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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남성까지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혀야 할까?

  • 박세회
  • 입력 2015.12.02 11:18
  • 수정 2015.12.02 12:17
ⓒGettyimagesbank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내년부터 자궁경부암 백신이 국가예방접종으로 지정돼 정부가 비용을 지원한다. 그런데 그 대상을 여성으로만 한정 지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남성이 자궁경부암의 원인이 되는 HPV 바이러스의 전파자이기 때문이다. 남성이 왜 자궁경부암 백신과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어떤 점이 잘못 알려졌는지를 짚어봤다.

1. 남성이 숙주다?

여성의 자궁경부암이 남성에 의해 전염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가장 주된 요인인 인유두종 바이러스(HPV)는 남성에 의해 전파된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남성 역시 다른 여성에게서 전염되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 CDC에서는 실제로 남녀를 불문하고 인생 전반에 걸쳐 70% 이상이 인유두종 바이러스에 한 번 이상 감염된다고 파악했다. 게다가 이 바이러스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아무런 증상도 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어렵고 검진 비용은 무척 비싼 편이라 누가 숙주인지 알아볼 방법이 별로 없다.

2. 남성에겐 별다른 해가 없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상당히 불공평한 바이러스다. 일단, 모든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며 특히 남성의 경우 바이러스의 종류에 관계없이 별다른 증상 없이 자연적인 면역반응으로 치료된다. 다만 여성의 경우, 생식기에서 발견되는 40종에 달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중 16, 18번(그렇다 얘네는 번호로 분류한다) 등을 비롯한 약 14종의 고위험군 바이러스에 의해 자궁경부암이나 생식기 사마귀 등의 질병이 야기된다.

3. 내년부터 누가 백신을 맞는가?

내년부터 국가예방접종의 대상이 되는 건 12세 이하의 여성 어린이다. 남성 어린이는 물론 13세 이상의 남녀 모두 제외되었다. 현재, 이 백신은 1회 접종이 12~15만 원에 달하며 총 3회를 맞아야 면역력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9~14세의 여성은 2회 접종만으로 면역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12세 여아'를 무료 접종의 대상으로 지정한 데는 이런 비용 효과성에 대한 분석이 있었을 것이다.

4. 남성은 왜 제외되었는가?

물론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확대 접종했을 때 효과가 좋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면 여성에게 접종하는 게 맞다. 한국의료재단 검진센터의 신재원 부원장은 "비용대비 효과를 생각할 때 남성에게까지 확대 접종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라고 허핑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남성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접종 연령은 낮아질 것이고, 접종 연령이 낮아진다면 그만큼 혜택을 받는 여성이 줄어드는 셈이 될 것이다.

5. 성인남성이 자궁경부암 백신을 자비로 맞은 것은 정말 잘 한 일이다

위 논의와는 별개로, 해외의 선진국에서는 11~12세(이후 21세까지)의 남성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권장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국 CDC 참고). 이 백신은 성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접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성인의 남성, 20~30대 이상의 남성도 한 명의 파트너와 성관계를 갖은(또는 갖을) 게 아니라면 (현재 혹은 미래의) 상대방을 위해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는 편이 좋다. 그 일례로 김풍 작가는 미래의 아내를 위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받았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지금까지 가진 성관계의 과정에서 축적되어 미래의 상대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다만 결혼한 부부라면 서로에게 접종을 권하는 게 부부싸움의 원인("당신 나 못 믿어?")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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