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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국에서 코끼리 타기를 거부한 이유

ⓒSasha Bronner

언제부터 코끼리가 내게 이렇게 중요해졌는지 모르겠다. 그 정확한 순간을 기억하기는 어렵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정했던 그 운명의 날과 비슷하다. 아무도 그건 기억 못한다.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코끼리를 처음 본 순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어렸을 때 동물원에 갔다가 보았으리라 생각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할머니와 함께 '덤보'를 보며 뱃속 가장 깊은 곳에서 아픔을 느꼈던 기억은 난다. 코끼리들의 영상을 보며 석류 같은 단단한 과일이 깨지는 것처럼 마음이 열렸다. 이제야 이 모든 게 월트 디즈니 때문인지도 모르겠다는 깨달음이 온다.

성인으로 자라나면서 코끼리들은 내게 점점 더 중요해졌다. 코끼리 옆에 있기, 코끼리 만지기, 커다란 속눈썹 올려다보기가 나의 확고한 목표가 되었다. 친구들이 아프리카로 사파리 여행을 가서 멋진 사진들을 찍어 왔다. 다른 친구는 인도에 가서 아름다운 실크 사리를 입고 코끼리를 탔다.

최근 캄보디아와 태국 여행을 계획했을 때, 가이드북들에서는 전부 코끼리 투어의 어두운 면에 대해 경고했다. 론리 플래닛의 두꺼운 태국 가이드북에는 태국의 코끼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안전하고 책임감 있는 방법들에 대한 섹션이 따로 있었다.

나는 코끼리 자연 공원을 골랐다. 태국 북부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한 나절 짜리 프로그램인 '후피 동물(가죽이 두꺼운 동물) 돌보기'를 신청했다. 이곳은 넓이가 250에이커다. 학대 당하는 코끼리들을 구출해 치유하고, 자기가 선택한 가족 집단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곳이다.

코끼리 자연 공원 방문 전까지의 날들은 길고 지루했다. 열기, 뚝뚝에 타서 느끼는 피곤함, 시차.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트에서 유적에 기어오르는 것은 인상적이었지만, 피곤해지고 열사병의 조짐이 보이자, 나는 힘겹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스스로 주문을 외우게 되었다.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밤에는 천장을 보며 내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게 아닐까 걱정했다. 코끼리 보호구역은 미화된 동물원 같은 곳 아닐까. 감시가 붙은 상태에서 코끼리와 몇 분 정도 함께 있는 게 다인 것 아닐까. 코끼리들을 가둬두는 건 아닐까. 코끼리들이 냉담하게 구는 건 아닐까.

다음 날 하루 종일 냉담한 코끼리의 이미지가 나를 괴롭혔다. 어떻게 하면 코끼리들에게 내가 그들을, 그들 전부를 여러 해 동안 사랑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까? 만질 수 있을까? 내가 코끼리들을 만났을 때 아무 느낌도 없다면 그건 더 나쁠 것이다. 직접 만나보면 다른 동물들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닐까. 내가 상상했던 그들과 나의 연결은 사라지는 것 아닐까.

캄보디아의 시엠 립에서 태국의 방콕을 거쳐 치앙 마이로 가는 여정은 마치 각성제를 먹은 것 같았다. 주기적으로 심호흡을 하고 태국 맥주를 듬뿍 마셔 내 흥분을 진정시켰다. 우리는 6시 반 모닝 콜에 대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아찔할 정도로 흥분이 되었다. 코끼리 자연 공원이 보낸 밴을 타고 치앙 마이에서 출발해, 90분 동안 달려 산악 정글로 들어갔다. 우리는 아름다운 시골 캠프에 도착해 코끼리와 함께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코끼리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는 대비할 수 없었다.

공포. 정수리부터 발바닥까지 마비시켜 버리는 공포. 자연 공원에서는 몇 명 안 되는 그룹을 만들어 코끼리들을 만나게 한다. 그래서 가이드 한 명과 여행자 두 명이 함께 코끼리를 만났다. 우리의 코끼리를.

거대한 동물들이 귀를 펄럭이고 코를 흔들며 우리에게 걸어와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인 수박을 향해 갔다. 개를 처음 만날 때처럼 손으로 코를 만지는 일은 없었다. 수박. 수박이 입으로 간다.

한 번에 두세 개씩을 먹고 싶어했다. 잘라놓은 수박을 코에 바로 대주거나, 코가 휜 곳에 쌓아주면 재빨리 입 안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더 달라고 했다. 한 번에 수박을 하나만 주면 화났다는 듯 크게 한숨 쉬는 소리를 냈다. 마치 내가 초보자라는 걸 알고 있었고, 이보다는 더 잘할 줄 알았다는 것 같았다.

