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번엔 고급 짬뽕라면 전쟁...승자는 누구?

  • 박세회
  • 입력 2015.12.10 10:27
  • 수정 2015.12.10 10:28

오뚜기 '진짬뽕'.

지난여름 뜨거웠던 ‘프리미엄 짜장라면’ 전쟁이 ‘프리미엄 짬뽕라면’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오뚜기가 선보인 ‘진짬뽕’이 출시 한달 만에 300만개가 팔리는 등 돌풍을 일으키자 경쟁 라면업체들이 앞다퉈 프리미엄 짬뽕라면을 출시한 것이다. 팔도는 ‘팔도불짬뽕’을, 농심은 ‘맛짬뽕’을, 삼양식품은 ‘갓짬뽕’을 지난달 시장에 내놨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라면업계의 ‘허니버터칩’이라는 별명을 얻은 진짬뽕과 다른 업체들의 짬뽕 맛을 비교하는 글들이 에스엔에스(SNS)를 달구고 있다. 이들 짬뽕은 2.5~3㎜의 굵은 면발과 국물 맛이 중요한 짬뽕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육수를 강조한 점이 특색이다. 진짬뽕은 닭고기와 사골로 맛을 낸 육수를, 팔도불짬뽕은 사골 육수를 내세운다. 맛짬뽕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육수가 특징이고, 갓짬뽕은 돼지고기뼈 육수다. 지난 8월 프리미엄 짜장라면 맛 비교(<한겨레> 8월27일치 22면)에 나섰던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여경옥 총주방장과 자타공인 간식비평가인 김학선 음악평론가가 지난 5일 프리미엄 짬뽕라면 맛 비교에 나섰다. 업체들이 권장하는 조리법에 따라 끓여 맛을 봤다.

불맛

기자 면이 프리미엄 짜장라면처럼 굵군요. 진짬뽕과 팔도불짬뽕은 액상수프이고 맛짬뽕과 갓짬뽕은 분말수프네요.

여경옥(이하 여) 팔도불짬뽕과 맛짬뽕은 석쇠에서 구운 불고기 향이 나요.

기자 한때 불맛을 살린 돼지고기를 냉면과 같이 주는 냉면집이 인기였죠. 팔도불짬뽕과 맛짬뽕은 그 고기 향과 맛이 나요. 팔도불짬뽕은 단맛이 도드라지네요.

김학선(이하 김) 요새 불맛이 대세잖아요. 유명한 짬뽕전문점에 가도 불맛을 따지는 식도락가들이 있을 정도죠. 하지만 팔도불짬뽕과 맛짬뽕은 불맛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요.

팔도불짬뽕과 맛짬뽕의 불맛은 일반 중국집 짬뽕의 불맛과는 다른데요. 숯불구이의 불맛이라고 할까요. 직화구이 불맛이라고 할까요.

농심 ‘맛짬뽕’.

기자 중식당의 짬뽕 맛 재현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을 텐데 숯불구이 불맛과 짬뽕과는 맞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팔도불짬뽕의 단맛 섞인 불맛은 젊은층에게 인기 있을 것 같아요. 개성이 강한 맛인데요.

불맛은 우리나라에서만 따져요. 중국 가면 오히려 “불맛이 뭐냐?”고 묻는 이들이 많습니다. 우리 중식당의 불맛은 뜨겁게 달군 웍(중식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고 재료를 볶다 보면 불이 나기도 하는데 그것이 흡수되면서 생기는 거죠. 기름이 없으면 불맛도 없지요. 타버려요. 맛짬뽕에서 약간 그런 탄 듯한 맛이 나는군요. 재료가 기름의 뜨거운 열을 만나 튀겨지듯이 볶아지면서 동시에 불맛이 생겨나는 겁니다. 불이 약하면 그 맛이 안 나요. 숯불구이 불맛과는 다른 겁니다.

갓짬뽕은 불맛이 거의 안 느껴져요. 매운맛이 매우 강해서 그런 것 같군요. 청양고추 맛이 확 나는데요.

기자 지난해 여름, 삼양식품의 매운 ‘불닭볶음면’이 화제였죠. 그 인기가 개발에 영향을 미친 거 같군요. 매운맛을 강조하는 것으로! 너무 매워 호감이 떨어져요.

갓짬뽕은 한 그릇 다 먹으면 땀나겠어요. 1970년대 중국집에서는 맵게 해달라는 주문이 들어오면 청양고추를 넣었어요. 그 매운맛인데요. 호불호가 분명하겠어요. 이름을 ‘고추짬뽕’으로 바꿔야 할 거 같군요.(웃음) 일반 중식당의 짬뽕 맛과 거의 유사한 것은 진짬뽕입니다.

저도 진짬뽕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맛있어요. 면은 진짜장의 면과 비슷해 보이지만 단점을 찾기가 거의 어려워요.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았던 프리미엄 짜장라면 비교 때와 달리 설욕을 한 셈이네요. 불맛도 도드라지지 않게 스며들어서 훌륭한데요. 매운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갓짬뽕을 먹을 거 같습니다.

