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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 어그로 사태의 전말

  • 허완
  • 입력 2015.11.26 11:16
  • 수정 2015.11.26 11:34

오늘 하루 트위터 타임라인을 도배(?)했던 기사가 하나 있다. 연합뉴스가 이날 아침 내보낸 '한국에 '헝그리정신'이 사라졌나…노동의욕 61개국중 54위'다.

트윗의 기사 제목은 왜 '사라졌다'인가...

이 기사는 스위스에 위치한 비즈니스스쿨인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지난 18일 발표한 '세계 인재 보고서(World Talent Report)'를 인용한 것이다.

이 조사 중 '노동자 의욕(Worker Motivation)' 항목에서 한국은 61개국 중 최하위권인 54위에 머물렀다. 연합뉴스는 "한국에서 직원들의 노동의욕도 최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번에 61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기업 임원이 평가한 '노동자 의욕'에서 54위에 그쳤다. 한국은 10점 만점에 4.64점으로, 슬로베니아, 아르헨티나 등과 더불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가장 자발적으로 일한다는 평가를 받은 국가는 스위스(7.68점)였다. 이외에도 덴마크(7.66점), 노르웨이(7.46점) 등 북유럽 국가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은 7.06점으로 11위에 올랐다. 미국은 16위(6.71점), 중국이 25위(6.12점)였으며 인도는 42위(5.35점)였다.

한국과 순위가 비슷한 국가는 이탈리아(4.79점)와 러시아(4.77점), 슬로베니아(4.61점) 등이었다.

노동자 의욕이 가장 낮다는 평가를 받은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3.55점에 그쳤다.

한국의 노동자 의욕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은 데 대해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헝그리 정신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연합뉴스 11월26일)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건 두 가지다.

1. 노동자들의 의욕은 누가 측정했는가?

2. 한국 노동자들의 의욕이 낮게 평가된 이유는 무엇인가?

위에 소개한 연합뉴스 기사에 모두 답이 있다. 굵은 글씨로 표시된 부분을 다시 읽어보자.

요약하면, 이런 얘기다.

'노동자의 의욕을 기업 임원들이 주관적으로 평가한 어떤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61개국 중 54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는데, 전경련 상무는 그 이유를 '헝그리 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제멋대로주관적으로 해석했고, 연합뉴스는 그 말을 제목으로 뽑았다.'

연합뉴스는 11시19분, 일부 내용을 보완한 기사를 다시 올렸다. 여기에는 뒤늦게 다음과 같은 다른 해석들이 소개됐다.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 않다.

장홍근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기업 임원 설문조사 결과라 경영자의 시각을 볼 수 있다"면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근로자를 도구적으로 보는 시각이 심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동기는 임금과 근로조건, 복지, 직장 분위기, 공정한 평가와 보상 등 여러가지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근로 동기가 낮은 수준이라면 노동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본부장은 노동 의욕 순위에서 상위권인 스위스와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안정되고 공정한 노동 시스템이 작동하는 나라"라고 설명하면서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는 직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체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 대기업 부장은 "젊은 사람들이 의욕을 상실했다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면서 "건전하게 돈벌어 중산층으로 자리잡기 어려우니 금수저, 흙수저 같은 자조적 용어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의 대리급 직원은 "또래들을 보면 지방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기 빠듯하니 의욕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심한 것도 의욕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11월26일)

한국일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미디어연구가 김낙호씨는 이 '어그로 사태'를 다음과 같은 짤막한 트윗으로 평가했다.

또다른 한 트위터 이용자는 사이다 같은 촌평을 남겼다.

아래는 영화 넘버3의 그 유명한 2015년에 다시 볼 줄은 몰랐던 '헝그리 정신'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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