어지러울 정도의 속도였다. 우리는 양손을 써서 수박을 주었고 내 심장은 마구 뛰었다. 그러나 몇 분 만에 우리는 모두 웃으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리가 만나 본 중 가장 큰 동물과의 압도적이고 무서우며 환상적인 교류는 정말 즐거웠다.

먹은 다음에는 운동할 차례였다. 우리는 코끼리들과 함께 정글을 한참 동안 산책했고, 가면서 코끼리들에게 줄 바나나가 든 배낭을 하나씩 받았다.

어떻게, 언제 바나나를 줄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었다. 코끼리가 달라고 한다. 코끼리들의 행동은 부드럽고 다정하지만, 무게가 5톤이고 키가 3미터에 가깝다보니 그들의 움직임에는 일종의 긴급함이 있다. 제일 좋은 방법은 계속 움직이다가, 바나나가 떨어지면 코끼리들 앞에서 피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시아 코끼리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10% 가까운 먹이를 먹는다.

걷다가 코끼리들이 호스로 물을 뿌리며 오전 샤워를 즐길 수 있도록 잠시 멈추었다. 온도가 38도 정도였고, 코끼리들은 더위에 견딜 수 있게 흙과 진흙을 파서 몸에 바르는 습관이 있다.

더 걷고 바나나를 더 먹은 뒤, 강에서 코끼리들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커다란 양동이 하나씩을 받고 15분 동안 코끼리들의 거대한 몸에 물을 뿌렸다. 코끼리들은 기꺼이 우리 앞에 앉아서 수박 더미에 얼굴을 묻었다 꺼냈다 했고, 꼬리를 흔드는 것은 기쁨의 표현 같았다. 우리는 팔이 아플 때까지 코끼리들의 전신에 물을 뿌렸다.

드넓은 보호 구역에서 코끼리 가족들과 함께 걸어다니며 그들에 대해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다. 거기 있는 코끼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뢰 폭발로 다리를 다친 코끼리(다리 하나를 계속 앞뒤로 흔들었다)도 있고, 공원 최고령인 78세의 코끼리는 혼자서 강까지 가거나 음식을 먹기 힘들어 해서 언제나 사람이 옆에서 도와준다고 했다.

구출되기 전까지 지독하게 학대 당했던 눈먼 코끼리가 있었다. 그 코끼리의 가족들이 목욕하러 강에 들어가자, 그들은 모두 30초 동안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눈먼 코끼리에게 목욕 시간이라고 알려주는 신호였다. 눈먼 코끼리는 천천히 강으로 왔다. 하지만 보호 구역의 코끼리들이 다 다친 것은 아니다. 몇 년 동안 여기 살며 완전히 회복된 코끼리들도 많다.

2살 먹은 공원의 아기 코끼리는 강에서 어미 옆에 붙어 있었지만 제멋대로여서 가이드들은 '너티 베이비(버릇없는 아기)'라고 별명을 붙여 주었다. 가이드들은 너티 베이비가 우리를 향해 달려오면 즉시 피하라고 말했다.

아기 코끼리가 태어나면 어미는 4년 동안 모유 수유를 하지만, 실제로 아기를 돌보는 것은 어미의 가장 친한 친구라는 것도 배웠다. 코끼리들은 유모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거 알았던 사람? 유모가 새끼를 낳으면 친구가 은혜를 갚는다.

오후가 끝나갈 때, 나는 한 손에 바나나 네 개를 들고 코끼리 입 앞에 들어주는데 익숙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우린 함께 더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음미했다. 이젠 코끼리가 내는 소리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고, 방 저편에서 친척이 내는 익숙한 한숨 소리 같이 들렸다.

공원의 언덕과 계곡을 둘러보며 이 코끼리들이 한때 살았던 방, 대형 상자, 우리들을 상상해 보았다. 이제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면 흐르는 강, 잔디, 나무를 볼 수 있고, 다시는 인간을 등에 태우거나 두 다리를 들고 서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은 내가 태국에서 코끼리 등에 타지 못해서 실망했느냐고 묻는다. 나는 미소 지으며 아니라고 대답하고, 수박즙이 흐르는 내 손등, 흙투성이가 된 내 무릎, 코끼리들이 강에서 즐겁게 몸을 흔들 때 속눈썹에 맺힌 물방울 사진들을 보여준다. 나는 내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충만했던 걸 기억한다.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코끼리 자연 공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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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허핑턴포스트US Why I Refused To Ride An Elephant In Thailand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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