기자 진짬뽕의 맛이 전반적으로 조화롭고 균형이 잘 잡혔군요. 목에서 잘 넘어가요.

면은 맛짬뽕이 짬뽕 면과 비슷해 보여요. 식감이 좋군요.

농심은 면을 잘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맛짬뽕의 면은 동글동글한 생김새부터 식감까지 짬뽕 면과 유사해요.

기자 맛짬뽕의 면은 굴곡면이라고 해요. 면에 홈이 파여 있다는군요. 쫄깃하네요. 그런데 국물이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마치 비빔면 같아요.

업체들의 권장 조리법을 살펴보면 제품 중량과 물의 양의 비율에서 조금씩 차이 난다. 맛짬뽕은 물 500㎖(제품 중량 130g), 진짬뽕 550㎖(130g), 팔도불짬뽕 550㎖(139g), 갓짬뽕 550㎖(120g)이다.

굴곡면인 맛짬뽕은 다른 라면업체들과 비슷한 양의 물로 끓이면 당연히 국물 양이 적을 수밖에 없어요. 홈이 파여 있는 면이 물을 더 흡수하니까요. 조리법에 물의 양을 추가해서 안내하는 편이 좋겠는데요.

국물

기자 짬뽕은 국물 맛으로 먹는다고 하잖아요. 육수 재료가 다 다른데 맛에 영향을 미치겠죠. 국물 맛은 어떤가요?

진짬뽕의 국물이 좋은데요.

팔도 ‘팔도불짬뽕’.

진짬뽕은 진한 맛도 배어 있어 맛있어요. 팔도불짬뽕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이구요, 갓짬뽕은 너무 매워요. 맛짬뽕은 불맛이 과해서 좀 아쉽습니다.

중식당에서는 닭육수와 돼지뼈 우린 것을 제일 많이 써요. 진한 육수를 만들 때도 사골은 안 씁니다. 사골을 쓰면 사골 맛이 주인공이 돼요. 다른 재료들의 맛을 죽이죠. 다른 재료 맛을 끌어올리는 데는 닭육수만한 게 없어요. 향이 좋고 채소 맛도 끌어올려줘요. 돼지고기나 쇠고기 육수도 다른 맛을 죽여요.

기자 닭육수는 진짬뽕만 썼군요. 고명은 어떤가요?

여·김 고명은 대동소이해요. 굳이 따져 비교할 만큼 특별한 것이 없네요.

기자 외식업계의 최근 경향을 봐도 그렇고, 요즘 중식이 대세군요.

중식은 친근한 음식이기도 하고, 인터넷의 영향도 크다고 봐요. ‘5대 짬뽕’, ‘4대 짜장’ 등 이런 분류를 블로거들이 띄우면서 중식에 관심이 커진 거 같습니다.

총평

기자 한식 다음으로 누구나 추억 한 가지는 있는, 우리의 디엔에이(DNA)가 많이 박힌 음식이 중식이 아닐까요. 한동안 기름기가 많아 건강에 안 좋다는 둥 인공조미료 팍팍 넣는다는 둥 이런저런 떠도는 얘기가 많아서 중식은 고급 음식이 아닌 싸구려 음식이라는 인식 속에서 천대를 받았었죠.

70년대 살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고열량의 음식이 필요했고 중식이 그런 역할을 한 것이죠. 지금 중식은 바뀌고 있어요. 최근 인기에는 스타 셰프의 출현도 한몫했지만 중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으로 변모하고 있는 상황과도 닿아 있다고 봅니다.

기자 ‘프리미엄’을 달고 짜장라면이나 짬뽕라면 등 1300원 이상의 고가 라면제품이 나오는 것은 업체들이 담합한 상술처럼 보여 불편하기도 합니다. ‘라면’과 ‘프리미엄’은 어울리지 않아요.

조미가 된 것도 아니고 조리까지 해야 하는 1000원대의 즉석밥도 나오는 시장에서 이 정도 가격으로 한 끼 식사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닌가요.

중국집의 짬뽕 값을 따져보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비해 중국집의 짬뽕 값 오른 정도와 라면 값 상승한 것을 따져보면 말이죠.

기자 간편식으로 라면은 역시 인기군요. 총평을 해볼까요?

중식당의 짬뽕과 가장 비슷한 맛은 진짬뽕이고, 갓짬봉은 많이 맵긴 하지만 국물 등을 보면 짬뽕과 유사한 면이 있어요. 팔도불짬뽕과 맛짬뽕은 독특한 불맛이 특징인데 그 맛에 매료된 이들에게는 인기가 있겠군요.

삼양식품 ‘갓짬뽕’.

저도 비슷한 의견입니다. 진짬뽕은 흠잡을 데가 없고, 갓짬뽕은 너무 자극적인 거 같아요. 팔도불짬뽕은 면이 아쉽고 맛짬뽕은 식어도 묘한 불맛이 남아 있어 아쉬워요.

기자 진짬뽕은 출시하자마자 광풍을 일으켰죠. 그런 명성에 비해서는 심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맛의 조화, 균형은 잡았지만 특별하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네요.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짬뽕라면 #프리미엄짬뽕라면 #중식 #식도락 #미식 #문화 #라면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