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타투스튜디오가 생겼다

“타투(문신)는 의료 행위가 아닙니다. 문화예술이자 패션입니다.”

함박눈이 내린 3일 정오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타투스튜디오(문신시술소)를 운영하는 이랑(40)씨가 공개 ‘문신 시술’을 벌였다. 검은색 염료가 담긴 플라스틱 병과 뾰족한 바늘이 달린 시술기기 등을 탁자에 내놓고, 이씨는 동료 박정룡(23)씨의 오른팔에 ‘FREEDOM WITHIN’(프리덤 위딘)이란 글자를 한땀 한땀 그려 넣었다. 반팔 티셔츠 밑으로 드러난 이씨의 팔은 십자가와 날개 문양 등 화려한 색상의 문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개 시술이 시작된 지 30여분 됐을까. 시술을 지켜보던 누군가의 신고를 받은 경찰 2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문신은 불법 의료행위”라며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씨에게 경찰서로 임의동행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씨의 경찰서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8년째 ‘문신 합법화 운동’을 하면서 세차례나 의료법을 위반한 전과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 27조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위법으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문신은 진피까지 뚫고 색소를 넣는 피부침습적 ‘의료행위’로, 감염 등 위생적 위험이 충분히 크다. 신체에 영구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을 위해 국가가 신중하게 관리하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영리적 목적으로 시술하는 경우도 보건범죄단속법에 따라 부정의료업자로 처벌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성을 표현하려 스스로 시술을 받은 사람들도 범법행위의 ‘피해자’가 된다.

타투 합법화 운동가 이랑씨가 3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문신사법 제정 촉구 및 헌법소원 투쟁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룡씨의 오른팔에 ‘FREEDOM WITHIN’(프리덤 위딘)이란 글씨를 문신으로 새기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씨는 “취미와 예술의 영역으로 보편화된 문신에 엄격한 의료법을 적용해 문신사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이날 공개 시술을 벌였다. 이에 동참한 박씨도 “원해서 받은 시술인데 왜 제가 피해자냐”며, 임의동행을 요구한 경찰관에게 “나도 잡아가라”고 항의했다.

공개 퍼포먼스에 앞서 이씨와 동료 문신사 5명은 기자회견을 열어 “미용과 예술 목적의 문신을 합법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20여년 전 대법원이 ‘반영구 화장’을 의료행위로 규정하면서 비의료인인 문신사의 시술이 불법이 됐다. 이젠 일정한 의료 지식을 이수하면 시술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문신사 이승엽(28)씨는 “문신 전문가 자격증 제도를 만들어 문신을 합법적으로 운영하면 될 텐데 의료법상 불법이라며 범법자로 만드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 말했다.

문신 합법화 움직임은 17대 국회 때부터 수차례 법안 발의로 제기돼 왔다. 현재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발의한 ‘문신사법’이 심의 대상으로 올라 있다. 이 법안은 문신사에게 면허를 부여해 문신업을 양성화하자는 취지다. 이씨는 “합법화 법안이 통과되기를 모든 문신사들이 염원하고 있다”며 “공개 시술 뒤 기소돼 현행 의료법 27조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내려 했는데 경찰이 실제 입건하지 않아 헌법소원은 무산됐지만 현행법에 대한 저항은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타투 #문신 #타투 합법화 #문신 합법화 #문화 #사회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