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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물고기, 낚시하는 물고기

걸어 다니는 물고기가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런 물고기가 다 있어?" 하며 궁금해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걸어 다니는 물고기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낚는다고 하면 "무슨 소리야? 그럼 사람이랑 비슷하게라도 생겼어?"라고 하며 장난하는 걸로 의심할 듯싶다. 그런데 진짜 그런 물고기가 있다. 대신 생긴 것은 사람이 아니라 딱 개구리처럼 생겼다. 그래서 이름도 프로그피쉬(Frogfish)다.

  • 장재연
  • 입력 2015.12.04 09:53
  • 수정 2016.12.04 14:12

바다생물 이야기 9. 걸어 다니는 물고기, 낚시하는 물고기.

걸어 다니는 물고기가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런 물고기가 다 있어?" 하며 궁금해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걸어 다니는 물고기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를 낚는다고 하면 "무슨 소리야? 그럼 사람이랑 비슷하게라도 생겼어?"라고 하며 장난하는 걸로 의심할 듯싶다. 그런데 진짜 그런 물고기가 있다. 대신 생긴 것은 사람이 아니라 딱 개구리처럼 생겼다. 그래서 이름도 프로그피쉬(Frogfish)다. 또 낚시꾼 물고기라는 뜻으로 앵글러피쉬 (Anglerfish)라고도 한다. 우리 이름으로는 '씬벵이'라고 하는데 어원이나 의미가 무엇인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프로그피쉬는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사람 손 모양으로 변형되어 있다. 꼬리지느러미는 그대로 남아 있어 열심히 움직이면서 동시에 아가미를 통해 물을 뒤쪽으로 내뿜어서 그 추진력으로 헤엄을 칠 수는 있지만 별로 효율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프로그피쉬는 어린아이가 기어 다니듯 걸어 다닌다. 워낙 느리다 보니, 그래 갖고 어찌 약육강식의 세상을 살아갈까 염려될 정도다. 크기는 1cm에 불과한 것부터 30cm가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작은 것은 앙증맞게 예쁘고, 큰 것은 엉큼해 보이고 둔해 보이기도 한다.

지느러미 대신 손과 발을 갖고 있는 듯한 프로그피쉬 ⓒ장재연

앙증맞은 모습의 프로그피쉬 ⓒ장재연

둔해 보이는 프로그피쉬 ⓒ장재연

프로그피쉬가 동작은 매우 느리지만,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앞에서 말한 대로 낚시 재주가 있어 먹고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프로그피쉬는 등지느러미 대신에 길고 가는 낚싯대(illicium이라고 부른다)를 갖고 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낚싯대 끝에 미끼 모양의 에스카(esca)라는 것이 달려 있다. 에스카의 모양도 다양해서 진짜 물고기나 새우 모양을 한 것도 있고 풀 더미 같은 모습도 있다. 이런 모양의 차이를 이용해서 프로그피시의 종을 구분하기도 한다.

낚시꾼이 낚싯대를 물에 담그고 물고기가 입질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듯이, 프로그피쉬도 낚싯대 모양의 일리시움(illicium)을 앞으로 내밀고 먹잇감이 근처에 올 때까지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먹이가 가까이 오면, 낚시꾼들이 챔질을 하듯이 입을 크게 벌려 먹이를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그에 걸리는 시간이 불과 100분의 1초도 안 걸릴 정도로 빠르다고 한다. 동물들의 근육이 반응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도대체 그 힘의 원천이 무엇일까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입을 어마어마하게 크게 벌릴 수가 있어서 자기 몸보다 두 배나 큰 먹이도 삼킬 수가 있다. 여러 종류의 물고기와 갑각류를 먹이로 하는데, 심지어는 자기들끼리도 잡아먹는다.

일리시움을 앞으로 내리고 있는 프로그피쉬 ⓒ장재연

흰색 에스카를 갖고 있는 페인티드 프로그피쉬 ⓒ장재연

프로그피쉬는 몸에 비늘이 없어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신 자기 몸을 주변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드는 뛰어난 위장술을 갖고 있다. 동작이 느리고, 먹이 활동을 위해서 다른 물고기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려야 하니 이런 위장술은 프로그피쉬에게 꼭 필요할 것 같다. 몸의 형태를 해면이나 산호, 바위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몸 색깔을 주변과 비슷하게 만들기도 한다. 검은색부터 흰색까지, 붉은색, 주황색, 분홍색, 노랑색, 회색, 쑥색 등 정말 다양한 색깔로 변화할 수 있다. 때문에 색깔로는 프로그피쉬 종류를 구분할 수 없다.

덩치가 큰 종류들은 자이언트(Giant) 프로그피쉬, 상대적으로 작은 것들 중에서는 몸에 사마귀 모양의 돌기가 많이 난 것은 와티(Warty, 사마귀 모양의) 프로그피쉬, 그렇지 않은 것은 페인티드(Painted) 프로그피쉬로 분류한다. 2005년에야 존재가 알려진 헤어리(Hairy) 프로그피쉬는 몸에 털 같은 갈기가 많이 나있어, 다른 종류와 특별히 구분된다. 마치 성게처럼 보이게 해서 포식자들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려는 것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헤어리 프로그피쉬의 미끼(esca)는 하얀 지렁이처럼 생긴, 매우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다. 헤어리 프로그피쉬는 워낙 희귀해서, 한 번 발견되면 다이버만이 아니라 가이드들까지도 흥분해서 바다 밑이 소란스러울 정도다. 걸어 다니고, 낚시를 하는데다가 유별난 미끼를 쓰고, 몸에는 털이 가득한 물고기이니, 이 보다 더 특별한 물고기를 찾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바위 모양으로 위장하고 있는 자이언트 프로그피쉬 ⓒ장재연

와티 프로그피쉬 ⓒ장재연

지렁이 모습의 에스카를 갖고 있는 헤어리 프로그피쉬 ⓒ장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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