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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도움으로 26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 아들(사진)

"미안하다. 널 버린 나를 용서해라."

지난 7일 서울 구로경찰서에서는 노년으로 접어드는 여성의 한 맺힌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자리는 경찰의 주선으로 26년 전 헤어진 어머니와 아들이 만나는 자리였다.

아들 A(27)씨는 어머니 B(55)씨를 꼭 안고 등을 두들기며 눈물을 글썽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모자가 헤어진 때는 A씨가 한 살 때였다. 가정 갈등으로 어머니 B씨가 집을 나오게 되면서 젖을 떼지도 못한 A씨는 어머니와 생이별했다.

하지만 A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A씨는 20년 넘게 양어머니를 친어머니인 줄만 알고 살아왔다.

A씨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입대할 무렵이었다. 가족으로부터 이러한 사실을 알고 A씨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제대하고서 취업까지 했지만, A씨의 가슴 한구석에는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그리움이 섞인 복잡한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다.

그러던 올해 10월, A씨는 한 여성과 결혼하기로 약속하면서 비로소 응어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어머니를 만나 반려자를 소개해주겠다고 결심하고서는 구로경찰서에 어머니의 행방을 찾아달라며 실종 신고를 했다.

사정을 접한 경찰은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일단 전산 조회를 통해 어머니 B씨가 부산에 주소를 두고 있다는 실마리를 잡았다.

이 주소로 경찰관을 보내 B씨를 수소문했지만 실패했다. 주소지 주위를 탐문해도 B씨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경찰은 B씨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를 추적하면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지만, 가입 기록 자체가 없어 실패로 돌아갔다.

경찰은 50대인 B씨가 병원에 자주 다닐 가능성에 주목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병원 기록을 요청했더니 다행히도 B씨는 부산 인근의 병원과 약국에 다니고 있었다.

경찰은 이들 병원과 약국에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 B씨가 방문하면 꼭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러한 경찰의 노력은 A씨가 어머니를 찾아달라고 요청한 지 두 달여 만에 결실을 보았다. 이달 5일 부산의 한 병원에 물리 치료를 받으러 찾은 B씨와 비로소 연락이 닿았던 것이다.

아들을 두고 떠난 B씨의 삶은 고됐다. 26년간 재혼하지 않고 혼자 살며 식당 주방에서 일하는 등 어렵게 생활해왔다.

최근에는 자궁암 수술을 받고 일도 하지 못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근근이 살고 있었다.

B씨는 항상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행여나 아들의 장래를 가로막을까 봐 모정을 겨우 억누르며 살아왔다고 했다.

다만 아들의 나이를 알기에 학교에 입학하거나 졸업하는 시기가 되면 성당에 나가 아들을 위해 혼자 기도만 했다.

이런 B씨는 꿈에 그렸던 아들이 자신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서 서울로 올라가 아들을 만난 것이다.

아들 A씨는 자신을 꼭 안고 통곡하는 어머니에게 "다 이해합니다"라고 다독였다.

두 사람은 경찰서에 나서고서도 한참 동안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나누며 26년간 쌓인 한을 풀었다.

아들 A씨는 "내년 가을 결혼하는 예비 신부를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소개해 드리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효도를 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도 선물해 앞으로도 연락을 자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B씨는 "의지할 곳 없이 어렵게 살았는데 아들이 나를 찾는다니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못했다"며 "손을 내밀어 준 아들과 우리 모자를 연결해준 경찰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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