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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에 첫 연애를 시작한 그녀

이제 막 남자를 만나기 시작한 그녀는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다. 20~30대를 학업과 일에 몰두해 보내고 어느덧 41세된 지금은 자기 분야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전문가가 됐지만, 연애에서만큼은 이제 막 이성에 눈뜬 사춘기 소녀처럼 쑥맥이다. 난 대화를 통해 그녀가 남자경험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나이까지 연애경험이 없는 사람이 존재할까 싶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다. 자기 소유의 집도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오른 상황에서 이성을 만나보기로 용기를 낸 것이다.

  • Woongjin Lee
  • 입력 2015.12.15 07:07
  • 수정 2016.12.15 14:12

"남자들은 너무 계산적인 것 같다. 나에 대해 하나하나 스캔하고, 파악하고, 체크하려고 한다. 대학 땐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익숙하지 않다."

"그건 너무 당연하다. 그 나이 때 남자들이 계산적이지 않으면 위선이다. 순수한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 사람은 위선덩어리일 것이다. 결혼은 아무것도 몰랐을 때 해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에 대해 많이 알게 되고, 그래서 단점이 많이 보일 거고, 그러면서 결혼이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단점을 본다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계산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40대 그녀의 데이트코치 요청

오늘도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막 남자를 만나기 시작한 그녀는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다. 20~30대를 학업과 일에 몰두해 보내고 어느덧 41세가 된 지금은 자기 분야에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전문가가 됐지만, 연애에서만큼은 이제 막 이성에 눈뜬 사춘기 소녀처럼 숙맥이다.

난 대화를 통해 그녀가 남자경험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나이까지 연애경험이 없는 사람이 존재할까 싶지만, 실제로는 적지 않다. 자기 소유의 집도 있고,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오른 상황에서 이성을 만나보기로 용기를 낸 것이다.

일러스트/김성규기자

그녀가 나에게 데이트코치 신청을 했다. 다섯달 전 일이다. 나는 그녀에게 10명의 남성을 추천했고, 한 달 동안 다 만나보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복수로 몇 번 더 만나보라 했다. 양다리가 아니냐고 그녀는 걱정했지만, 처음부터 한 사람을 정해놓고 교제하기에 그녀는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 그동안 이성을 거의 안 만나봤기 때문에 그런 경험은 꼭 필요하고, 여러 명을 만나면 판단하기가 더 수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났다. 4명의 남자를 만나면서 그동안 많은 경험을 했을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만난 지 얼마 안됐는데, 손을 잡으려고 한다. 스킨쉽이란 게 그렇게 충동적이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꽉 막힌 건가? 상대가 스킨십을 해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 내키는 대로 해라. 그게 정답이다. 받아주고 안 받아주고는 당신 마음이지 상대 생각해서 안 내키는데 받아줄 필요는 없다. 남녀관계에서 정신과 육체의 비중은 50대50이다. 마음이 어느 정도 움직였다면 몸도 따라가주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그것을 애써 막지 말라. 당신이 지금까지 싱글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나? 이 시간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후회만 남는다. 이성에 대해 느낌을 갖는 것은 당신 인생이 주는 기회이다."

5개월 동안 4명의 남자를 만난 그녀는

"주말이나 제목 붙은 날에 남자가 전화를 안 받는다. 잠수 타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건가? 같이 있고 싶어서 전화하는데 안 받으면 속상하다."

"그러려니 해라. 당신이 만나는 연령대의 싱글이라면 여자가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당신 또한 그렇게 해도 된다. 그 동안 누려온 각자의 자유와 사생활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서로의 느낌에 의해 주변 정리를 하는 것이다. 나만 바라보면 좋겠지만, 그러기에 만난 시간이 얼마 안된다. 그런 거 속상해 하면 당신만 손해다. 그리고 남자라는 동물은 자기 여자라는 생각이 들면 시야가 다시 넓어진다. 따라가면 도망가고, 가만 있으면 돌아오는 습성이 있다. 그것을 잘 이용해야 한다."

그녀가 만난 남자 중 한 명은 2살 연하남이었다고 한다. 신경이 쓰인다는 것을 보니 그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호감이 가는데, 그래서 잘해보고 싶은데, 만날 때마다 그의 표정이 좀 심드렁하다고 할까. 날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데이트할 때 당신이 돈을 더 써라. 그러면 남자 표정 밝아진다. 당신은 연하남보다 경제력이 있다. 남자가 한번 쓰면 당신은 두 번, 세 번을 써라. 그러면 사랑 받는다. 그가 당신의 돈을 보고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 대한 기대치가 분명 있다. 그것을 충족시켜주는 것도 연애전략이다."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러 명 사귀는 건 좋다.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 그것이 뭔가?" "돈 거래다. 당신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는 남자라고 하더라도 돈 얘기가 나오면 그 관계는 끝내야 한다. 그것 말고는 당신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된다. 사랑으로 만나건, 즐기건, 그러면서 좋은 남자를 찾는 거다." 그녀는 얘기를 더 하고 싶은 눈치였지만, 한 시간 이상 되는 전화 통화에 나는 지쳐있었다. 그래서 생리 현상을 핑계로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내일도 전화를 걸어올 것이다. 41세에 첫 연애를 시작한 그녀에겐 데이트코치가 필요할 테니까.

* 이 글은 프리미엄조선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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