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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에 플라스틱이 박힌 거북이가 4개월 만에 또 다시 발견됐다(사진, 동영상)

  • 강병진
  • 입력 2015.12.17 11:15
  • 수정 2015.12.17 11:19

지난 8월, 코스타리카 연안을 탐사하던 어느 대학의 연구팀이 수컷 바다거북 한 마리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당시 거북이의 콧구멍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있었고, 연구팀은 빨대를 빼주던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당시 영상을 본 많은 사람들은 거북이의 고통을 안쓰러워하면서 바다에 버려지는 쓰레기들에 대해 경각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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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거북의 콧구멍에는 빨대가 박혀있었다(동영상)

어쩌면 그 거북이가 운이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후에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8월에 거북이의 빨대를 뽑아주었던 연구팀원 중 한 명이 이번에도 같은 고통을 겪는 또 다른 거북이를 발견했다.

동물전문매체 ‘도도’에 따르면, 지난 8월, 배를 타고 연구활동을 나갔던 나단 로빈슨은 지난 12월 초, 코스타리카의 오스티오날 해변에서 거북이의 생태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 해변은 수십만마리의 올리브각시 바다거북이가 알을 낳는 곳이다. 작업에 열중하던 그에게 한 관광객이 달려와 도움을 요청했다. 거북이 한 마리의 코에 이상한 게 박혀있으니 어떻게 좀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로빈슨과 동료 연구자들은 바로 상황을 직감했다. “우리는 서로를 잠시 쳐다본 후에 바로 장비를 챙겨서 달려갔어요.” 로빈슨은 ‘도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장으로 뛰어가던 도중 생각했죠. 이번에는 또 거북이의 코에 어떤 게 박혀있을까? 설마 이번에도 빨대는 아니겠지? 라고요.”

로빈슨이 현장에서 만난 건, 암컷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이였다. 당시 거북이는 새 둥지를 찾은 후 다시 물속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콧구멍 밖으로 나온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라스틱 손잡이였다. “예상하지 못한 물건이었어요. 거북이는 계속 숨을 거칠 게 쉬고 있었죠.” 그들은 거북이가 플라스틱과 함께 물 속으로 돌아가게 놔둘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지난 8월, 거북이의 코에서 빨대를 빼준 것과 같은 방식으로 플라스틱을 제거하기로 했다. 아래 영상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거북이는 정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누군가는 거북이를 마취한 후에 빼내는 게 낫지 않았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도’는 거북이 같은 파충류에게 마취제는 극도로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당시 해변에서 동물전문병원으로 가려면 며칠을 허비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거북이는 계속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운이 좋게도 이번에는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영상을 보면 콧구멍에서 플라스틱이 빠져나가자 거북이는 숨을 몰아쉬고 있다. 코에 박혀 있던 물건의 정체도 드러났다. 그것은 바로 플라스틱 포크였다. 로빈슨은 “거북이는 더 활발하게 움직였고, 코에서는 피도 흐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몇 개월 사이에 두 마리의 거북이 코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빼낸 로빈슨은 “이건 매우 안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 보다 더 많은 바다 동물들이 이런 쓰레기에 고통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나마 콧구멍에 박히거나, 밖으로 삐져나온 경우에는 이렇게 발견될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대부분 동물들은 아마도 쓰레기를 먹고 소화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었다.

“너무 많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쓰는 일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우리에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주는 거에요.”

이날 로빈슨이 구해준 거북이는 다시 헤엄을 쳐서 바다로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어렵게 구했던 두 마리의 거북이에게 또 다시 플라스틱 쓰레기의 공격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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