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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들을 환영하는 캐나다의 품격

  • 허완
  • 입력 2015.12.11 13:24
  • 수정 2015.12.12 11:56

캐나다의 '1등 신문'(발행부수 기준)인 토론토스타가 10일자 신문 1면에 시리아 난민들을 환영하는 특별 사설을 냈다. 제목은 '캐나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다.

이날은 캐나다가 수용하기로 한 시리아 난민 2만5000명 중 1진인 164명이 토론토 피어슨 공항에 도착하는 날이었다. 이들은 10일 오전, 캐나다 공군의 수송기에 몸을 싣고 베이루트 공항을 출발했다. 164명 중 가장 많은 112명은 토론토에서 정착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토론토스타는 "여러분은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더욱 밝게 빛내주셨습니다"라며 난민들에게 따뜻한 환영 인사를 건넸다.

사설 전문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캐나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알란 와 살란(Ahlan wa sahlan).

가족과 함께 오셨군요.

여러분은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시즌을 더욱 밝게 빛내주셨습니다.

토론토 시민들은 몇 달 내에 캐나다를 새 삶의 터전으로 선택하고 우리 나라에 도착할 시리아 난민 2만5000명 중 첫 번째 그룹을 맞이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먼 길을 오셨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더 이상 난민이 아닙니다.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지내야 했던 과거는 이제 끝났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영주권을 얻은 캐나다의 주민입니다. 모든 권리와 보호, 기회를 누리실 수 있습니다.

토론토는 다마스쿠스나 알레포보다 아마 조금 더 큰 도시일 겁니다. 날씨도 훨씬 추울 거에요. 하지만 모두가 친절하게 여러분을 맞이할 겁니다. 토론토는 다양성을 소중히 여기는 곳입니다. 그건 우리의 강점이죠. 캐나다인들은 여러분의 나라가 분열되는 모습을 지켜봐왔고, 여러분들이 끔찍하고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 악몽같은 시간들을 지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건 과거의 일이 됐습니다. 우리는 여러분들이 새로운 출발을 하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온화한 날씨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아마도 곧 파카나 벙어리장갑, 부츠 같은 것들을 챙기셔야 할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스키나 스노우보드, 아이스 스케이트, 터보건(toboggans)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겨울을 견뎌내는 게 아니라, 겨울에 몸을 맡겨버리거든요.

아랍어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실 텐데요, 당신이 길거리에서 듣게 될 이곳의 사투리도 있습니다. 우리 도시, 토론토는 '토로나(Tronna)로 발음됩니다. 하키팀은 리프스(Leafs)라고 합니다. 메이플 리브스(단풍나무잎)가 아니에요. 또는 버즈(Buds)라고도 합니다. 대중교통 체계는 레드 로켓(Red Rocket)이라고 부릅니다. 루저를 지칭할 때 여기에서는 호저(hoser)라고 해요. 누군가 짜증나게 할 때는, 치즈드(cheezed) 된다고 표현하죠. 커피를 사러 갈 때는 티미스 런(Timmy’s run)을 간다고 하고요. 그리고 우리는 모든 문장을 'eh'로 끝내곤 합니다.

이 정도면 다 된 것 같네요, eh.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그나저나 온화한 날씨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아마도 곧 파카나 벙어리장갑, 부츠 같은 것들을 챙기셔야 할 겁니다. 아이들에게는 스키나 스노우보드, 아이스 스케이트, 터보건(toboggans)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토론토 메이플 리브스, 2015년 12월5일. ⓒAP

이 신문은 또 '난민들에게 : 캐나다에 대해 알아야 할 10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준비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이런 내용들이 담겨 있다. (* 부러움 주의)

1. 영하 40도에 달하는 캐나다의 추위

2. '쏘리'를 입에 달고 사는 캐나다인들의 에티켓

3.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하키의 매력

4. 거의 모든 음식과 함께 나오는 프렌치 프라이

5. 알고보면 세계적인 예술가와 연예인을 많이 배출한 캐나다의 문화

6. 요즘 대세남인 캐나다 출신 래퍼 겸 배우 드레이크(Drake)

7. 캐나다인들이 알리기 꺼려하지만, 알고보면 캐나다 온타리오 출신인 저스틴 비버...

8. 술을 엄청 좋아하지만 종교적 이유의 금주를 존중하는 캐나다인들

9. 비행기가 아니고서는 여기에서 거기로 갈 수 없을 만큼 넓은 땅덩어리

10. 표현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 권리자유헌장, 인권을 수호하는 인권위원회, 시민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자유롭고 열려있는 미디어, 한다고 약속한 일은 반드시 하는 정부, 난민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서비스들, 그리고 당신의 성공을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

Canada: PM Justin Trudeau welcomes Syrian refugees - BBC News

한편 토론토스타 보도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장관들 및 토론토 시장과 함께 공항에 직접 나가 난민들을 환영했다.

트뤼도 총리는 "비행기를 탈 때는 난민이었지만, 사회보험 번호와 건강카드, 완전한 캐나다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영주권 시민이 되어 이 터미널을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건 우리가 이 나라에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캐나다인을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 배경으로 규정하는 대신, 캐나다인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유하는 가치들과 포부, 희망,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시리아 난민 수용은 지난 총선에서 자유당이 내걸었던 공약이었다. 지난 10월 10년 만에 보수당을 꺾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자유당 정부는 이후 난민 수용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범정부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우리는 캐나다인을 피부색이나 언어, 종교, 배경으로 규정하는 대신, 캐나다인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유하는 가치들과 포부, 희망,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로 규정합니다."

캐나다 정부는 올해 안에 2만5000명을 수용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주거시설 마련 등 일정 때문에 이를 내년 2월로 연장했다. 지난달 말 발표된 최종 계획에 따르면, 올해 연말까지는 모두 1만명의 시리아 난민이 캐나다에 입국할 예정이다.

지난달 파리 테러 이후, 캐나다에서도 난민 수용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졌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국민은 인종주의와 증오에 저항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하며 흔들림 없이 난민 수용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캐나다는 유엔 난민기구와 긴밀히 협의해 요르단, 레바논, 터키 등에서 난민 심사를 벌였으며, 이민부 등 관련부처를 비롯해 정보기관, 경찰 등도 이 작업에 참여했다. 여성과 가족이 우선 선정 대상이었고, 성소수자도 수용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1인 남성'은 보안 상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되, 성소수자일 경우는 예외로 했다. 고아의 경우는 캐나다에 연고가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심사와 개별 인터뷰, 건강 검진 등의 과정을 거쳐 캐나다로 들어오는 시리아 난민에게는 입국과 동시에 영주권이 부여된다. 난민들은 입국 직후 곧바로 퀘벡주 등 36개 지역에 분산돼 현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정착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캐나다 정부는 난민 정착을 위해 앞으로 6년 동안 5억6400만~6억7800만 캐나다달러(4876억원~5862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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