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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모노톤즈 차승우, '인디=라면 프레임 좀 그만 둬라'(인터뷰)

  • 박세회
  • 입력 2015.11.25 10:10
  • 수정 2015.11.27 09:19

'더 모노톤즈', 왼쪽부터 하선형(베이스, 객원), 차승우(기타), 조훈(보컬), 최욱노(드럼).

노브레인과 문샤이너스의 차승우와 삐삐 롱스타킹의 박현준이 '더 모노톤즈'라는 밴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들렸던 게 벌써 3년 전이다. 그리고 3년 만에 앨범이 하나 나왔다. 현대 미술 작가 양아치의 작품으로 된 44페이지 짜리 화보, 주얼 케이스엔 북클릿이 따로 들어있다. 음반이 안 팔리는 시대에 지나치다 싶을 만큼의 정성이다. 정성의 데뷔 앨범 'Into the night'을 낸 네 명의 남자들과 합정역의 카페에서 음악 수다를 떨었다.

더 모노톤즈, 꿈에도 그리던 보컬을 만나다

조훈(보컬).

데뷔앨범이라고 하기엔 이미 많이 알려진 것 같다. 잡지에서 화보도 여러 번 찍었더라.

=차승우(기타, 이하 '차차') 그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여러 밴드를 거쳤기 때문에 이번 앨범 자체만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2014년 2월에 있었던 데뷔 무대에선 공연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는 얘기도 있다.

=차차 이 전에 하던 '문 샤이너스'의 팬덤이 와해되기 전이었다. (웃음) 당시 나와 의기투합했던 베이시스트 박현준(전 삐삐롱 스타킹의 베이시스트) 씨가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밴드를 한다니까 기대 심리도 있었던 것 같고.

초대 보컬은 다른 사람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차차 부침이 많았다. 서교그룹사운드의 김세영 군이 초대 보컬을 했는데, 그 이후 11번 바뀌고 지금 보컬 조훈이 12번째인가 그럴 거다.

=최욱노(드럼, 이하 '욱노') 에이, 무슨 그냥 11명을 보긴 했지만 다 그냥 잠깐 만난 거고 진짜 우리 보컬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김세영이랑 조훈 뿐이다.

김세영은 왜 나갔나?

=차차 밴드라는 게 그렇지 않나? 마치 연애 같아서 이유를 모르고 차이는 때도 있는 거고 나는 사실혼 관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사귀는 사이일 수도 있는 거다. 지금 멤버는 결혼 관계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회사와의 계약도 걸려있고. 이렇게 말을 해야 못 나간다.(웃음)

앨범 나오는 데 오래 걸린 게 보컬 때문인가?

=차차 그렇다. 우리랑 잘 맞는 보컬을 구하기 위해 3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조훈 씨 보컬이 좋긴 좋더라. 이런 보컬을 어디서 구했나?

=차차 이건 좀 어디 가서 얘기하기 좀 그런데, '뮬'(편집자 주 : 중고 음악 장비를 사고팔거나 뮤지션들이 멤버를 구하는 음악계의 '사람인' 같은 곳)에서 구했다. 정말 보컬 구하기가 너무 힘들고 홍대에 있는 보컬리스트들은 다 아는 사람이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었다. 이름도 가짜로 지어서 엉터리로 '우리는 데이비드 보위와 이기팝을 좋아한다. 지각있는 젊은이들의 연락을 기다린다' 이렇게 좀 또라이 같은 글을 올렸는데 그걸 듣고 이 친구가 연락했더라. (웃음) 보내 준 데모를 딱 듣고 '아, 내가 얘를 만나려고 지금까지 그렇게 방황을 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가장 큰 스트레스가 풀렸다.

조훈 씨는 어떻게 이 밴드에 들어오게 됐나?

=조훈(보컬) 미국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영국의 대학에서 음향진동 공학을 전공했다. 이게 음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사실 비행기 창문의 진동을 줄이는 기술, 기차에서 소음을 줄이는 방법 등을 공학적으로 연구하는 학과다. 졸업하면서 한국에 들어왔는데 내가 하고 싶은 건 음악이었다. 당시 여기저기 기획사에 데모 테이프를 보냈는데, 다 거절당했다. 그러다 나도 뮬에 들어가서 이 밴드 저 밴드를 만나봤는데 '더 모노톤즈'가 눈에 띄었다.

