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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뭐니 뭐니 해도 재방송은 머니'

종합편성채널 JTBC는 금·토요일 저녁 8시30분마다 2011년으로 회귀한다. 개국 작품으로 선보였던 미니시리즈 <빠담빠담>을 다시 방영하고 있다. 재방송은 흔한 일이지만, 드라마 정규 시간대를 재방송으로 채운 경우는 드물다. 본방송 때와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전작 <디데이>를 넘어선다. 같은 시간대 경쟁 채널인 tvN의 <응답하라 1988>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받지만, 방송사 입장에서는 ‘본방송보다 나은 재방송’이다.

‘재탕’ ‘삼탕’ 비판 속에서도 재방송이 방송사의 생존 카드로 활용되는 시대다. 같은 프로그램 재방송의 인기로 본방송 시청률이 오르는 역주행 현상도 일어난다. 유부남 배우들은 재방송 출연료가 비상금으로 쏠쏠하단다. 방송 관계자들은 “재방송 비중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상황이지만, 재방송 효과가 과거보다 좋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재방송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올해 tvN에서 가장 많이 재방송된 '삼시세끼-어촌편'

■ “재방아 고마워!” 본방 역주행 현상 지상파 예능과 드라마의 경우 아침드라마와 일부 일일드라마 빼고는 여러 플랫폼을 통해 모두 재방송된다. 재방송 횟수는 본방송 인기와 비례한다. 시청률 높은 프로그램이 재방송으로 선호된다. <무한도전>은 2013년 기준으로 1주일에 90회(여러 채널 종합)나 방송됐고, <대장금>은 지상파 드라마 처음으로 4방(네번째 재방)됐다. 최근에는 <삼시세끼>가 재방 대세다. tvN 신종수 편성전략팀장은 “올해 tvN에서 재방송을 가장 많이 한 프로그램은 <삼시세끼-어촌편1>로, 1주일에 10번 정도 재방송됐다”고 말했다.

<응답하라 1988>도 7~9회 정도다. 본방 시청률이 높으면 대개 재방 시청률도 높지만, 추리 예능이 쏟아지는 최근에는 이 공식도 깨졌다. 신종수 팀장은 “<지니어스>는 본방에서 결과가 나와 재방 시청률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했다. <에스엔엘(SNL) 코리아>처럼 생방송으로 봐야 묘미가 사는 프로그램도 그렇다. 재방이 본방 시청률을 높이는 역주행 사례도 있다. <수요미식회>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시청률이 잘 나오지는 않았는데, 재방송을 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이후 본방송 시청률도 올라갔다고 한다.

■ 재방 편성 둔 치열한 머리싸움 재방 역할이 재평가되면서, 재방 편성 전략도 고도화하고 있다. 지상파도 미국 드라마의 몰아보기에 익숙해진 시청 패턴을 고려해 ‘몰아보기’식 재방 편집을 따로 할 정도다. MBC 관계자는 “월화에 방송한 미니시리즈 2편을 붙여서 재편집해 한 편처럼 내보내면서 몰입도를 높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일드라마는 1~5회를 몰아서 내보내기도 한다. 시간대별 시청층을 조사해 편성하는 등 본방송 못지않은 머리싸움도 펼쳐진다. 신종수 팀장은 “시청자 선호도를 조사했더니 주중 낮 시간대는 요리와 토크를 보고 싶어해서 <집밥 백선생><수요미식회>등을 배치했다”며 “tvN에서는 토요일은 예능, 일요일에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타사에 대응하는 맞불전략으로도 활용된다. 지난 10월에는 유재석이 진행을 맡아 기대를 모은 JTBC의 <슈가맨>첫회에 맞서 동시간대 경쟁 채널인 tvN이 <삼시세끼 어촌편2> 8회를 8방했는데, 시청률이 더 잘 나왔다고 한다.

■ 재방 10번이면, 출연료도 10번? 재방송도 출연료가 있다. 지상파 3사 기준은 같다. 재방은 기본출연료의 20%이고, 삼방은 12%, 사방 이후는 10%다. 재방, 삼방, 사방에 관계없이 3사 모두 오전 1~6시 심야 시간대는 7%로 같다. 재방 출연료는 2003년부터 지급했다. 탤런트, 성우, 코미디언 등 출연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결성된 한국방송실연자협회 송영웅 사무처장은 “처음에는 13% 정도였는데 2006년에 20%가 됐다. 방송사 사정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이후 더이상 올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본방 출연료는 회당 1억원 등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재방송 출연료는 상한선이 있다. 한국연기자방송노동조합과 방송 3사가 정한 등급을 기준으로 한다. 성인의 경우 6~18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70분 미니시리즈 기준으로 최고인 18등급의 회당 출연료는 한국방송 184만9300원 등 3사 모두 200만원 안팎이다. 회당 1억원을 받는 배우라 할지라도 재방송 출연료는 200만원의 20%를 가져가는 것이다. 케이블에서 지상파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면 복제권이라고 그 금액의 일부를 배우들한테 주는 등 플랫폼마다 다르다. 케이블 프로그램 출연 때는 재방송 출연료까지 한꺼번에 받기도 한다.

■ 재방송 톱스타는 따로 있다! 재방송의 세계에서는 출연 빈도가 많은 배우들이 톱이다. 송영웅 사무처장은 “상한선이 있어서 1년에 한 편 출연하는 것보다 고정 출연자로 3~4편에 출연하면 재방송 출연료가 더 많다”고 말했다. 아버지로 자주 나오는 중견 탤런트가 현빈 등 한류스타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다. IPTV 등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는 배우들보다는 예능인이 더 쏠쏠하단다. 2014년 약 1억원을 받은 재방송 출연료(티브이 재방송료+해외·케이블 복제료+아이피티브이 전송료 등을 모두 합친 금액) 1위도 유명 예능 엠시라고 한다. IPTV나, 해외판권 등으로 판매하면 일정 금액을 출연자들한테 출연료 대비 퍼센티지로 나눠주기 때문에 출연자가 별로 없는 인기 예능의 톱 예능인이 더 유리한 것이다. 2014년 전체 재사용료는 216억7000만원인데, 재방, 삼방 등 티브이 재방송료로 나간 금액은 140억7900만원이고, 해외 복제료 14억9400만원, 국내 복제료(케이블 TV 등 방송사 간 판매한 것)는 49억5500만원, IPTV 등 전송사용료가 11억3900만원이었다.

재방송 출연료는 유부남 배우들한테는 아내 몰래 꼬불쳐두는 비상금으로 쏠쏠하다. 한 남자 배우는 “지상파는 분기별로 1번, 일년에 총 4번 나오는데 잊고 있다가 통장에 찍히면 로또에 당첨된 듯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남자 배우는 “아내가 재방송 출연료가 나오는 걸 모르면 비상금이 되지만, 알기 때문에 나는 해당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송영웅 사무처장도 “이번달은 다른 통장으로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이들도 있지만, 절대 안 되는 일”이라며 웃었다. 한국방송실연자협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이 비상금도 받을 수 없다. 현재 영화 및 방송 활동을 하는 연예인의 99.5%는 가입돼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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