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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언어재활사, 고시원에서 숨진지 보름 만에 발견

  • 허완
  • 입력 2015.12.17 14:52

20대 언어재활사가 고시원에서 쓸쓸하게 숨지고서 보름 가까이 지나 발견됐다.

1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15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황모(29·여)씨가 숨져 있는 것을 관리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황씨의 시신은 이불을 덮은 채 심하게 부패한 상태였다. 부패 정도를 봤을 때 숨진 지 보름 가까이 됐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외부 침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고, 유서 등 자살과 관련한 물건도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황씨가 숨진 고시원 방 내부는 집기가 모두 치워졌지만, 코에 스치는 냄새로 그가 숨진 뒤에도 오랫동안 방치됐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

황씨가 살던 서울 관악구의 한 고시원. ⓒ연합뉴스

조사 결과 황씨는 프리랜서 청각장애아동 언어재활사로 일했지만 생활고에 시달려 고시원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씨가 소속된 한국언어재활사협회에 따르면 2006년 지방의 한 대학 관련 학과를 졸업한 그는 바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언어재활사 자격증은 애초 민간자격증이었다가 2012년 국가자격증으로 전환됐다. 황씨는 전환 자격은 갖췄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자격증이 없으면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바우처사업'에 지원할 수 없어 황씨는 어쩔 수 없이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경제적인 빈곤에 시달린 것으로 추정된다.

황씨는 아버지에게 가끔 용돈을 받았지만 월세 43만원을 제때 내지 못해 보증금 100만원도 다 떼인 상태였다.

8천여명에 달하는 언어재활사의 절반은 월수입 200만원 이하다. 전체의 11%는 월급이 100만원 이하일 정도로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 평균 연봉은 7천700만원이다.

사회 체계나 장애인 처우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하위 10% 연봉도 4천900만원인 미국과 비교하자면 대우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힘겨운 생활을 하던 황씨는 최근에는 가족과도 연락을 하지 않고 두문불출한 것으로 보인다.

황씨는 지방에 사는 아버지와 10월 말 마지막으로 통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얼굴을 기억하는 이웃도 찾기 어려웠다.

이웃 A(30)씨는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고시원의 특성상 옆집에 누가 사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며 "안타까운 소식은 들었지만 황씨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씨를 발견한 관리인은 "지난달 27일 월세를 받으러 찾아갔을 때가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고인이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아 몸이 약했다는 가족 진술 등을 토대로 질환으로 숨졌다가 뒤늦게 발견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건강보험공단에 황씨의 진료 내역 등을 요청해 그가 평소 어떤 질환을 앓았는지 확인하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망 원인 분석을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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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시원 #경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