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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의 '뻥'과 '구라'

자기소개서 대필(代筆)은 교사(50%), 학생(80%), 학부모(83%) 모두가 빈번히 일어난다고 답했다. 교사도 50% 비율을 보여, 사실상 자기소개서 대필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우리 교육자들이 외면하고 싶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교육현실"이 여기에 있다. 필자도 대입 서류전형을 하다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뻥"이고, "구라"인지 구별이 어렵다. 대입전형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진실과 "뻥" 그리고 "구라"를 찾아내어 판별하는 것이다. 전공적합성, 인성, 창의성 확인은 그 다음에 해야 할 과제가 된다.

ⓒgettyimagesbank

교육에 관한 한 "뻥"과 "구라"로 곡학아세(曲學阿世)하지는 말자!

글 | 안선회 (중부대학교 교수)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교육정상화법')」을 '공교육 규제 및 사교육 조장 특별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선행교육 금지를 가지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사교육을 줄인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법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5·31교육개혁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교육개혁의 결과는 참담하다. 교육개혁의 부분적인 성과는 있었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모든 교육개혁은 교육문제의 인식과 진단에서 시작된다. 5·31교육개혁에서는 당시 교육문제를 다음과 같이 인식하고 있었다(교육개혁위원회, 1995: 10-13, 46). 당시 교육에 대해 "획일화된 암기 위주의 입시준비 교육을 조장하고 있으며, 인성교육·도덕교육은 학교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보았다. "입시 지옥 속에 묻혀버리는 창의성"을 지적하였으며, "과열과외 현상으로 학교교육의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고 인식하였다. "획일적 규제 위주의 교육행정으로 인해 학교의 자율성이 제한되어 있다"고 비판하고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그 문제의 심각성이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의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지 않은가?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 기회는 양적으로 확대되고, 교육재정 확대로 교육복지는 일부 개선되었다. 하지만, 수능-EBS연계정책으로 창의성교육은 사라지고, 지식위주교육이 더 심해지고 있다. 사교육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인성교육은 법 제정과 관계없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자사고 등으로 고교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학생부종합전형(*입학사정관제)으로 대입선발에서의 고교 간 서열과 계층 간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혁신학교도 일반학교보다 높은 또 하나의 서열로 자리잡고 있다. 일반고는 수능을 통한 대학진학을 거의 포기한 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 특히, 지방과 서민계층 거주지역의 일반고는 더 그렇다.

이런 현실에 비해 교육과 교육정책을 설명하는 "일부" 교육계 인사들의 "일부" 기록, 선언과 주장에는 버젓이 "뻥"과 "구라"가 섞여 있다. 현재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 등 서류에서는 객관적인 학업성취는 찾기 힘들다. 한양대학교(2014.11.06.) 대입전형R&D센터가 교육부 '2014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로진학상담교사포럼과 함께 교사와 학생 및 학부모 1175명을 대상으로 10월 29일~11월 3일 '대입 수시전형 인식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교사와 학생‧학부모의 58%는 특목고가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응답했고, 17%가 자립형사립고를, 14%가 일반고에게 유리하다고 대답했다. 대입 전형 중 가장 공정한 전형 방법에 대해서는 교사(73%), 학생(69%), 학부모(77%) 모두 '수능'을 꼽았다. 반대로 대입 전형 중 가장 공정하지 못한 전형 방법으로는 교사(34%)와 학부모(40%)가 '구술 면접'을 꼽은 반면, 학생(44%)은 '학생부종합'이라고 응답했다.

이른바 학생부 스펙의 허위 기재(記載)에 대해 학생(74%), 학부모(75%)는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답한 반면, 교사(62%)는 그렇지 않다고 답해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학부모의 경우 스펙 허위 기재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응답한 비율이 서울 이외 지역은 71%로 평균보다 낮았으나, 서울 지역 학부모는 81%여서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학생부 기재와 관련해 서울이 보다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기소개서 대필(代筆)은 교사(50%), 학생(80%), 학부모(83%) 모두가 빈번히 일어난다고 답했다. 학부모의 경우 자기소개서 대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서울 이외 지역은 76%로 평균보다 낮았으나, 서울 지역 학부모는 94%로 나타나 역시 지역별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교사도 50% 비율을 보여, 사실상 자기소개서 대필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한양대학교, 2014.11.06). 우리 교육자들이 외면하고 싶은, 절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교육현실"이 여기에 있다.

필자도 대입 서류전형을 하다보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뻥"이고, "구라"인지 구별이 어렵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일정한 과장, 즉 "뻥"과 일정한 스토리텔링(?), 다시 말하면 조금의 "구라"가 섞여 있다. 대입전형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진실과 "뻥" 그리고 "구라"를 찾아내어 판별하는 것이다. 전공적합성, 인성, 창의성 확인은 그 다음에 해야 할 과제가 된다.

