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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관 "흑인은 수준 낮은 대학이 어울린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보수적인 견해를 대변해 온 안토닌 스칼리아(79) 대법관이 흑인을 차별하는 발언으로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스칼리아 대법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대법원에서 오스틴 텍사스대학(UT 오스틴)의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대한 위헌 여부를 재심의하던 중 흑인의 학업 능력을 비하해 미국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연방대법원은 논란이 거세지자 당시 심리 때 녹음한 스칼리아 대법관의 육성을 11일 전격으로 공개했다.

위 영상에서 전체 발언을 들을 수 있다.

언론 보도대로 스칼리아 대법관은 흑인 차별 시각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텍사스대학처럼 일부 흑인이 학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대학에 입학하는 게 과연 흑인에게 나은 것인가. 이와는 달리 흑인이 덜 유명하고 좀 수준 낮은 대학 또는 느리게 수업이 진행되는 대학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흑인 과학자의 대다수는 텍사스대학과 같은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라 수업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는, 좀 처진 대학 출신"이라고 덧붙였다.

흑인 학생의 지식 습득 능력이 떨어지기에 명문대학 보다 낮은 수준의 대학에 가는 게 낫다는 것으로 해석될만한 소지가 충분하다.

CNN 방송은 연방대법관 9명 중 유일한 흑인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스칼리아 대법관의 발언에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공립대학이 학생 선발 요건에서 인종을 고려하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을 지닌 인물로 스칼리아 대법관과 사실상 의견을 같이 한다고 덧붙였다.

스칼리아 대법관의 발언이 알려지자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50년 전 앨라배마 주 셀마 행진 때 크게 다친 대표적인 흑인 정치인인 존 루이스(조지아·민주) 하원의원 등이 거세게 항의했다.

리드 의원은 스칼리아 대법관의 발언을 '인종차별주의'로 규정하고 이를 일삼는 공화당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다를 바가 없다고 혹평했다.

그는 스칼리아 대법관이 '법복을 입은 종신직 판사'라는 점만이 트럼프와의 유일한 차이라며 둘을 싸잡아 비난했다.

루이스 의원 역시 "충격적인 발언"이라면서 "흑인에겐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이 어울린다는 스칼리아 대법관의 발언은 수십 년 전 대법원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분리·불평등 학교 교육에 대한 편견을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흑인의 지적 능력이 백인보다 낮기 때문에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받을 수 없다던 차별적인 시각과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연방대법원은 소수인종 우대 정책 탓에 UT 오스틴에 입학하지 못한 백인 학생 에비게일 피셔의 재상고 요청을 받아들여 이 제도를 두 번째로 심의하고 있다.

이 제도 탓에 가난한 백인 학생이 역차별을 받은 대신 중산층 가정의 소수계 학생만 혜택을 봤다는 주장을 연방대법원이 심의하기로 한 것이다.

연방지법과 2심인 항소법원은 소수 인종 전형 제도를 지지한 텍사스대학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대법원은 2013년 대법관 7-1 결정으로 소수계 우대 정책이 헌법에 합치하는지를 재심리할 필요가 있다며 항소법원으로 다시 돌려보냈지만, 항소법원은 지난해 7월 판결에서도 대학 측의 결정이 옳다고 판시했다.

피셔는 UT 오스틴의 인종 정책이 잘못됐다며 다시 대법원에 재심의를 요청했고, 대법원이 이를 수용해 최종 판결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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