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2일,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스탠리 큐브릭, ‘NASA의 달 착륙 영상을 만든 것은 나다’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후 SNS를 통해 공유되며 화제가 된 이 글은 ‘컨스피러시 뉴스’란 매체가 쓴 기사를 복사해 붙인 것이었다. 제목 그대로인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샤이닝’, ‘풀 메탈 자켓’, ‘아이즈 와이드 셧’ 등을 연출했고, 지난 1999년 3월에 사망했던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이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즉, 인류는 달에 착륙한 적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이 내용은 15년 만에 공개됐다는 스탠리 큐브릭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알려졌다. 영국의 영화 제작자인 T. 패트릭 머레이는 오랫동안 큐브릭과의 인터뷰를 준비했고 1999년 3월 4일 그와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컨스피러시 뉴스’가 인용한 ‘ yournewswire.com’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패트릭 머레이는 인터뷰에 앞서 88페이지 분량의 기밀 유지 서약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이 인터뷰를 앞으로 15년간 공개하지 않을 것이란 약속도 포함된 서약서였다.

지난 8월, 유튜브에 공개된 이 영상에서 스탠리 큐브릭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미국 대중들에게 엄청난 거짓말을 했어요. 미국 정부와 NASA가 개입한 이 일에 대해 나는 상세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달 착륙은 모두 가짜에요. 그걸 찍은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

이 대화는 다음 아고라와 한국의 SNS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에 관한 음모론은 지난 수십년 간 제기되어 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MBC ‘서프라이즈’ 였다면 ‘진실 혹은 거짓?’이라며 시청자들을 유혹했을 게 분명한 이야기였다. 이에 대해 해외 매체들은 모두 ‘페이크’라는 판정을 내렸다.

1. 이건 T. 패트릭 머레이가 만든 영화 ‘슈팅 스탠리 큐브릭’(Shooting Stanley Kubrick)의 푸티지 중 하나다.

‘snopes’란 해외 매체는 실제 온라인상에 있는 ‘Shooting Stanley Kubrick’(shootingstanleykubrick.com)의 홈페이지에 주목했다. 이곳에서는 이 작품을 소개하며 위의 영상에서 주장했던 내용을 요약해 설명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이 홈페이지에서 패트릭 머레이는 자신이 1999년 5월에 스탠리 큐브릭을 만났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스탠리 큐브릭은 1999년 3월에 사망했다.

2. 스탠리 큐브릭의 목소리가 실제와 다르다.

물론 날짜의 오류는 ‘March’와 ‘May’를 혼동한 탓에 나온 실수일 수 있다. 하지만 ‘snopes’는 이 영상이 가짜라는 또 다른 증거를 내세웠다. 영상 속 스탠리 큐브릭의 목소리와 실제 스탠리 큐브릭의 목소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래는 지난 1997년, 어느 시상식에서 연설을 했던 큐브릭의 모습이다. 비교해서 들어보자.

3. 그리고 무편집 버전 인터뷰를 보면 그가 스탠리 큐브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래 영상에서 14분이 지난 시점에 드러나는 사실이다. 인터뷰를 하던 패트릭 머레이는 큐브릭을 향해 ‘톰’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는 그에게 다음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가 말했다고 하지 말아요. 당신이 하는 말이 그가 하는 말이에요. 톰, 난 지금 디렉션을 주는 거예요. 그(리차드 닉슨)를 흉내낼 필요없어요. 당신은 말을 전하는 게 아니라, 했던 말을 다시 하는 거예요 ... 우린 이걸 공개 형식으로 끼워넣을 거예요."

IMDB에 따르면, T. 패트릭 머레이는 약 4편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자, 작가이다. 이 가운데 2편은 ‘The Last Game’과 ‘Sex, Lives & Videotape’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다. ‘snopes’는 아직 그가 이 영상이 페이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래는 그가 연출한 ‘슈팅 스탠리 큐브릭’의 예고편이다. 지난 6월, 유튜브에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