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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동 살인사건 : 예비신부 살해한 군인 죽인 남자가 정당방위를 인정받다

  • 김도훈
  • 입력 2015.12.09 11:16
  • 수정 2015.12.09 11:17

자신의 집에 침입해 예비신부를 해친 군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흉기로 살해한 남성이 경찰에서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수사기관이 살인 피의자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은 1990년 이후 25년 만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자신의 집에 침입한 육군 모 부대 소속 장모(20) 상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로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아온 양모(36)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양씨는 9월 24일 오전 5시 30분께 장 상병이 자신의 신혼집에 침입해 동거녀이자 예비신부였던 박모(33·여)씨를 흉기로 찌르자 그와 격투를 벌이다 흉기를 빼앗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박씨는 복부 등을 찔려 그 자리에서 숨졌다.

공릉동 살인사건 수사결과 브리핑

당시 강원도의 군부대에서 근무하던 장 상병은 정기휴가를 받아 서울에 와서는 친구와 술을 마시고 나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양씨가 당시 예비신부가 흉기에 찔린 모습을 목격한 직후 자신도 흉기로 위협당하다 이마와 손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당방위의 제1 요건인 자신과 타인의 법익에 대한 부당한 침해를 받은 경우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양씨가 장 상병을 흉기로 찌르는 행위 외에 당장 닥친 위험을 제거할 다른 방법을 찾을 여유가 없었다는 점이 사회 통념상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박씨와 장 상병이 아는 사이였다거나 양씨가 장 상병이 침입하기 전에 박씨를 살해했을 것이라는 등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디지털 증거 분석과 부검 등을 통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선을 그었다.

장 상병이 양씨 집에 침입한 동기에 대해서는 "장 상병이 과거 양씨 집 인근에서 살았던 적이 있고, 주변인들은 평소 장 상병이 술만 마시면 다소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박씨를 살해한 것은 양씨가 아니라 장 상병이라는 사실이 증거로 입증된다고 밝혔다. 흉기의 손잡이와 박씨의 손톱에서 장 상병의 DNA가 검출됐고 박씨와 장 상병의 손에서 동일한 섬유물질이 발견된 반면 박씨의 손에서 양씨의 DNA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양씨가 "장 상병이 박씨를 살해했고 나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흉기를 빼앗았다"고 진술했을 때 '진실' 반응이 나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일부 언론은 장 상병이 양씨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경찰은 장 상병이 양씨 집에 침입한 지 2분 뒤에 인근 주민이 여성의 비명을 들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1990년 경북 지역에서 자신을 묶어놓고 애인을 눈앞에서 성폭행한 사람을 격투 끝에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남성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이후 25년 만에 경찰이 살인에 대한 정당방위 결론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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