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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법 스님, "고통의 현장 떠나면 종교는 설 자리가 없고 필요도 없다"

  • 허완
  • 입력 2015.12.11 10:08
  • 수정 2015.12.11 10:09

조계사에 은신 중이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끝까지 대화로 설득했던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도법 스님은 "종교는 고통의 현장을 떠난다면 설 자리가 없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싸움의 불길이 활활 타오른다면 불길을 가라앉히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부처는 살아있을 때 만민이 모두 평등하다고 했는데, 이는 당시 체제로 보면 매우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발언이자 몸짓이었다"면서 "종교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고 절망스럽게 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불어 갈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도법 스님이 조계종 화쟁위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화쟁위원회는 조계종이 지난 2010년 대화와 상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 '화쟁'(和諍)은 다양한 종파와 이론적 대립을 소통시키고 더 높은 차원에서 통합하려는 불교 사상이다.

회견에 함께 참석한 정웅기 화쟁위 대변인은 '소도' 논란에 대해선 "법질서 존중과 소도 역할이 대립한다면 화쟁위도 법질서 존중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많은 사람이 법을 존중하고 준수하는 풍조가 만들어진다면 소도는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법 스님은 한국사회를 공평하고 실력 있는 심판 없이 선수들만 격렬히 뛰는 운동 경기장에 비유하면서 "화쟁위원회는 특정한 어느 편에 서서 문제를 다루지 않고, 선수를 만나게 하고 대화하게 해서 바람직한 합의를 도출해 보고자 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말했다.

도법 스님은 지난하고 합의점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20여일간의 대화를 떠올리면서 한 위원장을 "이질적인 사람"이라고 평했다.

다른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가진 불교계와 한 위원장이 만난 상황에 대해 "차분하고 충분하게 소통할 수 없었고 불만과 억울함, 서운함이 다 있다"고 소회를 소개한 뒤 "서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이 세상은 함께 살도록 돼 있다는 기본 기조를 지켰다"고 털어놨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자진출두 형식으로 일주문을 나서며 도법스님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법 스님은 "만나고 대화하고 지혜와 마음을 모아내는 과정에서 한 위원장 개인이나 민노총 입장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자진 출두라는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한 뒤 "2차 민중총궐기 이후 평화의 기운을 손상하지 않도록 잘 마무리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막바지에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종단과 민주노총, 경찰이 지혜롭게 인내력을 발휘하고 절도 있는 태도를 취했기 때문에 잘 정리된 것 같다"며 공을 돌렸다.

화쟁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노동계, 종교계, 야당과는 대화를 이어갔지만 정부나 여당과는 한자리에 앉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법 스님은 "화쟁위 역량이 충분했다면 (정부, 여당과 대화를) 힘있게 추진했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화쟁위를 민주노총과 같은 편으로 규정하고 만남을 거부한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도법 스님은 "박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노동개혁이 이뤄지든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대로 노동개악이 중단되든 갈등과 대립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노동관련법 개정을 잠시 유보하고 당사자들이 폭넓게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마당을 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도법 스님은 "타인을 온전하고 고귀한 존재로 볼 수 있어야 비판도 투쟁도 공동체를 살리는 약이 된다"면서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할 이웃이자 동반자임을 인식하는 대화와 상생의 문화가 우리 사회 안에서 확산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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