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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변신의 마술사, 갑오징어

갑오징어의 특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피부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꾼다는 것이다. 갑오징어는 피부 1제곱 밀리미터에 200개 이상의 특수한 색소세포(Chromatophore)가 있다. 이 색소세포는 일종의 염료가 담겨져 있는 주머니 같은 것인데, 이 세포를 크게 늘리면 피부에 색깔이 나타나고 줄이면 다시 작은 점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카멜레온 등 변색 동물보다 아주 세밀한 수준으로, 그것도 훨씬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이런 변색원리를 옷감 소재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이라고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멋쟁이들이 색깔이 순간순간 바뀌는 신기한 옷을 입고 다닐 수도 있겠다. 공상소설 속의 투명망토가 실제로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 장재연
  • 입력 2015.12.11 09:50
  • 수정 2016.12.11 14:12

바다생물이야기 10. 화려한 변신의 마술사, 갑오징어

맛이 뛰어나 식용으로 인기가 높은 갑오징어를 바다 속에서 만나면 식욕이 당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갑오징어를 찬찬히 살펴보면 점잖고 지혜로운 노인 같은 풍모가 있다.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 있는 모습에서는 겸손함이, 지그시 감은 것 같은 눈에서는 인생의 지혜와 슬픔이, 느긋하게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몸짓에서는 신중함이 배어나온다. 그렇다고 무기력한 모습만은 아니고, 주변에 위협 요소가 있으면 발을 치켜들고 몸에 돌기를 돋게 만들어 방어 자세를 취한다.

갑오징어는 무척추 동물 중에서 몸에 대한 뇌의 크기 비율이 가장 크고, 지능도 높다. 얼마 전 12월 1일 '사이언스'가 소개한 연구논문에 의하면, 갑오징어는 천적이 나타나면 몸을 위장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몸에서 발생하는 전류를 최소화한다고 한다. 갑오징어의 천적인 상어는 시력이 나빠서 생물체들이 방출하는 전기 신호를 감지해서 먹이활동을 한다. 수족관에 있는 갑오징어에게 상어 영상을 보여주니까, 촉수로 아가미로 물이 통하는 구멍을 막아서 자기 몸에서 발생하는 전류의 80%를 감소시켰다. 이런 수준으로 전류를 감소시키면 상어가 먹이를 제대로 찾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갑오징어가 생김새만 그런 것이 아니고 실제로 지혜로운 동물임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다.

손을 모으고 있는 듯 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장재연

생각에 잠긴 듯한 눈 ⓒ장재연

방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장재연

갑오징어는 영어로는 커틀피쉬(Cuttlefish)다. 이름에는 물고기(fish)가 들어 있지만, 물고기는 아니고 무척추동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커틀(cuttle)이란 단어는 '주머니'라는 뜻의 옛 독일어에서 유래했고, 갑오징어의 먹물 주머니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그리스 로마 시대에 오징어류는 갈색 염료의 중요한 공급원이었다고 한다.

갑오징어는 문어, 오징어 등과 함께 두족류(頭足類)에 속한다. 머리에 다리가 있는 생물이라는 뜻이다. 두족류의 영어 표현인 'Cephalopoda'의 어원도 그리스어로 'head-feet'이다. 10개의 다리 중 8개는 실제 다리이고, 길고 빨판이 있는 2개는 촉완(觸腕)이라고 해서 먹이를 붙잡을 때 사용한다. 갑오징어는 다른 오징어류와 달리 몸 내부에 부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얇고 납작한 조개모양의 딱딱한 오징어뼈(cuttlebone)를 갖고 있다. 갑오징어의 눈은 색깔은 구분하지 못하고, 대신 편광을 감지한다고 한다.

머리에 다리가 있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장재연

갑오징어의 특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피부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꾼다는 것이다. 갑오징어는 피부 1제곱 밀리미터에 200개 이상의 특수한 색소세포(Chromatophore)가 있다. 이 색소세포는 일종의 염료가 담겨져 있는 주머니 같은 것인데, 이 세포를 크게 늘리면 피부에 색깔이 나타나고 줄이면 다시 작은 점으로 바뀌는 방식이다. 카멜레온 등 변색 동물보다 아주 세밀한 수준으로, 그것도 훨씬 빠르게 바꿀 수 있다. 이런 변색원리를 옷감 소재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한창이라고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멋쟁이들이 색깔이 순간순간 바뀌는 신기한 옷을 입고 다닐 수도 있겠다. 공상소설 속의 투명망토가 실제로 만들어질지도 모르겠다.

갑오징어 중에서도 색깔 변신의 최고봉은 플램보얀트 커틀피쉬(Flamboyant Cuttlefish)다. 'flamboyant'는 '화려한', '불타는 듯한', 이란 뜻이다. 평상시에는 어두운 갈색이어서 주변과 잘 구분이 안 되지만, 위험이 될 만한 것을 감지하면 빨갛고 노랗게 화려하게 변신한다. 바다생물이 화려한 색을 띠는 것은 '나는 독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실제로 블루링 옥토퍼스 못지않은 맹독을 갖고 있다. 귀엽다고 건드렸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그래서인지 플램보얀트 커틀피쉬는 다른 갑오징어들과는 달리 크기는 10cm도 안될 정도로 작은데도 다른 생물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가끔 헤엄치기도 하지만, 주로 걸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마치 작은 코뿔소가 위풍당당하게 걷는 듯, 씩씩한 느낌을 준다. 그러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매우 빠른 속도로 촉수를 쏘아내어 순식간에 먹이를 잡아챈다. 작지만 매섭다.

평상시 Flamboyant Cuttlefish ⓒ장재연

화려한 색깔의 Flamboyant Cuttlefish ⓒ장재연

가끔은 헤엄쳐 다닌다 ⓒ장재연

새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갑오징어의 알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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