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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범죄? 테러공격? 미국 총기난사범에 대해 현재까지 알려진 것들

  • 허완
  • 입력 2015.12.04 07:12
  • 수정 2015.12.04 07:37

미국에 '테러 공포'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동부 샌버나디노시에서 2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들에 대한 사실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다.

친척과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던 평범한 인물이었다. 파룩은 종교적인 신념을 드러내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 적도 없었다.

반면 용의자들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되어 있을 수 있다는 정황도 발견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이거나 직접적인 증거가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수사당국은 단순한 '원한범죄'가 아니라 테러와 연계된 범행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부 사이인 용의자들에 대해 알려진 사실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이들은 모두 범행 이후 사살됐다.

1. 용의자들은 '상당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FBI 등 미국 수사당국에 따르면, 용의자인 사이드 파룩과 공범인 그의 아내 타시핀 말리크의 집에서 파이프폭탄 12개와 실탄 3000여발, 폭발물 장치 수백여개가 발견됐다. 이들이 범행을 저지른 뒤 도주할 때 탔던 SUV 차량에서도 소총 2정과 권총 2정, 실탄 1600여발이 발견됐다.

버건 경찰국장은 "범인들은 총기난사 현장에서 65∼75발을 발사했으며, 경찰과의 총격전에서도 최소 70발 이상을 사용했다"면서 "이들은 차 안에 자동소총 실탄 1천400발과 권총 실탄 200발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총기난사 현장에서 리모트 컨트롤러로 연결할 수 있는 파이프 폭탄 3개가 발견됐다"면서 "하지만, 이 파이프 폭탄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12월4일)

다량의 총기와 실탄이 발견됐다는 건 이번 범행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되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제러드 버건 샌버나디노 경찰국장은 "이들이 총기와 실탄을 다량 준비한 것으로 미뤄 이번 총기난사 사건은 사전에 정교하게 기획된 범행"이라며 "또 다른 범행을 준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의 전날 발표에 따르면, 용의자들은 범행 당시 자동소총과 권총으로 중무장한 상태였으며, SUV 차량을 타고 도주하다가 경찰의 추격을 받자 '위장폭탄'을 던지며 저항했다.

앞서 샌버나디노 경찰은 "총격범들이 사명을 띤 것처럼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FBI LA지부 데이비드 보디치 부국장은 3일 브리핑 도중 '이 공격이 테러리즘에 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는 건 무책임하고 설익은 것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FBI는 매우 구체적으로 테러리즘을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는 아직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 추적하고 있다"는 것.

2. 그는 화가 난 모습으로 자리를 떠났다

제러드 버건 샌버나디노 경찰국장이 3일 브리핑을 하는 모습. ⓒAP

부부 사이인 용의자들 중 남편인 사이드 파룩은 1987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코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다. 그는 이후 캘리포니아에서 자랐으며, 샌버나디노에 있는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환경보건 학위를 받고 2010년 졸업했다.

그는 이후 5년 넘게 샌버나디노 카운티 공중보건과에서 환경검사관으로 일해왔다. 범행 장소인 송년행사 자리에서, 그는 외부인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같은 행사에도 참석했었다.

파룩의 직장 동료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사람들은 그에게서 '종교 광신자'의 모습을 찾지는 못했다. 이날 파룩은 범행 직전 다른 사람과 언쟁을 벌인 뒤 자리를 떠났다. 얼마 뒤 자리에 돌아온 그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실제로 사건 당시 샌버나디노 카운티 공중보건과 직원들이 대관해 송년행사를 하던 중이었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보건국의 환경보건 전문가로 5년간 근무한 파룩도 이 송년 파티에 참석했다.

버건 경찰국장은 "파룩이 모임에 왔다가 다른 사람과 논쟁을 하고서 화가 난 모습으로 자리를 떴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 말리크와 함께 현장에 다시 나타나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파룩의 직장 동료도 파룩이 독실한 무슬림이었지만, 직장에서는 거의 종교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직장 동료인 그리셀다 라이신저는 "그에게서 광신도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고 (테러와 관련한) 의심도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연합뉴스 12월4일)

3. 부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왔다

파룩의 증명사진. ⓒAP

미국 언론과 수사당국에 따르면, 파룩의 부모는 모두 파키스탄에서 태어난 이민자다. 부부의 사이가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파룩 부모의 이혼 기록을 인용, 파룩의 어머니 라피아 술타나 파룩은 2006년 남편 사이드가 자녀가 있는 곳에서 TV를 내동댕이치고 자신을 차 쪽으로 밀어붙이면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머니 라피아 파룩은 2006년 7월3일 남편을 상대로 접근 금지 및 가정 폭력 보호 청원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12월4일)

뉴욕타임스가 전한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파룩의 부친은 개인사업자로 트럭 운전사로 일했으며, 종종 찾아와 담뱃값 등을 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자녀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무능한 가장으로 보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독실한 수니파 무슬림이었던 파룩은 이번 범행을 함께한 그의 아내 말리크를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에서 만났다. 말리크는 파키스탄에서 태어났으며, 가족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랐다.

파룩의 친척에 따르면, 파룩은 최소 두 차례 사우디아라비아에 다녀왔다. 한 번은 말리크의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서였고, 그 다음에는 결혼을 위해서였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은 파룩이 2014년 여름 9일 동안 사우디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보디치 부국장은 파룩이 파키스탄에도 다녀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파룩은 파키스탄을 떠나 2014년 7월 말리크와 함께 미국에 입국했다. 말리크는 파키스탄 여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미국 시민권자의 약혼자에게 발급되는 'K-1 비자'를 받았다.

이후 파룩은 K-1 비자의 만료기한인 90일이 되기 전인 지난해 9월30일, 아내에 대한 영주권을 신청했다. 이후 지난 7월 말리크는 영주권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말리크에 대한 범죄전과 조회 등이 이뤄졌다.

수사당국은 파룩이 2013년 이슬람 성지순례 기간인 ‘하지’에 몇 주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렀다고 덧붙였다.

4. 테러 연루자 접촉?

CNN은 3일, 익명의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파룩이 '국제 테러리즘' 명목으로 FBI의 수사를 받아왔던 인물과 접촉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파룩이 이 인물을 통해 '급진화'됐을 수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파룩이 전화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적어도 한 명 이상의 테러 관련 혐의자와 접촉했다고 말했다. 다만 '소프트 커넥션' 수준이었으며, 자주 연락을 하거나 긴밀한 관계를 가진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그 인물이 누구인지, 실제로 접촉이 있었는 여부는 아직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다. CNN은 "급진화됐다는 것만이 이번 대학살의 동기는 아닐 수도 있다. 직장 내 불화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CNN에 그런 접촉이 이번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아직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미국 보안 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FBI의 대테러 당국자들이 테러 연관 가능성을 살펴보기 위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테러와 연관이 있다는) 결론에 의해 수사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범행에 '미션(mission)이 있었던 건 분명하다. 우리는 그걸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 알지 못한다"

FBI LA지부 데이비드 보디치 부국장의 말이다.

Who are the San Bernardino shooters? - CNN

Obama: Ca. Shooting Possibly 'Terrorist Related'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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