교육정책에 관한 여러 주장을 살펴보자. 선행교육을 금지하면 교육이 정상화된다는 주장도, 통합사회·통합과학이 필수화된 교육과정과 수능이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끼, 소질과 적성, 진로를 키운다는 주장도, 우리 교육이 창의성을 키우고, 창의인재를 양성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행복교육이 실현되고 있다는 주장도 필자는 믿기 어렵다. 마치, 과거에 내신반영 비중을 올리면 사교육이 줄어들고, 영어를 영어로 가르치고 몰입교육을 하면 영어사교육비가 줄어든다는 주장, 자사고를 만들고 입학사정관제를 하면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는 주장만큼이나 허황된 것이다. 입학사정관제 맞춤 고액과외 등장을 지적하며, 2009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당시 교과부 장관에게 "내 딸도 믿지 않는다"라며 교과부에 사교육 대책을 강하게 주문했다(시사IN, 2009. 07.06.)고 보도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어느 정치권 인사로부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가장 대화가 안 되는 집단'이 교육학자 집단이라고 들었다. 필자도 한 교육학자이지만, 딱히 부정하기는 어려웠다. 교육학자들이 너무 교육적이어서, 원칙적이어서 그럴까?

아직도 내신, 학생부 중심 대입제도가 사교육비를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교육정책 연구보고서와 논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필자는 놀랍다. 그들의 눈에는 노무현정부 이후 증가한 사교육비 통계가 안 보이는 걸까? 특기자전형도, 학생부종합전형도 사실상 전형유형으로서는 미국식 "입학사정관제"이며 그것들은 교과사교육비 외에 추가로 각종 컨설팅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연구 결과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면, 연구방법을 수정하거나, 분석한 데이터를 버리거나 추가 데이터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사교육비 지출 당사자인 학부모(학생이 아니라)에게 물으면 된다. 대입의 공정성과 불평등 심화 문제는 그 심각성에 비해 아직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연일까? 대입전형에서 교사들의 기록한 서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고교에서의 여학생 성추행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 두 현상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것일까? 교사에 의한 여고생 성추행 기사를 보면, 최근 사례에서 상당수가 (내신)성적, 대입상담, 진학, 학생부, 대입특별반 운영, 보복(?) 우려 등의 문구가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언론에서 '도가니고등학교'라 부르는 학교에서는 대학입시를 빌미로 여학생들이 "공포의 입시상담(일요시사, 2015.08.13)"이라 부르는 성추행 행태도 있었다. 교사가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보복(?)이라면 학생부 등 서류에서의 부정적 기록 외에 뭐가 더 있을까?

얼마 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중‧고등학교의 전체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3.9%로 전년도와 동일하며,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77.4%로 전년 대비 3.4%p 감소하였다(교육부, 2015.11.30.).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3.9%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안타까우면서도 반가운 사실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그보다 더 많은 학습부진, 학습장애 비율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제대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설사 알아도 지도하기 어렵고, 지도하기 어려워도 일정 기간 이후에 잘 교육했다고, 잘 극복되었다고 보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현장에 존재하는 실제와 다른 기록과 보고가 이것뿐일까? 이것도 일종의 "뻥"과 "구라"라면 너무 과장하는 것일까?

잘못된 교육현실을 잠시 외면한다고, 잠시 눈을 가린다고 그 현실이 없어질까? 일부 교육계 인사의 언사만이 문제가 아니다. 잘못 설계된 제도가 학생, 학부모들의 "뻥"과 "구라"를 조장하고 있는데 학생, 학부모 탓만 할 수 있을까? 일부 교육자들은 일정한 "뻥"과 "구라"를 통해 자기 진영의 논객이 되고, 집단이익이나 개인이익을 옹호하고 찾아간다. 학생, 학부모들은 일정한 "뻥"과 "구라"를 통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을 조금이라고 키우려고 한다. 이 상태에서 인성교육이 정착될 수 있겠는가?

필자 역시 교육자이자, 교육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에 소박한 바람을 마음속에 새겨보았다. 내가 최소한 교육에 관한 한 "뻥"과 "구라"로 곡학아세(曲學阿世)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교육과 교육정책을 설명하는 "일부" 교육계 인사들의 "일부" 기록과 주장에 내가 포함되거나, 내 주장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의 소박한 바램이다.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교육계 선후배들과 같이, 진실과 진실에 근거한 올바른 신념과 주장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러면 내 주변의 교육과 학습부터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

이 글은 교육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교육계 선후배님들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의도하였든, 그렇지 않았든 우리 교육계에 존재하는 '일부'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우리 자신이 한 번쯤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힘들게 그 실태를 돌이켜 보았다. '일부' 교육계 인사들의 '일부' 잘못된 행태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더 많은 교육자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우리 교육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다. 필자는 이 글에서 곡학아세(曲學阿世) 행태가 눈감아지고, 출세와 명예를 욕심내는 교육계가 아니라, 여전히 '바뀌지 않는' 더 많은 교육자들의 진실과 학생을 위한 노력이 존중받고 자긍심을 갖게 하는 교육계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참고문헌

교육개혁위원회(1995).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

교육부(2015.11.30.). 2015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

시사IN(2009.07.06.). 사교육은 죽지 않는다 다만 변신할 뿐이다.

한양대학교(2014.11.06.). "학생부 종합전형서 가장 유리한 고교는 '특목고'".

일요시사(2015.08.13.). 도가니 고등학교의 소문과 진실.

※ 본 칼럼은 필자의 고유의견이며 '교육을바꾸는사람들'의 공식견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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