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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희 씨, '신해철법' 눈물로 호소하다(전문+사진)

ⓒ연합뉴스

"'신해철법'이 방치되어 있습니다. 투쟁이 아니라 제도를 바꾸자고 설득하는 것입니다."

의료 사고 논란이 인 고(故) 신해철의 가족과 지인, 고(故) 전예강 양 가족, 환자단체 대표들이 16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마련한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제도'(예강이법, 신해철법) 도입을 위한 국회 법안 심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은 취지를 밝히고 힘을 모아 설득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해철의 지인인 드러머 남궁연은 "저희는 분노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온 이유는 설득하기 위해서"라며 "피해를 입은 두 가족이 옆에 계시는데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일이다. 투쟁하지 않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신해철법'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의료사고 피해자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의료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이 시작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이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 번도 심의되지 않았다. 제19대 국회가 내년 4월 13일 폐회되면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앞서 이 법안은 지난해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해 의료 사고로 사망한 9살 예강이 이름을 따 일명 '예강이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 씨와 전예강 양의 가족은 이날 유족의 고통을 이해해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윤 씨는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이 민사 소송을 제기하려면 세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한다"며 고액의 변호사 비용과 대법원 판결까지 5~6년이 걸리는 소송 기간, 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의료 과실을 입증하는 어려움 등 삼중고를 꼽았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2011년 4월부터 의료분쟁조정중재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이 조정·중재 신청을 해도 의료인이 거부하거나 14일 동안 무응답 하면 각하되는 의료분쟁조정중재법 독소조항(제27조) 때문에 신청자의 약 54.3%는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전예강 양의 어머니 최윤주 씨도 "우리 딸이 천사가 된 지 2년이 흘렀다. 여전히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고 눈물을 보였다.

아래는 OSEN이 전한 기자회견 전문.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고액의 변호사 비용이다. 의료소송은 변호사 비용이 최소 500만 원 이상이고, 소송에서 패소하면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야 한다. 둘째는 장기간의 소송 기간이다. 1심만 평균 2년 6개월이 걸리고, 2심을 거쳐 대법원 판결까지 받으려면 5~6년은 기본이다. 셋째는 의료과실의 입증이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의료행위에서 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의료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주위에서 수년간의 의료소송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고, 의료과실을 입증 못 해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방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는 등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들의 이러한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되어 2011년 4월 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또는 중재 신청'을 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3달~4달의 단기간 내에 의사 2명, 현직검사 1인, 의료전문변호사 1명, 소비자 권익위원 1명으로 구성된 '5인 감정부'에서 객관적인 감정까지 해준다. 민사소송 시 문제였던 고액의 소송비용, 장기간의 소송 기간, 입증의 어려움 이 세 가지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문제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조정 또는 중재 신청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거부하거나 14일 동안 무응답 하면 각하되는 의료분쟁조정법의 독소조항(제27조)으로 인해 '2014년도 의료분쟁 조정 중재 통계연보'에 따르면 조정 중재 신청자의 약 54.3%가 이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은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를 도입하면 조정 또는 중재 신청이 남용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의료기관이 과도한 행정적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구제제도 중에서 상대방이 거부하거나 14일 동안 무응답 했다고 구제신청을 각하하는 제도는 의료분쟁조정제도가 유일하다. 언론중재위원회, 환경분쟁조정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 타 분쟁조정제도는 모두 조정신청이 있으면 자동으로 조정절차가 개시되고 최종적으로 조정할지를 당사자가 결정하면 된다.

의료분쟁조정법상의 이러한 독소조항을 개정하기 위해 2014년 3월 28일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과 2015년 11월 3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각각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 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는 되었으나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한 번도 심의가 되지 않았다. 만일 제19대 국회가 내년 4월 13일 폐회되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된다.

의료과실 가능성이 커도 고액의 소송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 경우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 중 상당수는 민사소송을 포기한다. 차선책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문을 두드려 보지만 의료기관이 거부하거나 14일 동안 무응답 하면 조정신청은 자동으로 각하된다. 결국, 가난한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들은 분한 마음에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형사 고소를 선택하게 된다. 아니면 머리띠 두르고 병원 앞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다가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로 형사 고소 되어 전과자가 되기도 한다. 의료인이 형사 고소를 당하면 실제 처벌을 받기도 하고,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아도 수사기관 조사와 법원 재판으로 큰 고통을 겪는다.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다른 논점들은 모두 내년 4월 13일 이후 제20대 국회로 넘기고, 이번 제19대 국회에서는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만이라도 꼭 도입하는 입법적 결단을 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처럼 의료분쟁조정신청 남발이 우려된다면 적어도 법률적 판단이 가능한 ‘사망’이나 ‘중상해’의 경우로 그 범위를 제한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대중가수이면서 독설가로서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마왕 신해철 씨가 작년 10월 27일 의료사고로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그의 부인 윤원희 씨와 팬클럽 회원들, 남궁연 씨 등 지인들이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지난 11월 23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실과 함께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초등학교 3학년 전예강(만 9세) 양은 작년 1월 23일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지 7시간 만에 사망했다. 예강이 가족은 사망원인을 알고 싶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병원의 거부로 각하되었다. 예강이 가족은 진실 규명을 위해 부득이하게 원치 않았던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이때부터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일명, 예강이법) 개정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예강이 엄마 최윤주 씨는 작년 11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장으로부터 심의과정 방청 허락을 받고 10시간을 대기 했었다. 그러나 심의순서가 뒷순위였던 ‘의료분쟁조정법’은 결국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되지 못했다. 그 뿐 아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료분쟁조정법’은 단 한 차례도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故 신해철 씨 유족과 故 전예강 양 유족이 환자단체들과 함께 거리로, 국회로 나와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들이 의료분쟁조정제도를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를 도입해 달라고 외치고 있다.

국회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최대한 빨리 열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제27조를 개정함으로써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제도’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 이제는 정말 국회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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