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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단지 뿌렸다고 구속 된 남자

  • 김병철
  • 입력 2015.12.16 10:54
  • 수정 2015.12.22 10:36
ⓒ박성수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

인물로 본 2015년

① 8개월째 구속 박성수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가 박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기소돼 8개월째 수감중인 박성수씨가 지난 4월 제주도의 한 경찰 지구대 앞에서 자신이 만든 전단을 들고 있다. 박성수씨 페이스북 갈무리

“대통령 비판 전단 좀 나눠줬다고 이렇게까지…. 실형 선고 받을 것 같아요. 하하.”

15일 오전 10시30분께 대구구치소 면회실에서 만난 박성수(42·전북 군산)씨는 허탈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연두색 수의를 입은 그의 가슴에는 ‘1084’라는 숫자가 굵게 적혀 있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가 지난해 5월11일 구속기소됐다. 전단 내용 가운데 “정윤회 염문을 덮으려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부분 등이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그는 군산 집에서 250㎞ 떨어진 대구구치소에서 8개월째 갇혀 있다. 오는 22일 오전 10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박성수씨가 지난 3월 15일 전북 군산경찰서 앞에서 경찰의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 수사에 항의하며 전북 군산경찰서 앞에서 개사료를 뿌리고 있다. 박성수씨 제공

지난달 24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당시 박씨는 최후변론에서 이렇게 말했다.

“웃음이 나오려다 말았습니다. 70년대 유신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재판이 2015년도 세계 경제 10대 대국인 대한민국에서 빚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중략) 이렇게 믿음이 없는 재판은 처음입니다. (중략)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저는 구속됐고, 7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 서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둥글교주에 3년구형한 박순배 검사에게 전하는 둥글교주의 감사 편지》

Posted by 둥글이 on Wednesday, December 2, 2015

인권단체 등은 박성수씨 수사·재판 과정을 두고 한국 인권 후퇴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서창호 대구경북 인권주간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기본적인 인권 가운데 하나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이다. 박성수씨 사건을 보면, 현 정권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단체를 넘어서 개인에게까지 공포와 억압으로 재갈을 물리고 있다. 박씨 사건은 우리 사회 인권 상황의 큰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지난 7일 개최한 인권보고대회에서 “(박씨가)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로 수사 및 재판을 받는 등 (민주주의의 근간인) 표현의 자유가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7일 대구지방변호사회(회장 이재동)는 “비판의 자유라는 민주사회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될 여지가 있다”며 박씨의 무료 변론에 나섰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보수성향이란 평가를 받아온 대구지방변호사회가 나설 만큼 인권 상황 악화가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찰과 검찰이 박씨를 수사하고 재판에 넘긴 과정을 보면 이례적이고 집요했다. 이 사건은 지난 2월16일 박씨한테서 전단을 건네받은 사람들이 대구 수성구 새누리당 대구시당 들머리에서 40여장을 뿌리는 행위극을 한데서 비롯됐다. 통상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수사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명예훼손 사건과 달리, 박 대통령의 고소가 없었는데도 경찰이 알아서 수사에 나섰다.

경범죄 처벌법 위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명예훼손 등 경찰이 박씨 등에게 보낸 출석요구서에 적힌 혐의는 매번 바뀌었다. 박씨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과잉 수사”라며 대구 수성경찰서 들머리에 개사료를 뿌리며 항의했다. 박씨는 결국 지난 4월28일 체포됐다. 검찰은 재판에서 ‘정윤회 염문을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 등의 전단 내용이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인권 보호를 위해 인신 구속에 신중해야할 법원도 구실을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심 재판을 맡은 대구지법 형사2단독 김태규 판사는 박씨의 구속 기간을 2개월씩 2차례 연장해 6개월 동안 구속했다. 구속 기간이 끝나가자 김 판사는 검찰이 추가 기소한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직권으로 영장실질심사를 해서 박씨의 구속영장을 또다시 발부했다. 박씨의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박씨 변호를 맡은 류제모 변호사는 “박씨가 만든 전단 내용은 비판적인 의견의 표명일 뿐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고 본다. 설령 사실의 적시라고 본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관한 비판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에 나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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