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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9개월 가르친 교사 "내가 국정교과서 집필진"

  • 남현지
  • 입력 2015.12.10 18:10
  • 수정 2015.12.10 20:14
ⓒ한겨레

한국사를 가르친 지 9개월밖에 안 된 고교 교사가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47명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공개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외에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은 10일 서울의 사립학교인 대경상업고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김아무개 교사가 스스로 “국정교과서 집필진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교육희망>의 보도를 보면, 김 교사는 지난 8일 이 학교 교원들한테 A4 용지 3장 분량의 집단 메시지를 보내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필진이) 모이면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는 취지의 글을 보냈다. 이 학교 교장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도된 내용대로이며, 김 교사가 학교와 협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결정한 일이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 학교에서 9년간 상업 과목을 가르쳐왔으며, 지난 3월부터 처음으로 1학년 4개 반의 한국사 과목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한국사 관련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학교 공식 홈페이지의 ‘교직원 소개’ 난에는 김 교사의 담당 교과가 ‘상업’으로 돼 있다. 교육부와 국편이 국정교과서 집필진 명단을 극비로 유지하면서 집필진의 ‘전문성’을 강조해온 게 무색한 경력인 셈이다. 국편은 지난달 23일 ‘올바른 역사 교과서 집필진 구성 결과 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의 검정교과서보다 많은 집필인력과 학계의 명망 높은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함으로써 최신 연구결과 등 역사적 통설을 충분히 검토·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역사학계와 교육계가 압도적으로 국정화에 반대한 가운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집필진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인 것 같다”며 “나머지 집필진 역시 13개월 동안 숨길 수 없을 테고 이런 식으로 한명 두명씩 경력이 밝혀질 텐데 지금이라도 집필진을 공개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문제삼는 현행 검정교과서를 집필한 교사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역사 과목을 가르쳤다”며 “역사 수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짧은 경력의 교사한테 교과서 집필을 맡긴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날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국편에 확인해보니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데이트: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10일 "집필진 공모에 응해 선정된 김형도 교사가 자신으로 인해 교과서 편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며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해와 이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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