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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광화문역에 모셔진 '홈리스 50명의 위패'(사진)

ⓒ연합뉴스

김문경, 송인식, 무명남, 장몽수, 무명녀, 무명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사 안 한쪽에 붉은 카펫이 깔리고 위패 50개가 모셔졌다. 위패마다 앞에 흰 장미 한 송이가 놓였고, 어떤 위패는 붉은 목도리로 감싸져 있었다. 올해 사망한 노숙인·무연고자의 혼을 모신 위패들이다.

무연고자의 장례를 치러주는 복지단체인 '나눔과 나눔'과 노숙인인권 단체 홈리스공동행동 등 44개 단체로 구성된 '2015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14일 오후 2시 광화문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숙인·무연고 사망자 시민추모관의 개관을 알렸다.

시민추모관에 모셔진 위패마다 하나씩 고인의 이름이 있었지만, 일부 위패에는 '무명남'이나 '무명녀'라고만 적혔다.

카자흐스탄 태생의 재외동포 3세 염알렉산더씨의 위패와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다니엘씨의 위패도 눈에 띄었다.

50개의 위패 옆으로는 제단을 차렸다. 향과 초를 피우고 밤, 대추, 곶감, 배 등 과일과 한과를 올린 제단 위로는 상징적으로 '고 홈리스 신위', '고 무명남 신위', '고 무명녀 신위' 등 위패 셋을 세웠다.

기획단은 기자회견문에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가 사체 인수를 포기한 고립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 지난해 한 해에만 1천명을 넘어섰다"면서 "가난하든 연고가 있든 없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적절한 장례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공영장례 제도의 도입과 현재 75만원에 불과한 기초생활보장 장제 급여의 현실화를 요구하자"고 말했다.

이동현 홈리스공동행동 상임활동가는 "1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고 낮은 길이가 가장 짧은 동지가 홈리스들의 삶과 닮아 있어 2001년부터 15년째 동짓날 추모제를 열고 있다"며 "가난하거나 연고가 없는 사람은 관혼상제의 예를 치르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제단 앞에 늘어서 노숙인·무연고 사망자들에게 헌화하며 넋을 기렸다.

더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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