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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을 통일 한국의 수도로

통일한국에서 식민지적 차별 질서가 고착되는 위험을 피하려면 수도를 북한으로 이전하는 정책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제국의 수도가 식민지에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수도가 북한에 있으면 북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남한 피지배자보다는 자부심이 있는 통일 한국의 국민으로 느낄 것이다. 개성은 한국 역사상 첫 통일국가인 고려가 도읍으로 정했던 곳이다. 이는 북한과 남한 사람들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삼국 통일 국가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은 미래 한반도 통일의 상징이 될 수 있다.

  • NK News
  • 입력 2015.12.17 11:11
  • 수정 2016.12.17 14:12
ⓒgettyimagesbank

고려의 옛 수도 개성, 통일에 준비된 북한 사람들이 사는 곳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 한반도 통일과 같은 역사적인 사건도 예측하기 어렵다. 내일 갑자기 TV에서 "북한군 간부들이 쿠데타를 일으켰고 청와대에 통일하자고 제안을 보냈다"는 속보가 나올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 70년 이상 분단 상태에 살았던 양 국민이 함께 사는 일이 커다란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두 가지 난관이 있다. 통일 후에 남한 주민들이 북한 주민들을 무시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북한 주민이 남한 주민들을 미워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을 단순히 도와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통일 한국 건설을 위한 동반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두 번째 문제의 해결에는 정치적 조치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바로 통일한국의 수도를 북한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는 통일이 북한을 식민지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식민지화는 문명국가가 상대적으로 발전이 매우 더딘 곳을 자국 영토로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 흡수통일 역시 일종의 식민지화라고 할 수 있다.

통일한국에서 식민지적 차별 질서가 고착되는 위험을 피하려면 수도를 북한으로 이전하는 정책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제국의 수도가 식민지에 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수도가 북한에 있으면 북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남한 피지배자보다는 자부심이 있는 통일 한국의 국민으로 느낄 것이다.

평양은 수도로 걸맞지 않다. 김씨 정권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특별한 여행증명서 없이 들어갈 수조차 없고, 김정은 정권의 권위를 상징하는 이 도시는 통일한국의 수도로서의 이미지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이에 반해 개성은 통일 한국의 수도로 적합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먼저 개성은 한국 역사상 첫 통일국가인 고려가 도읍으로 정했던 곳이다. 이는 북한과 남한 사람들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삼국 통일 국가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은 미래 한반도 통일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또한 개성은 남한과 북한의 역사가 중첩된 곳이다. 알다시피 개성은 38선 이남에 위치하여 1950년에 한국 전쟁 발발 이전에는 대한민국 땅이었다. 개성에는 아직까지 이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때문에 개성 주민들이 다른 북한 사람들보다 남한의 원래 모습을 더 잘 알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들은 전쟁 전을 기억하는 개성의 어르신들로부터 남한 정부 아래서 살았던 경험을 들었을 것이다.

이보다 훨씬 중요한 점은 개성공단의 존재이다. 개성공단에서 남북 주민들은 매일같이 소통한다. 공단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북한 정권이 숨기고 싶어 하는 사실들을 알게 된다. 즉 한국은 빈곤한 미제의 식민지가 아니고, 대한민국 정부는 '괴뢰역적 패당'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가족, 친구들 역시 '남조선'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북한에서 개성 주민들보다 통일에 더 잘 준비된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지리적인 것이다. 개성은 한반도 중심에 있는 도시이며, 서울과 평양 사이에 위치한다. 통일이 되면, 서울 사람들도 평양 사람들도 개성에 쉽게 방문하거나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휴전선 옆에 있는 개성을 수도로 조성하는 일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개성이 통일 한국의 새로운 수도가 된다면 서울과 평양의 엘리트들은 개성에서 만나게 된다. 성공적인 통일의 필수적인 조건인 통일 엘리트 결집 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통일 한국 건설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수십 년이 더 걸릴 수도 있는 일이다. 개성을 통일 한국의 수도로 삼는 것은 안정적이고 순조로운 통일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글쓴이 이휘성은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메인사진의 출처는 Wikimedia입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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