코스타리카를 대표하는 인권 전문가들이 미국 여성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성 평등 상태를 조사하러 열흘 간 방문했다. 유엔 여성 불평등 특별조사위원의 주축인 세 여성은 앨라배마, 텍사스, 오레곤 주를 방문해 여성에 대한 정부 방침과 태도는 물론 교육 현장, 의료 또 징역제도가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조사했다.

한마디로 파견 위원들은 미국의 불평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여러 부문에서 미국의 여성 평등이 국제 수준에 미달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임금 차이(평균 23%), 출산 휴가, 적절한 유아보육 비용, 구치소에 감금 중인 여성 이민자 취급 등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앨라배마의 어느 유산 클리닉에서 여성의 생식 권리를 지탄하는 정치적 적대감을 직접 목격한 것이 이번 방문의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고 지난 금요일 인터뷰에서 위원들은 말했다.

“그들은 우리를 괴롭혔다. 모욕을 퍼붓는 자경단 역할을 자처한 남자도 두 명 있었다.”라고 영국 출신 위원인 프란세스 라데이는 말했다. 이미 아기를 가질 나이가 훨씬 지난 세 명의 위원들이 클리닉을 다가가는데도 남자들이 이런 말을 계속 반복했다고 한다. "당신들은 어린이 살인자요!"

"일종의 테러였다."고 폴란드 위원 엘레노라 지엘린스카는 덧붙였다. "우리에게는 매우 쇼킹한 일이었다."

유럽에서는 다양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는 일반 의료원이나 대형 병원에서 낙태 수술을 하기 때문에 시위자들이 시설 앞에서 서성거리며 여자를 향해 해코지하는 일은 없다고.

또 그들은 미국 여성들이 세계 여성들이 누리고 있는 일부 권리를 못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유엔 국제 노동 조직에 의하면 미국은 출산 휴가가 의무가 아닌 전 세계 3대 국가 중에 하나다. 유엔은 각 국가마다 최하 14주의 출산휴가를 보장하라고 권장한다. 훨씬 더 진보적인 제도를 준수하고 있는 일부 국가도 있는데, 예를 들어 아이슬랜드는 양 부모 각자의 5개월 유급 출산 휴가에 2개월 추가 휴가를 나눠서 갖는 것을 의무화했다.

"임신, 출산 그리고 출산 후 기간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참으로 쇼킹한 문제"라고 라데이 위원은 지적했다. "어느 사회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인데, 가장 잘 사는 미국에서라면 더욱 터무니 없다."

더불어 위원들은 여성을 겨냥한 폭력을, 특히 총기 폭력을 문제로 주시했다. 미국에서 여성이 총기 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다른 고소득 국가보다 11배나 높은데, 대부분의 총기 살인 사건이 밀접한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성을 향한 폭력 퇴치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런 노력은 총기 규제법을 통과 못 시키는 입법부의 무능으로 수포로 돌아갔다.

라데이는 "다행히도 일부 주에서는 총기 규제법을 이행하므로 가정 학대의 주범에게 무기를 건네주는 것을 차단했는데 사실 이런 제도는 전국적인 정책이어야지 한 개 주에서만 시행할 정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연방법은 전과를 가진 폭력 가해자의 총기 구매를 제외하지만 이미 소유한 총기를 포기하게는 못한다. 더군다나 정식 혼례를 거치지 않은 동거인이나 동거를 하지 않고 있는 경우엔 이 법에서 제외되며 잠정적 금지명령을 받은 이도 제외 대상이다.

위원들의 또 다른 제안은 정치자금법 개혁으로 더 많은 여성이 정치인으로 선출되게 하는 거다. 정치자금 네트워크가 주로 남성들 위주로 형성되어 있는 현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 여성이 특히 큰 타격을 입는 최하 임금 문제를 상향 조정하고 특히 남부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유산을 제한하는 법령에 맞설 연방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종교의 자유라는 핑계의 여성 차별은 있을 수 없으며 또 여성의 의료 혜택 권리를 박탈해서도 안 된다."라고 라데이는 말했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본 여러 가지 문제점도 문제지만 정작 위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미국 여성들이 자기들이 어떤 권리를 못 누리고 있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만난 수많은 여성들이 자기들이 다른 나라의 여성보다 월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라며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입증해 보세요. 다른 나라에 유급 출산 휴가가 있다니… 말도 안 되요."

유엔 전문가들은 백악관과 노동부, 법무부 등 여러 정부 기관과의 만남으로 이번 여정을 종결하는 자리에서 위 권장사항들을 제시했다. 상세 보고서는 2016년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될 것이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 U.N. Sent 3 Foreign Women To The U.S. To Assess Gender Equality. They Were Horrifie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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