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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의 육아 휴직이 여성들의 승리인 이유

  • 강병진
  • 입력 2015.11.27 05:48
  • 수정 2015.11.27 05:50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아내 프리실라 찬이 첫 아이를 가졌다. 저커버그는 아이가 탄생하면 2개월 동안 일을 쉬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남성 직원들, 미국의 일하는 남성들(과 그 가족들)에게 있어 이건 대단한 소식이다. 미국 남성들은 육아 휴직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일단 남성에게 육아 휴직을 제공하는 회사 자체가 많지 않다. 포츈지 선정 100대 기업의 CEO가 출산 휴가를 쓴다는 건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저커버그의 육아 휴직은 남성이 직업보다 가족을 우선시해도 괜찮다는 신호이다. 최소한 갓 태어난 아기가 집에 있을 때 잠깐 동안은 말이다. 다른 아버지들도 이를 보고 자녀 출산 때 휴가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것은 어머니가 되는 것 때문에 직장에서 심각한 불이익과 차별을 받는 여성들에게도 놀라운 소식이다. 남성이 육아 휴직을 하게 되면 일과 가족 둘 다에 신경을 쓰는 것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신호가 된다.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간의 진정한 이해와 공감이 싹트고, 모두에게 해가 되는 낡고 쓸모없는 고정관념을 제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여성과 남성이 모두 육아 휴직을 할 수 있으면 협동에 대한 감각이 조성되고, 집에 갓난아기가 있다는 것이 어떤지 더 잘 이해하게 된다.” 컨설팅 펌 EY의 부회장 낸시 알토벨로는 올 여름에 EY가 남성 직원들에게 출산 휴가 사용을 장려하는 이유를 허핑턴 포스트에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일하는 여성과 남성들은 부모가 되면 특정 고정관념과 기대의 대상이 된다. 남성들에겐 직장에서는 유리해지고 가정에서는 불리해진다. 여성들은 이래저래 다 불리하다.

Priscilla and I are starting to get ready for our daughter's arrival. We've been picking out our favorite childhood...

Posted by Mark Zuckerberg on Friday, November 20, 2015

프리실라와 나는 우리 딸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좋아했던 책과 장난감들을 골랐다.

우리 딸의 첫 몇 개월 동안 일을 쉬어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이건 아주 개인적인 결정이고, 나는 우리 딸이 세상에 나오면 2개월 동안 출산 휴가를 쓰기로 결정했다.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일하는 부모가 갓난아기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아이와 가족에게 더 좋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미국 직원들에게 4개월까지 유급 출산 휴가를 지급하고, 1년 내내 아무 때나 쓸 수 있다. 일상적인 것들이 우리에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인생의 다음 단계에 들어가게 되어 우리는 신이 난다. 우리 아기 시트와 비스트의 사진이다. 비스트도 뭔가 있다는 걸 아는 것 같다.

좋은 아버지는 생계를 책임지기 때문에 직업을 우선시한다는 문화적 기대가 있다. 연구들에 의하면 실제로 아이가 태어난 뒤 아버지가 돈을 더 많이 번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미국 가정의 40%는 여성이 유일하거나 주된 생계 책임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성들이 일보다 가족을 우선시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 여성은 직장에서 덜 믿음직하고 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어머니들은 채용될 가능성, 경쟁력이 있다고 간주될 가능성, 같은 조건의 남성과 같은 돈을 받을 가능성이 더 낮다.” 클레어 케인 밀러는 지난해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녀는 "여성은 아이를 하나 낳을 때마다 급여가 4% 감소했고, 남성은 아버지가 된 뒤 급여가 6% 이상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15년에 걸친 광범위한 연구"를 언급했다.

녀가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 사이의 급여 차이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이보다 더 크다는 걸 밝힌 연구도 있었다.

만약 여성이 "나는 자녀보다 일이 우선"이라고 한다면 어떨까? 이때도 골치 아픈 일들이 생긴다. 사람들이 그를 형편없는 어머니라고 비난하기 때문이다.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

“여성은 근본적으로 일이 아닌 가족을 더 중시한다[고들 생각한다]. 만약 그러지 않으면 사람들은 당신이 좋은 어머니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직장에서의 젠더에 따른 기대를 연구하는 하바드 경영 대학원의 로빈 엘리 교수가 몇 달 전 허핑턴 포스트에 설명했다.

야후의 CEO 마리사 메이어는 최근, 12월에 쌍둥이를 낳은 으면 몇 주만 쉬겠다고 발표했다. 그녀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데일리 비스트의 헤드라인은 ‘마리사 메이어의 2주 출산 휴가는 개소리다’였다. 인터넷에 이와 비슷한 비난들이 난무했다.

2012년에 메이어가 야후에 들어간 직후에 2주 출산 휴가를 쓴 것을 두고 텔레그래프는 그녀의 이중고를 잘 요약했다. ‘그녀의 출산 휴가 14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부모로서의 역할을 우선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의심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남성들은 다른 어려움을 겪는다. 저커버그 세대의 젊은 남성들은 자녀와 시간을 더 많이 보내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일이 최우선이라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낙인이 찍히거나 불이익을 받는다는 게 이들에겐 문제가 된다.

“남성이 출산 휴가를 쓴다는 건 내 상사들에게는 얼굴을 찡그려보이는 것과 같다. (육아는)남성들이 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나를 놀렸다.” 유명 컨설팅 펌의 한 직원이 보스턴 대학교의 최근 연구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파트너 한 명이 내게 말했다. ‘넌 선택을 해야 돼. 프로가 될래, 아니면 네 분야에서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이 될래? 네가 프로가 되겠다면, 그건 너에게 네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뜻이야.’”

그의 어린 아기에게 그렇게 말해보라고 하자. 출산 휴가를 쓰는 남성들은 아이의 평생에 걸쳐 더 깊이 관여하는 아버지가 되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중요한 일 아닌가? 그리고 가정에 더 깊이 관여하는 아버지는 분명 아내들의 삶을 더 편하게 해 준다. 맞벌이 부부 중 일하는 여성이 육아를 더 많이 맡는 경우가 너무 많다.

남성들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원하는데, 낙인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 휴가는 이런 낡은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있어 아주 강력한 지렛대다. 아버지들에게 유급 휴가를 지급하는 스웨덴에서는 남편이 한 달 쉴 때마다 여성의 급여가 평균 7% 상승했다.

일부 깨인 고용주들 – 페이스북,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등 – 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남녀에게 동등한 출산 휴가를 지급한다.

페이스북은 남성들에게 4개월을 지급하지만, 대부분 저커버그처럼 2개월만 사용한다.

평등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허핑턴포스트US의 Why Mark Zuckerberg's Paternity Leave Is A Win For Women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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