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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친 소리'는 치밀하고 철저한 선거전략이다

  • 허완
  • 입력 2015.12.11 09:00
  • 수정 2015.12.11 09:02
ⓒGettyimageskorea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의 성폭행범 비유, 존 메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전쟁 영웅' 부정, 경쟁 후보인 칼리 피오리나의 외모 비하, 9·11 당시 무슬림 수천 명 환호 엉터리 주장, 모든 무슬림 미국 입국금지 발언….

미국 대선의 공화당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이러한 분열적 발언과 욕설, 거짓 주장 등이 사실은 치밀하고 체계를 갖춘 철저한 선거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자체분석을 토대로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트럼프가 대선 출마선언을 한 지난 6월 이래 그의 인터뷰와 발언, 수천 개의 트윗 등을 점검한 결과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분열적 발언과 비난, 모욕과 논쟁적 주장 등이 선거운동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를 공화당 경선 레이스 선두주자로 올려놓았고 현재 그 지위가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트럼프가 전광석화의 속도로 많은 공약과 경쟁자들에 대한 비판, 모욕적 발언 등을 뿌리고 있다"며 "불법 이민자와 무슬림, 민주당 선두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과 그의 경쟁자들에 대한 비판, 언론에 대한 공격, 엉터리 사실 관계에 기초한 반격 등을 하는 동안 다른 공화당 경쟁자들은 그의 그림자 아래서 시들어 갔다"고 지적했다.

WP 분석 결과 트럼프는 6월 이래 6348개의 트윗을 했다. 이 가운데 11%가 욕설과 공격적 발언이고 나머지 89%는 허풍이나 자기자랑 등이라고 한다. 욕설과 공격은 주로 공화당 경쟁자나 언론, 고위직 여성, 기존 정치권 등을 향했다.

또 65만 명, 500만 명의 팔로워를 각각 가진 인스타그람과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해 공화당 경쟁 후보들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예를 들면 11월 초 신경외과의사 출신의 경쟁후보인 벤 카슨이 뜨자 SNS 상에서 그를 '비정상 질병 소유자'로 몰아갔는가 하면, 경쟁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에 대해서는 트위터에 50차례 이상 '약한' '이주 약한' '불쌍한' 등의 단어로 비하했다.

또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을 향해서는 '경량급' '어릿광대'라는 말로 조롱했고, 클린턴 전 장관은 "체력이 약하다"고 비아냥댔다. 보비 진달 전 루이지애나 주지사에 대해서도 "여론지지도가 1% 안 되는 후보"라고 조롱을 일삼았다. 결국 그는 중도하차했다.

WP는 트럼프의 발언이 몇 가지 패턴이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기업의 시장분석가들처럼 자신의 욕설과 공격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것. TV 등에서 즉흥적으로 말을 내뱉었다가 반응이 좋으면 밀고 나가고 그렇지않으면 곧바로 거둬들인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둘째, 선동적인 거짓말을 뱉어내고 진실처럼 포장해 지지를 끌어내는 게 그의 어법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 2만∼2만5천 명을 수용하기로 했으며 이는 미친 짓"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 거짓이지만, 그는 "매우 좋은 소식통에게 들었다"고 주장하며 철회하지 않았다.

하지만, WP는 "이러한 발언은 주류 언론 외에 믿을만한 사람을 찾는 보수주의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그들은 트럼프를 진실하고 정직하며 거짓말을 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셋째, 트럼프는 먼저 과장된 논쟁적 주장을 내놓고 언론의 보도경쟁을 불러일으켜 여론의 관심을 굳건히 유지하는 데 이어 비난이 쏟아지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트럼프가 파리 테러 이후인 지난달 22일 ABC뉴스의 '디스 위크'에 출연해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질 때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뉴저지 주 저지 시티에서 수천 명이 환호하는 것을 TV로 봤다"고 한 주장은 그 전형적 사례이다.

정치인과 언론, 경찰 등이 한 주 내내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하고 비판했지만, 트럼프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사흘 뒤 전국단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공화당 다른 경쟁 후보들에 비해 최소 10% 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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