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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 "무인도에서 글을 쓰지 않는 한 표절시비 가능성 벗어날 길은 없다"

  • 허완
  • 입력 2015.11.29 10:05
  • 수정 2015.11.29 10:08

소설가 신경숙의 남편이자 시인 겸 문학평론가인 남진우 명지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표절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계속해서 발표하고 있다.

남 교수는 이번 달 출간된 '21세기문학' 겨울호에 '영향과 표절 - 영향에 대한 불안과 예상표절의 사이'라는 특별기고문을 게재했다. 그는 기고문에 대한 보론으로 '표절을 바라보는 관점의 유형에 대하여'란 글을 올려 부인의 표절 논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완곡하게 밝혔다.

남 교수는 "지난 여름 문단과 언론을 달궜던 표절 논란 이후 우리 사회엔 표절을 둘러싼 각종 말이 흘러 넘친다"며 "즉발적이고 감정적인 말들이 쉽게 유포되고 소비됐다가 금방 휘발되는 양상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절 담론이 표절이라는 현상에 대해 어떤 정리된 판단이나 해석을 제시해주기는커녕 혼란만 부채질하는 수준이라면 우리 문학은 한동안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며 "표절을 바라보는 시각의 유형에 대해 간략히 언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는 표절을 바라보는 관점을 크게 근본주의와 수정주의로 분류해 논의를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근본주의는 문학에서의 표절을 절대악으로 규정하고, 작가의 뼈를 깎는 반성이나 은퇴를 바람직한 대응으로 바라보는 태도다. 이에 반해 수정주의는 표절을 상호텍스트의 틀 안에서 바라보는 입장으로 표절을 도덕적 단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경향을 벗어나고자 한다.

남 교수는 자신은 근본주의보다 수정주의적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며 "근본주의는 문학 역사를 훑어보기만 해도 현실과 유리된 피상적인 견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정주의의 한계도 지적했다. 남 교수는 "수정주의적 관점에 서는 사람은 일단 표절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보는 사회의 완강한 일반적 통념과 맞서야 한다"며 "수정주의에 동조하더라도 표절의 양상과 정도에 따라 다양한 입장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남 교수는 표절을 식별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표절 적용대상을 최소화하자는 최소주의와 언어로 구현된 모든 것을 표절 범위에 포함시키는 최대주의로 구분했다. 그는 이에 대해 자신은 최대주의 입장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대주의의 설명하며 최근 표절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확고히 전했다.

남 교수는 "작가들은 텍스트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때로 훔치고 빌리며 자기 고유의 텍스트를 실현한다"며 "표절은 이런 과정 중에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불상사 중의 하나다. 불행히도 표절의 안전지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인도에서 글을 쓰지 않는 한 표절 시비가 일어날 가능성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길은 없다"며 "어떤 작가가 주목을 받고 유명해질수록 그 가능성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발자크, 플로베르, 도스토옙스키, 프루스트, 조이스 등의 대작가들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문학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이런저런 표절 소송은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 소송은 작가의 생물학적 죽음으로 종료되지 않는다. 작가 사후에도 문학의 법정에 끌려와 심문을 받는 일이 문학사에선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라고 마무리했다.

남 교수는 부인의 표절 논란 전 '표절 킬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다른 문인의 표절 문제를 신랄하게 다뤘던 문학평론가다.

계간 '문학동네' 1기 편집위원이기도 했던 그는 이번 겨울호를 마지막으로 다른 위원들과 함께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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