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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이 나쁜 것인가, 치밀한 보험 사기인가

ⓒgettyimagesbank

1년3개월 간 5차례나 교통사고 피해를 봤다며 보험금을 탄 '의심스러운' 택시기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매우 운이 없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세번은 연속해 후진 차량에 부딪혔고 진료기록도 가짜로 의심돼 검찰은 보험사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1·2심 법원의 판단은 엇갈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부(박평균 부장판사)는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서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기소된 택시기사 김모(65)씨에게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김씨는 2010년 6월부터 2011년 9월까지 5차례 일부러 사고를 내고 치료비와 합의금 등 명목으로 보험금 1천2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첫 무대는 2010년 6월 25일 신촌이었다. 골목에서 큰길로 빠져나오던 차량이 뒤범퍼를 들이받았다. 7월 12일에는 신당동에서 걸어가다 오토바이에 발을 치였다.

이후 한동안 사고가 없다가 2011년 7월 23일, 8월 10일, 9월 17일 서울 시내에서 후진하는 차가 김씨의 차 앞부분에 부딪혔다.

검찰은 김씨가 일부러 골목을 빠져나가는 차 앞에 정차하거나 후진 중인 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고 판단해 벌금 1천만원으로 약식 기소했다.

이에 김씨는 결백을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1심은 김씨가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인정된다며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택시가 정차하거나 속도가 매우 느린 상태에서 사고들이 발생한 점, 상대편 운전자들이 '차량이 미동도 하지 않을 정도의 충격', '먼지가 닦인 정도의 접촉' 등으로 당시 충격이 매우 작았다고 설명한 점에 주목했다.

입원 병원 기록지를 한 사람의 필체로만 기재했고 식사 기록이 없는 등 진료 기록은 부실했다. 통원치료 기간 의사의 처방과 치료 기록도 일치하지 않았다. 심지어 치료 기간에 출근해 택시를 운행한 적도 있었다.

1심은 사기 범행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항소심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판단했다.

경찰과 보험사 조사에서 상대방 과실로 사고가 난 것으로 처리됐고, 경찰 수사 전까지 상대 운전자들이 김씨가 일부러 사고를 냈다고 주장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고의 사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씨가 비교적 고령인 데다 57세에 뒤늦게 택시 운전을 시작해 능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사고 충격이 미미했다는 상대방 진술은 가해자 입장에서 한 말로 볼 수 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아울러 진료기록 일부가 부실하게 작성된 것은 사실이나 그것만으로 과잉진료를 단정할 수 없고, 치료 기간에 택시를 운행한 것은 통원치료 기간이어서 문제 삼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의로 사고를 유발하고 피해 정도를 과장해 과다한 보험금을 받아 가로챘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사실이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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