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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상가 화재] "선생님들은 마지막에 나왔어요"

  • 허완
  • 입력 2015.12.12 13:05

분당 상가 건물 화재는 야간에 도심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여서 하마터면 상당한 인명피해를 낼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게다가 화재 발생 당시 상가 건물 2층 학원에서는 고등학생 300여명이 수업 중이어서 인명피해 위험은 더욱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재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았던 데에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고 질서있게 학생들을 대피시킨 학원 강사들의 숨은 헌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화재 당시 12층짜리 상가 건물의 2층 학원에서는 17개 교실마다 학급당 10~20명씩 총 300여명이 수업 중이었다.

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상가건물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인명 수색 작업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화염을 맨 처음 본 A수학학원 공상태(38) 강사는 "불길을 보자마자 일단 복도로 나가 다른 교사와 학생들에게 들리도록 '불이야'라고 외친뒤 교실로 돌아와 학생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쳤다"고 말했다.

공씨는 12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로지 아이들과 같이 나갈 수 있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사고 당시를 떠올렸다.

학생들의 대피를 진두지휘하고 사고 현장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공씨는 건물을 뒤덮은 연기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어서 조금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학생들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가기로 결심한 공씨는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가 휴지에 물을 묻혀 학생들이 입과 코를 막은 채로 이동하도록 했다.

강사들은 교실마다 보관하고 있던 손전등과 휴대전화 불빛으로 계단을 비췄고, 무사히 지하 4층까지 내려갈 수 있었다. 워낙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또다른 강사와 학생들은 옥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강사와 학생 전원이 큰 피해없이 밖으로 대피했다.

강사 17명이 마치 약속이나 한듯 저마다 역할을 나눠 건물 곳곳에서 수시로 상황을 주고받으며 신속하게 대응한 게 별 탈 없이 대피하는 데 큰 몫을 했다.

공 강사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동요없이 선생님들을 믿고 따라줘 대피가 수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아 무섭기도 했을텐데 큰소리를 내거나 우왕좌왕하지 않았다"며 "자기 목숨을 선생님에게 맡기고 잘 따라준 학생들이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에도 학원 강사들은 현장에 남아 학생 전원의 소재와 상태를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병원에 가 치료를 받았다.

강사와 학생들의 차분한 대처로 3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귀가했고 이 가운데 1명만이 병원에서 기관지 치료를 받고 있다.

마지막까지 학생들의 안전을 챙기던 강사들의 활약은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사고 수습 및 행정지원 차 병원 응급실을 찾은 홍경래 분당보건소 감염병관리팀장은 "밤 11시가 됐을 무렵 얼굴이 유독 시커메진 남성 3명이 다 늦게 응급실에 들어왔다. 무슨 영문인지 물어봤더니 학원강사라고 했다"며 "아이들 병원 보내놓고 가장 나중에 병원을 찾아온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주변에 있던 학생들이 '우릴 먼저 피난시키고 선생님들은 가장 나중에 나왔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 학부모가 연신 선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더라"고 전했다.

온라인 '맘카페'에서도 강사들을 향한 감사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남자 선생님들이 끝까지 아이들 먼저 챙기고 마지막에 나오셨다고 하더라. 긴박한 상황에서 아이들 챙겨서 구급차 태우는 모습이 얼마나 짠하던지 눈물이 다 났다"라고 전했다.

앞서 11일 오후 8시18분께 수내동 12층짜리 건물 1층에서 발생해 연면적 1만5천㎥ 가운데 2천여㎥와 자동차 3대를 태운 위 1시간10여분만에 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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