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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야당의 분열이 과연 집권 여당만을 이롭게 하는 것일까? 야당의 분열이 정권만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제1야당의 당권을 잡고 있는 세력이 제구실을 못하여, 이를 교체하고자 하는 대안세력이 나서서 야당 간의 경쟁을 통해 제1야당을 교체하여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였던 예가 있었다. 반면 닥치고 연대, 무조건적 통합의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낳아 지난번 총선 및 대선처럼 오히려 여당의 승리에 기여하기까지 한 경우도 있다.

  • 바베르크
  • 입력 2015.12.16 10:09
  • 수정 2016.12.16 14:12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 창업자이고, 대표를 지냈던, 안철수 의원이 12월 13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안철수 의원은, 현재 새정련의 당권을 잡고 있는 문재인 대표 등의 이른바 친노 세력으로는, 야당을 국민들이 나라를 믿고 맡길 만한 수권정당으로 바꾸는, 혁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거 전망이나 2017년의 정권교체도 어렵기에, 새누리당 정권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탈당한다는 취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위와 같이 현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안 의원 및 그를 따르는 정치세력들이 새로운 정당을 만들게 될 경우 이는 이른바 여와 야의 1 대 1 구도를 무너뜨리고, 1 여 다(多) 야의 구조를 만들어 내 당장 내년 총선에서 전체 야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비판들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시각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에 비판적인 새정련의 주류 세력들의 것임은 물론이고, 이른바 진보지라 불리는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도, 한겨레신문은 보다 노골적으로, 경향신문은 같은 의견을 어조는 누그러 뜨려서, 각각 사설로 싣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야당의 분열이 과연 집권 여당만을 이롭게 하는 것일까? 야당의 분열이 정권만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아래에서 보듯이 제1야당의 당권을 잡고 있는 세력이 제구실을 못하여, 이를 교체하고자 하는 대안세력이 나서서 야당 간의 경쟁을 통해 제1야당을 교체하여 국민들의 열망에 부응하였던 예가 있었다. 반면 닥치고 연대, 무조건적 통합의 경우 오히려 부작용만 낳아 지난번 총선 및 대선처럼 오히려 여당의 승리에 기여하기까지 한 경우도 있다.

1. 분열된 야권과 탈당한 창업자들, 민주화를 쟁취하다.

신군부 전두환 독재 정권인 이른바 5공화국 때 치러진 1985년 2.12 총선은 기존 제1야당에 만족하지 못했던 세력들이 아예 신당을 차려 성공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때도 정권에 순치(馴致)되어 투쟁 흉내만 내던 관제 제1야당인 민주한국당이 존재하고 있었다. 반면에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얼마 전 별세한) 김영삼 등은 재야에서 정치규제에 묶여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정치규제에서 풀려나자 1985년 2월 12일 총선을 앞두고 신한민주당(약칭 신민당)이라는 신당을 만들게 된다.

이때도 여당 2중대였던 관제 제1야당 민주한국당은 신당은 야당 분열이라며 날뛰면서 이에 반발하였다. 그러나, 말만 앞세우며 독재정권과 짬짜미 해오던 민주한국당을 국민들은 냉정하게 심판했고, 신당을 제1야당으로 만들어 주었다. 결국 제2야당으로 전락한 민주한국당은 총선 후 당선된 의원들마저 대거 신당에 합류하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렇게 기존 제1야당 교체를 이룬 신민당은 강력하게 대통령 직선제 쟁취 투쟁을 벌여 나갔다.

만약에 제1야당인 민주한국당을 중심으로 여당과의 1 대 1 구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만 되뇌었다면, 과연 신군부의 독재 정권에 균열을 일으키고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일이 가능했을까?