더 모노톤즈가 마음에 들던가?

=조훈 연락해서 오디션 약속을 잡고 만나기로 하고 나서는 직접 '더 모노톤즈'의 노래를 불러 음원을 보내면서 '이거 듣고 만날지 말지 생각해주세요'라고 했을 정도로 간절했다. 당시에 만나서 합주하고 신사동 영동 설렁탕에서 승우 형이랑 술 마시며 바로 의기투합해서 밴드에 합류하기로 했다.

그런데 차차는 문샤이너스에서 직접 보컬을 하지 않았나?

=차차 문 샤이너스를 하면서 '솔직히 까놓고 얘기를 해보자. 나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은 정말 아니다'라는 결심을 했다. 생각해보면 노브레인 때는 (따로 보컬이 있었으니) 정말 속 편하게 했었다.

조훈이 들어오니 어떤가?

=차차 너무 좋다. 곡을 쓸 때 내가 하고 싶은 걸 좀 더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음역만 예를 들어도 그렇다. 내가 보컬이면 '여기까지 올라갈까' 생각하고 곡을 써야 하는데 조훈이 부른다고 하면 걱정 없이 쓰면 된다.

=하선형(베이시스트, 이하 '선형') 훈조 형과 함께 공연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다. 세션으로 들어오기 전에 공연하는 걸 보긴 했는데, 더 모노톤즈의 맴버들 모두 각자 다른 색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색깔들을 밴드의 색깔 한가지로 융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것 같다.

=욱노 조훈이 중요한 시기에 합류했는데, 성취 의지가 강하고 일을 스마트하게 처리하는 사람이라 앨범제작 등의 일정들이 기간 내에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조훈이 나온 학교가 사실 음향진동 공학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명성이 높은 학교다. 게다가 우리 밴드에 들어오기로 한 날 국내 모 대기업에 입사가 확정됐다.

아이고, 어쩌다 형들을 잘못 만나서.

=차차 그러니까. 나는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전혀 몰랐는데 그게 큰 거라고 하더라.

박현준은 왜 나갔나?

=차차 사실관계만 따지자면 본인이 먼저 나갔다. 그 형은 존재 자체가 예인이다. 알게 모르게 가만있는 것만으로도 주변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게 한다. 그걸 동생들은 더 심하게 느꼈고 나는 그 사이에서 좀 힘들었다. 이제는 못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우리도 잡지 않았다. 지금 촬영하고 있는 게 '울트라 젠틀맨'이라는 다큐멘터리인데 내년에 개봉도 하고 방송도 나갈 거다. 그 안에 많은 게 담겨있다. 박현준은 정말 최고의 플레이어다. 무슨 악기를 갖다 줘도 일단 소리를 정말 잘 내고 정말 구렁이 기어가는 듯한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사람밖에 못 봤다. 이번 앨범에도 그가 친 9곡의 베이스 트랙은 그대로 살렸다.

더 모노톤즈는 이렇게 만들었다

차승우(기타).

이번 앨범을 듣다 보니까 정말 떠오르는 레퍼런스가 많더라. '글로리어스 데이'는 푸 파이터스가 '더 비트 고스 온'은 단박에 스톤 로지즈가 떠오르더라.

=차차 믹싱 과정에서도 엔지니어와 구체적인 레퍼런스를 들어가며 소통을 했다. '버스 부분의 마라카스는 보 디들리 리듬으로 해주시고요 드럼 소리랑 퍼즈가 들어간 기타 톤은 푸만추처럼 잡아주세요.' 이런 식이었다.

=조훈 밴드끼리도 아주 디테일하게 소통을 했다. '여기서 기타 에코가 지저스 앤 메리체인 1집 같은 분위기로 가야 하고 여기 보컬은 '턴 턴 턴'같은 분위기로 해야 된다'는 식?

