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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이름이 김정은이면 개명해야 하나요?

김일성이나, 김정일, 김정숙(김정일의 어머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을 바꿔야 했다. 박일성이나, 박정일, 이정숙 등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괜찮았지만 성과 이름이 모두 같은 사람들은 전부 개명을 했다.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찬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당연히 성이 달라도 그들의 이름을 가질 수 없었다. 아마 출생신고를 할 때 그 이름을 적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 NK News
  • 입력 2015.12.09 09:19
  • 수정 2016.12.09 14:12

'경애하는 원수님'과 비슷한 이름이나 일본식 이름은 개명 대상

NK News는 가깝고도 먼 곳인 북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도록 매주 북한 출신 사람들에게 한 가지씩 질문을 던집니다.

이번 주에는 "북한의 지도자 혹은 공인과 이름이 같다면 개명해야 하나요? 2010년 김정은이 알려지기 시작했을 무렵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이름을 바꿨어야 했나요?"라는 질문에 답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내가 북한을 떠난 이후이기 때문에 김정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김일성이나, 김정일, 김정숙(김정일의 어머니)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이름을 바꿔야 했다. 박일성이나, 박정일, 이정숙 등의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괜찮았지만 성과 이름이 모두 같은 사람들은 전부 개명을 했다.

실제로 겪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국가에서 개명을 해 주었다고 들었다. 김일성과 김정일에 대한 찬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당연히 성이 달라도 그들의 이름을 가질 수 없었다. 아마 출생신고를 할 때 그 이름을 적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친구 중에 김평일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친구가 있었는데, 김일성의 아들 김평일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주위에 이정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도 개명 대상에 들어갔다. 하지만 성씨가 이 씨인 덕분에 간신히 개명 대상에서 제외되어 이정숙이라는 이름으로 살 수 있었다.

과거에 춘자, 옥자, 명자 등 이름에 '자(子)'가 들어가는 것이 유행을 했었지만 일제 강점기 당시 쓰이던 일본식 이름이라고 정부에서 강제 개명을 시켰다. 주위 사람들 중에 이름에 '자'가 들어가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모두 개명했다. 본인의 의사가 아닌 정부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 북한에서 개명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에게만은 혜택 아닌 혜택을 주었다.

국가의 강요에 의한 개명은 흔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개명하는 것은 몹시 어렵다. 물론 간부 자녀들이나 부잣집 자식들은 개명이 가능하긴 했지만 쉽지 않았다.

중국을 통해 한류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북한 내에서 한국식 이름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원래 북한에서는 한자를 통해 이름에 뜻을 담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한류열풍이 시작된 이후로는 한자 이름보다는 한글로 된 이름이 더 인기가 많았다. 나영, 가영 등 남한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름도 많이 가져다 썼다. 실제로 2000년 이후로 태어난 많은 아이들이 한글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한국식 이름이라는 이유로 강제개명을 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도자와 관련된 사항은 북한 사람들의 생일잔치에도 영향을 끼친다. 2월 16일이나, 4월 15일, 12월 24일, 1월 8일 등 김정일, 김일성, 김정숙, 김정은의 생일과 같은 날에 태어났다면 명절과 생일을 함께 지낼 수 있다.

하지만 7월 8일이나 12월 17일에 태어나면 생일잔치를 할 수 없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의미로 애도기간을 정하는데 김일성 사망일인 7월 8일을 전후로 열흘이 애도기간에 해당된다. 따라서 7월 8일을 전후한 10일 안에 생일이 포함되면 생일잔치를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 기간에는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며 지나치게 기뻐하거나 웃어서도 안 된다. 7월 6일이 생일인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는 생일잔치를 몰래 숨어서 해야 했다.

북한 사람들은 생일인 사람의 집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춤추고 노래하며 잔치를 한다. 하지만 그 친구의 생일이 애도기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마음껏 축하할 수 없었다. 되도록 노래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했고,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창문을 가리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만일 그 사실을 보안원이나 보위지도원에게 들켰다면 법적 제제를 받아야 했을 것이다.

이름과 생일까지도 정부에 의해서 통제 받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북한 사회의 현실이다.

북한에 대한 또 다른 질문이 있으면 ask@nknews.org로 이름과 사는 곳, 그리고 질문을 적어 보내주세요. 가장 흥미로운 질문을 채택하여 답해드립니다.

글쓴이 이제선은 20대 후반이며 2011년에 백두산을 통해 탈북했습니다. 메인 이미지의 출처는 노동신문입니다. 영문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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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명 #김정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