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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노비에게도 있던 남성 육아휴직을 지금은 사용못하는 이유

  • 김병철
  • 입력 2015.12.02 06:31
  • 수정 2015.12.02 06:35
Facebook Chairman and Chief Executive Officer Mark Zuckerberg and his wife Priscilla Chan, arrive for a State Dinner in honor of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Friday, Sept. 25, 2015.  (AP Photo/Manuel Balce Ceneta)
Facebook Chairman and Chief Executive Officer Mark Zuckerberg and his wife Priscilla Chan, arrive for a State Dinner in honor of Chinese President Xi Jinping, in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Friday, Sept. 25, 2015. (AP Photo/Manuel Balce Ceneta) ⓒASSOCIATED PRESS

조선시대에는 노비에게도 육아휴직을 제공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여자 종인 '비'에게는 100일의 출산휴가를, 남자 종인 '노'에게는 30일의 육아휴직을 줬다.

세종실록은 "여종이 아이를 배어 산삭에 임한 자와 산후 100일 안에 있는 자는 사역을 시키지 말라 함은 일찍이 법으로 세웠다"며 "사역인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만 30일 뒤에 구실을 하게 하라"고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한국 남성 직장인은 1년간의 육아휴직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아이를 보고 싶다는 마음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같겠지만, 휴직을 하면 대신 일할 사람이 없다는 점과 '남자가 무슨 출산휴가냐'는 유무언의 압력이 선뜻 육아휴직 신청을 못 하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 규정은 있지만 눈치 보여서

현재 한국 남성 노동자는 최소 사흘간의 배우자 출산 휴가를 보장받는다. 배우자가 육아휴직 중이 아니라면 1년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남성 육아 휴직자의 수는 3천421명이었다.

2006년까지만 하더라도 남성 육아 휴직자가 230명이던 것을 고려하면 짧은 시간에 육아휴직 급여를 받는 남성의 수가 급증했지만, 지난해 여성 육아휴직자 수인 7만3천412명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다.

남성 노동자가 선뜻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것은 업무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상사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길다. 야근과 휴일근무가 반복되는 가운데 휴직을 신청하면 인력이 부족하게 되고 결국 주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생소한 인식도 문제다. 육아휴직을 써본 경험이 없는 상사나 동료가 오히려 휴직자를 '튀는 직원'으로 인식하면서 휴직 신청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만든다.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0)씨도 올해 첫 딸이 태어났지만 육아휴직을 신청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전에 쌍둥이가 태어나자 남성 육아휴직을 쓴 선배가 있었는데, 회사에서 이걸 두고 말이 많았었다"며 "육아 휴직을 다녀오면 내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서 신청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 저커버그 2개월간 육아휴직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최근 딸이 태어나면 두 달 동안 육아휴직을 가겠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전 세계 페이스북 임직원들도 아이가 태어나면 4개월간 유급 육아휴직을 갈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종전에도 페이스북은 미국 남녀 직원들에게 4개월, 미국 이외 지역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에게 최소 4주간의 육아휴직을 제공했다.

여기에 CEO가 먼저 나서서 육아휴직을 가겠다고 공표한 것이 휴직 사용률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성평등이 가장 잘 실현된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은 왕실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스웨덴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는 지난 2012년 딸 에스텔을 출산했으며, 남편인 다니엘 공은 곧바로 남성 육아휴직을 냈다.

다니엘 공은 에스텔 공주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까지 장기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가 크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스웨덴은 1974년부터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했다.

영국에서도 왕실과 총리가 통상 수준보다 긴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윌리엄 왕세손은 2013년 조지 왕자가 태어났을 때 자신이 복무하는 영국 공군에 2주간 출산휴가를 신청했으며 토니 블레어 전 총리도 2000년 아내의 출산에 맞춰 2주간 총리실 업무를 쉬고 아이를 돌봤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먼저 나서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아빠 모델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상징적인 인물이 나서서 남성 육아휴직을 쓰면 육아휴직에 대한 생소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웨덴은 공주 배우자가, 영국은 노동당 당수가 육아휴직을 쓴다"며 "한국에도 이 같은 선도적 모델이 있다면 (남성 육아휴직) 확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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