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발전한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를 성층권에 다다르도록 만드는 배움의 영적 깊음 안에 존재하라."
"오늘날의 과학은 자연의 본질이 지혜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냥 언뜻 읽으면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과 비슷하다. 그러나 잠시만 생각해보자. 발전하는 거랑 존재하는 거랑 대체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게다가 배움의 영적 깊음은 또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그렇다. 이는 모두 '뉴에이지 개소리 생성기'(New Age Bullshit Generator)에서 만들어낸 말이다. 그럴듯한 단어들을 문장이 되게 잘 나열해서 마치 멋진 격언처럼 만들어 주는 사이트다.
그리고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일수록 이런 그럴듯해 보이지만 가치 없는 문장에 큰 의미를 두거나 쉽게 구분해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지난 12월에 발표됐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워털루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 고든 페니쿡은 이 사이트를 발견하고 처음에는 단지 매우 재밌다고만 생각했지만, 이어 정말 사람들이 이런 헛소리를 진짜 심오하게 생각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우려가 자신의 논문인 '심오해 보이는 개소리(pseudo-profound bullshit)에 대한 감지능력과 수용현상에 관하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고 허핑턴포스트 US에 밝혔다.
그는 28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먼저 인지반응 테스트를 시행해 각 참가자의 인지성향과 인지능력을 측정하고 종교적 신념에 대한 질문 등을 던져 개인의 성향을 파악했다.
이후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여러 개의 문장을 제시하고 각 문장에 대해 '전혀 심오하지 않다’부터 '완전히 심오하다'까지 5단계로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그 결과 사전 테스트에서 인지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참가자일수록 '개소리 문장'을 심오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런 사람일수록 종교적 신념이 강하고, 자기반성의 성향이 약하며 음모론을 믿는 경우가 많고 대체 의학과 초자연적인 현상을 신봉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고든이 트위터에 밝힌 바에 의하면 이 논문에는 '개소리'(bullshit)이라는 단어가 200번 쓰였다고 한다.
New paper on the psychology of bullshit https://t.co/VMvkA1Wky6 Open access! we only used the term "bullshit" ~200 times...
— Gordon Pennycook (@GordPennycook) November 30, 2015
이 논문은 'Judgment and Decision Making' 11월 호에 실렸으면 이곳에서 전체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시간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라. 전체 논문이 매우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