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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95년만에 1면 사설 : "총기 합법은 국가적 불명예"

  • 허완
  • 입력 2015.12.07 05:49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 타임스>가 정치인들의 무책임과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강력하게 질타하며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사설을 5일치(현지시각) 1면에 실었다. <뉴욕 타임스>의 1면 사설은 1920년 이후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총기 난사’의 테러리즘적 성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치권 등에 총기규제 여론을 환기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이날 ‘전염병같은 총기 확산’이라는 제목의 1면 왼쪽 상단에 실은 사설을 통해 “잔혹할 정도로 빠르고 효율적으로 살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무기를 민간인이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분노할 일이며 국가적 불명예”라고 질타했다. 신문은 “선출직 정치인들은 시민들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본분”이라며 “따라서 더 강력한 총기의 확산을 통해 이득을 챙기는 데 골몰하고 있는 (총기) 산업의 권력과 돈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과 분노가 향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총기는 전쟁 무기이며 남성다움을 과시하고 심지어 반란을 일으키는 수단으로 상품화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정치인들은 총기 희생자를 위해 기도를 한 다음에 태연하게 그리고 양심의 두려움 없이 대량 학살용 총기에 대한 기본적인 제한조차도 거부한다”며 “정치인들은 테러리즘이라는 단어에 대한 논쟁으로 우리의 주의를 돌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살인과 다름없는 이런 일련의 행위들은 정치인들이 저지르는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이어 “더 나쁜 것은 정치인들이 총기시장을 만들어줘 잠재적인 살인자들을 사주하고 유권자들은 이런 정치인들이 자리를 보전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캘리포니아(난사 사건)에서 사용된 약간 변형된 전투 소총과 같은 특정 범주의 무기들과 탄약은 민간인 소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어 “미국이 품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는 데 대선 기간보다 좋은 시기가 있느냐”며 강력한 총기규제를 위한 유권자들의 ‘표의 심판’을 호소했다.

신문 발행인인 아서 설즈버거 2세는 성명을 통해 사설을 1면에 실은 이유로 “총기라는 재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무능함에 대한 좌절과 고뇌를 강력하고 분명한 말로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뉴스와 의견을 구분해 싣는 미국 언론 관행상 사설을 1면에 싣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1920년 공화당이 대선 후보로 워런 하딩을 지명한 것에 대한 놀라움과 실망을 표시하기 위해 사설을 1면에 실은 바 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총기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입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엘에이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케빈 드레옹 주 상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 법안에는 범인들이 사용한, 탄창 교체가 가능한 모든 반자동 소총을 엄격히 규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은 지난 2013년 주의회를 통과했으나 제리 브라운 주지사가 “총기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이 무산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5일 주례연설을 통해 자생적 테러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히면서도 “미국 정부의 비행금지 명단에 올라있는 사람도 상점에 가서 총을 살 수 있다. 이건 미친 짓”이라며 총기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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