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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살 필요가 없다 | 헬조선의 경제학

우리는 헬조선을 맞닥뜨렸습니다. 헬조선 게임을 보십시오. 여전히 죄수의 딜레마적 상황이고, 게임의 결과는 모두가 경쟁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금수저와 흙수저로 표현되는 사회구조는 비대칭적이고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경쟁을 선택했을 때도 금수저의 보수는 아주 큽니다. 금수저는 협력을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헬조선의 절망은 협력적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게임의 룰을 만드는 이들이 금수저이고, 이들은 더 나은 사회를 희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깊은 절망의 이유가 있습니다.

  • 김재수
  • 입력 2015.12.14 05:56
  • 수정 2016.12.14 14:12
ⓒgettyimagesbank

지옥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에서 헬조선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의 전 영역에서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는 서열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스카이를 가기 위해 사교육을 받야야 합니다. 구직자들은 취직을 위해 다양한 스펙을 쌓고, 성형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직장인들은 살아 남기 위해 야근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돋보이기 위해 명품과 대형차를 사고, 소비에서도 경쟁을 펼칩니다. 정당하고 생산적인 노력의 경쟁이 아니라, 소모적인 노오력을 펼치며 헐떡이고 있습니다. 승자의 독식이 날로 커져가고 있고, 패자의 설 곳은 날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이라는 외침에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살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보다 경제학자들은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승자독식 구조가 낳는 자기파괴적 메커니즘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두 사람이 서로 경쟁할 것인지, 협력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다음 표에서 보는 것처럼, 모두가 협력을 선택하면 각각 25을 얻습니다. 상대방이 협력을 선택할 때, 경쟁을 선택하면 30을 얻습니다. 협력을 선택한 상대방은 1을 얻습니다. 모두가 경쟁을 선택하면 각각 2를 얻습니다. 무엇을 선택하겠습니까.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경쟁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협력을 선택했다면, 다 함께 행복할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경쟁은 사실 합리적 선택입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선택하든, 경쟁을 선택하는 것이 언제나 좋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꾸자며 협력을 선택하고, 상대방을 설득해 봅니다. 그러나 상대방의 최적 전략은 여전히 경쟁입니다. 사실 누군가 이렇게 순진하게 행동해 준다면, 대박을 칠 수 있습니다. 순진함으로 세상을 바꾸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줍니다.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특징이 이 간단한 경제 모델에 잘 담겨 있습니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까요. 어떻게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반복 게임을 펼치고, 서로에 대해 신뢰를 쌓는 것입니다. 단순히 게임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협력적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서로 협력하기로 약속하고, 배반시에는 더 이상 협력하지 않겠다는 처벌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합니다. 신뢰는 처벌의 가능성 때문에 유지될 수 있습니다. 둘째, 재분배 정책을 통해 승자독식의 구조를 완화시키는 것입니다. 각각 경쟁과 협력을 선택했을 때, (30,1) 이 아닌 (20,5) 정도로 나누어 갖는다고 해봅시다. 재분배 정책을 반대하는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인센티브의 손실로 인해 전체 이익은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제 협력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 전략입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선택해도, 협력을 선택할 때 자기 이익이 더 큽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처벌과 신뢰의 메커니즘을 통해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것은 영미식 모델입니다. 재분배 정책을 통해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것은 북유럽식 모델입니다. 두 모델은 서로 경쟁적일 필요가 없고, 보완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뢰의 정치와 경제민주화를 원했습니다. 둘은 자본주의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동력입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모든 주요 공약을 포기 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 떳떳합니다. 박근혜의 현재는 박근혜의 과거에 의해 부정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여러 정책들은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상충되고 있습니다. 신뢰라는 단어의 의미까지 오염되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헬조선을 맞닥뜨렸습니다. 헬조선 게임을 보십시오. 여전히 죄수의 딜레마적 상황이고, 게임의 결과는 모두가 경쟁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금수저와 흙수저로 표현되는 사회구조는 비대칭적이고 양극화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경쟁을 선택했을 때도 금수저의 보수는 아주 큽니다. 금수저는 협력을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헬조선의 절망은 협력적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것에만 있지 않습니다. 게임의 룰을 만드는 이들이 금수저이고, 이들은 더 나은 사회를 희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깊은 절망의 이유가 있습니다.

구원은 어디에서 올 수 있을까‬

게임이론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낯선 이들의 참견입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참여한 실험 참가자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경쟁을 선택합니다. 이때, 제 삼자가 게임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들은 게임의 결과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이들은 협력하지 않는 참가자들을 처벌할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이기적인 이들은 게임을 구경합니다. 그러나 협력하지 않는 상황을 보고서, 자기희생적 개입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실험 참가자들은 반복되는 게임에서 협력을 선택합니다.

세상이 어긋나 있을 때, 호의를 베풀고 남을 보살피는 정신을 지닌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더 나은 사회가 가능하다는 믿음을 가지고, 협력하지 않는 이들을 준엄하게 꾸짖습니다. 오랜 절망의 시간을 견뎌 낸 아웅산 수지는 말했습니다.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누군가를 도우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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