그뿐이 아니다. 이렇게 100석이 넘는 거대 야당이 된 신민당 내에서 독재 정권과의 타협을 하려는 움직임이 당시 당 대표 격인 총재 이민우와 그 비서실장 홍사덕(이 분은 나중에 친박으로까지 변신해 민낯을 드러냄)을 통해 소위 이민우 구상이라는 이름으로 흘러 나오자 김대중 전 대통령님과 김영삼은 자신들이 만든 정당인 신민당도 깨고 나와서 통일민주당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창업주가 이 당으로는 안 되겠구나 싶으니까 앞장 서서 분당을 한 것이다. 이렇게 신군부에 타협적인 세력들과 분당도 불사하면서 갈라서고 난 덕분에 1987년 6월 항쟁도 가능해진 것이었다. 적전(敵前)분열은 안 된다면서 신군부와 타협하려는 세력들을 계속 끌어 안고 가고 있었다면, 과연 민주화가 가능했을까?

2. "닥치고 연대"로 만든 여야 1 대 1 구도, 여대야소 국회와 박근혜 정권의 탄생을 돕다.

반면에 지난 2012년 4월에 치러진 지난 번 국회의원 총선거그 해 12월에 치러졌던 대통령선거는 어떠했는가? 총선에서는 소위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가 이루어져서 거의 모든 지역구에서 이른바 여야 1 대 1 구도가 만들어졌다. 대선에서도 안철수 후보가 사퇴하고 문재인 후보를 도왔으며, 대통령 후보들 간의 TV토론까지 나왔던 통진당의 이정희 후보까지 사퇴하여 역시 문재인 후보로의 사실상의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총선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훨씬 넘는 의석수를 차지하여 새누리의 승리로 끝났고,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정권을 이어 가고 있다.

지난 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는 1 대 1 야권 연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당시의 제1야당 민주당은 무원칙하게도 친북(親北) 성향으로 비판받던 통진당과도 연대를 하였다. 그러나 이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의 유권자들은 물론이고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을 중도적 성향의 유권자들까지 야권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더군다나 단일화 경선 과정에서 통진당측에서 저질렀다고 알려진 부정 등과 같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은 오히려 유권자들이 야권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생한 지난 대선은 어떠한가? 이른바 시민사회와 야권에 우호적인 언론 등이 역시 기존의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야권 전체의 단일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총공세를 펼치는 가운데 여론조사상으로는 박근혜와의 양자 대결에서 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여겨지기도 했던 안철수 후보는 사퇴하여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통진당 후보 이정희의 경우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강력하게 비판한 후에 사퇴를 하여 역시 여야가 1 대 1 대결을 펼쳤다. 그러나 역시나 단일화 과정의 석연치 않은 모습이나 역시 통진당과 사실상 연대를 추진한 것이 아니냐 하는 점은 오히려 감표 요인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3. 결론을 대신하여

엄중한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올바른 길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야당사의 거목들은 분열이나 분당, 야-야 대결을 결코 두려워 하지 않았으며 그런 결단을 통해 제대로 된 야당이 누구인지 직접 국민의 심판을 받았고, 이를 통해 정권교체/민주화까지 끌어냈다. 반면에 소위 여야 1 대 1 구도가 만들어지더라도, 이념과 성향이 다른 세력들을 무리하게 통합시키고 무원칙하게 연대를 하다가 그 과정에서 표의 확장성을 잃게 될 경우에는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처럼 여당이 승리하는 일도 있었다.

결국 야권의 돌파구도 무조건 통합, 닥치고 연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이유 있는 분당과 선명한 분열을 통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음으로써 열리는 것이 아닐까? 더군다나 바로 직전 총선과 대선에서 앞에서 본 것과 같은 무원칙한 통합과 연대만을 야권이 고집하다가 패배하였는데도 이번에도 또 다시 같은 구호만을 되풀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야당,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PS. 그러고 보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을 우리 현대사에서 유명하게 만든 초대 대통령 이승만조차 결국 대통령이 되었던 것은 북한의 김일성 독재체제와 결별해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하였기 때문이라는 점도 아이러니 하고, 이승만을 누구보다도 미워할 것 같은 지금의 제1야당의 주류 세력이 하필이면 이승만이 해방된 조국에 와서 당시 한국인들에게 외쳤다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에 결사적으로 매달리는 것도 더욱 웃픈 느낌적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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