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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법치'

입만 열면 '법치'를 외치던 박 대통령이 법대로를 외치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어떻게 찍어냈는지,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국회법을 들어 거부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어떻게 압박하고 있는지를 보면 박근혜식 법치의 실체가 드러난다. 박근혜의 '법치'는 박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

  • 이태경
  • 입력 2015.12.18 06:01
  • 수정 2016.12.18 14:12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법치(法治)'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법치'의 부재 내지 결여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대통령이 간주하는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박 대통령은 법치를 부르짖는다.

대한민국 헌법질서 아래서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법치구현을 부르짖는 마당에 '법치'가 실현되지 않을 리 만무. 무법천지(?)이던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법치'가 만개하는 중이다. 문제는 이 '법치'가 박근혜식 '법치'라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를 통해 통진당을 해산시켰는가 하면, 법원을 통해 전교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검찰과 경찰을 동원해 시민의 기본권인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옥죄고 있다.

박근혜식 '법치'의 가장 큰 특징은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라는데 있다. 흔히 법의 지배(rule of law)를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와 구별하는데 법의 지배가 '법치주의'의 이론적 배경인 반면, 법에 의한 지배는 법을 통치자의 의사를 실현하는 단순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즉 법에 의한 지배는 '법치주의'의 외피만 둘렀을 뿐, 본래적 의미의 '법치주의'가 아닌 것이다. 박 대통령이 외치는 법치는 항상 정치적 반대자들과 시민들을 향해 있다. 입법자와 집행자를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치주의가 완전히 물구나무 선 것이다.

입만 열면 '법치'를 외치던 박 대통령이 법대로를 외치던 유승민 원내대표를 어떻게 찍어냈는지,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국회법을 들어 거부하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어떻게 압박하고 있는지를 보면 박근혜식 법치의 실체가 드러난다. 박근혜의 '법치'는 박 대통령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의 전도된 법치주의관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시에 "캬, 토론 한번 하고 싶은데 그놈의 헌법 때문에"(할 말 많은 노대통령... 예정시간 훌쩍 넘긴 참평포럼 이모저모)라고 발언한 적이 있었다. 보수적 헌법학자들과 과점신문들은 고 노 전 대통령의 이 발언 안에 대한민국 헌법을 업신여기는 대통령의 인식이 드러난다고 평가하면서 혹독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고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은 오히려 참여정부 시절에 그런대로 '법치주의'가 지켜졌다는 반증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비록 하고 싶은 것이 있지만 헌법 때문에 못 한다고 고백하고 있는데 이는 적어도 고 노 전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법에 의한 지배로 인식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현 대통령인 박근혜는 고 노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 같다. 박근혜 시대의 '법치주의'는 법의 지배가 아닌 법을 초월한 대통령의 의중에 좌우되는 경향이 짙다. 더 불행한 건 누구나 아는 이 같은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들 그리고 검찰만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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