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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2년 뒤, DJ나 박근혜가 될 수 있을까

ⓒ연합뉴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탈당함에 따라 이제 신당 창당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분당이 되면 무조건 불리할까. 얼마나 세를 모으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 1여당, 4야당(새정치, 정의당, 안철수 신당, 천정배 신당)으로 분리될 경우 여당이 다수가 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안 대표는 2년 뒤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 1996년 총선 DJ는 위기였지만, 대선후보가 됐다

국민회의 선대위 발족식의 모습.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인다.

1992년 대선 패배로 정계 은퇴를 선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6년 4월 총선을 불과 8개월을 앞두고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야권 분열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DJ가 세운 국민회의는 79석을 얻어 제1야당의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DJ의 신당 창당으로 국민회의, 민주당, 자민련 등 3개의 야당의 으로 인해 다수석을 얻지는 못해 '야권 분열 책임론'에 직면하게 됐다.

1987년 대선 당시 야권 분열의 책임 논란에 시달렸던 DJ에게 1997년 대선에 나설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거셌다. 그럼에도 DJ가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당시 국민회의 주요 당직을 맡았던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호남의 지역 기반이 워낙 튼튼했고, DJ를 대체할 만한 다른 주자가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12월14일)

결국 안 전 대표가 호남과 영남, 수도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낼 경우 물론 야권 분열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향후 2년이 채 남지 않은 시간동안 대권 승부수를 걸 기회는 현실적으로 이번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승부수를 던졌을 가능성이 높다.

2. 친박연대의 '컴백홈' 뒤에는 강력했던 '박근혜'가 있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번 탈당에 대해 '새정치의 실현' 그리고 '혁신' 등의 구호를 내세우고 '새누리당을 이길' 정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이런 명분에 대해 얼마나 동의를 해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출신의 MB가 대통령이던 시절, 당시 ‘친박’으로 분류되던 의원들은 이른바 공천학살을 당하며 한나라당에서 대거 탈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2008년 3월, 당시 비주류였던 박근혜 의원은 지도부가 이른바 '친박 학살'을 했다며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비난했습니다. 지원 유세 거부를 선언했고, 공천에서 떨어진 서청원, 홍사덕, 김무성 의원 등은 집단 탈당했습니다. 공천에 대한 비판 여론에다 영남권 영향력을 기반으로 26명이 당선됐고 이후 한나라당에 복당했습니다. (12월13일, TV조선)

사실상 '박근혜'라는 이름 하나 걸고 무려 26명이나 당선된 이 사례는 결국 박근혜로 대변되는 표심이 한나라당이 아닌 이들에게 명분을 던져줬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안철수 이런 돌풍을 만들만한 인물과 카드를 가지고 있을까. 아직은 신당 창당계획조차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전망하기는 어렵다.

3. 열린우리당은 가장 빨리 일어섰다 가장 빨리 망했다

열린우리당은 한국 정치사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짧은 시간에 소멸한 정당이다. 2003년 3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에 반발한 당시 여당 의원들이 집단 탈당 사태가 발생했다.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한 김근태·정동영·천정배·정세균·신기남·문희상·원혜영·송영길 의원 등 40명과 유시민 의원 등 개혁국민정당 세력, 한나라당을 탈당한 ‘독수리 5형제’로 불렸던 이부영·이우재·김부겸·김영춘·안영근 의원 등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47명짜리 ‘초미니 여당’이었다. 그런 열린우리당이 2004년 4월 총선에서 대박을 쳤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문이었다.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시위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국회 의석이 단숨에 105석이나 늘어났다. (중앙일보, 12월13일)

그러나 그뿐이었다. 열린우리당은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지리멸렬했고, 집권여당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사립학교법 등 개혁입법안들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인기 추락과 맞물려 열린우리당은 창당 5년만에 김한길 전 의원 등의 탈당으로 2007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안철수 전 대표가 향후 남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처럼 돌풍을 일으켜 제1야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아주 희박하다. 내년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4개월 남짓한 시간에 안철수와 함께 하는 이들이 얼마나 안 전 대표가 말한 '혁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일지 검증하기엔 미지수다. 과연 '안철수 신당'의 정치개혁은 ‘열린우리당’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을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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