=차차 '12현 기타가 비틀스를 감싸 안고 있는 느낌'이란 표현까지 나왔다.(웃음) 아는 걸 어떻게든 다 동원해서 멤버에게 이해를 시키려 노력했다.

다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경우도 있지 않았나?

=욱노 차차 형도 박현준 형도 가끔은 원하는 연주를 꽤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이를테면 차차는 'glorious day'에서 곡예사가 재주를 넘는 느낌으로 오르간 연주를 해보라고 했고, 현준 형은 서울시립미술관 공연 때 '우린 더 부서져도 괜찮아!' 라고 외쳤다.(웃음)

그래도 멤버들 끼리 취향이 좀 맞는 편이었나 보다. 다른 밴드 중에는 재즈, 블루스, 클래식 전공자 등 서로 전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인디 팝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차차 사실 내가 대화를 주도하는 편인데, 멤버들이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해준 것 같다. 정말 본인의 취향을 얘기하자면 음악적 뿌리는 서로 조금씩 다르다.

처음 샀던 CD나 테이프가 뭔지 기억 나나?

=선형 초등학교 5학년 때 노바소닉 2집 타이틀 뮤직비디오를 접하고, 아 음반을 사야겠다! 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 다음 날 동네에 '진솔문고'라는 곳이 있었는데, 거기서 카세트를 구입했었다. 연소자청취불가 딱지가 붙어있어서 아버지한테 대신 사달라고 했다.(웃음)

=차차 나도 명확하게 기억 난다. 누나가 팝송 광이어서 어려서부터 '듀란 듀란', '아하', '왬!'을 정말 좋아했는데 그 때 카세트 테이프 중에 CM송 모음집이 있었다. 그 중에 삼일가구 선전에서 나왔던 'I Wanna Hold Your Hands'를 들었다. 와! 그때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팔에 소름이 막 '좌르륵' 돋을 정도로 전율했다.

=욱노 초등학교 때 듀스의 테이프를 샀다. 이현도의 팬이었다. 록음악은 중학교 때 접했다.

=조훈 어려서 형과 나는 워크맨이 하나씩 있었는데 내 건 가로로 열리는 보통 워크맨이고 형 거는 세로로 열리는 최신형이었다. 그게 얼마나 부럽던지, 하루는 그걸 한번 몰래 들어봤다. 근데, 정말 죽이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 때 들어있던 테이프가 '주다스 프리스트'다.(일동 : 와우!) 그 다음부터 형한테 이런 음악 좀 더 가르쳐 달라고 졸라서 듣기 시작했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나도 비틀스의 지배를 받았다. 처음에는 존 레논 팬이었는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아, 내가 좋아하는 곡들 대부분이 폴 매카트니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차 사실 폴 매카트니는 너무 완벽해서 사람들이 좀 덜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의 개인적인 음악 취향은 어떤가?

=조훈 블루스. 버디 가이, 머디 워터스 등을 좋아한다. 델타 블루스 보다는 시카고 블루스 쪽? 기타로 아작을 내는 음악 말이다.

=욱노 스무 살부터는 거의 '개러지 록' 음악을 들었다. 가장 좋아한 밴드라면 역시 '리버틴즈'와 '스트록스'다. 이 팀들이 처음이자 끝이지 싶다.

=선형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취향의 변화가 크게 한번 있었는데, 그때의 기운이 아직 계속 가고 있는 중이다. 인디 힙합 쪽으로 MIA를 좋아하고, 비욕의 사운드를 좋아한다. 핑크플로이드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도 좋아한다.

서로 다른 뿌리에서 시작해서 같이 밴드를 한다는 것도 참 멋진 것 같다.

=차차 그러니까. 그게 정말 멋진 일이다.

밴드 이름을 왜 '더 모노톤즈'로 지었는지도 궁금하다.

=차차 사실 그 전에 거쳐 간 이름들이 있었다. '울트라 젠틀맨'이라는 것도 있었고 '몰락한 귀족'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몰락한 귀족은 대체 뭔가?

=차차 원래 '더 모노톤즈'라는 걸 만들게 된 게 박현준 형이랑 술 마시다 의기투합해서 만들게 된 건데 술에 취해가지고 '우리가 원래 양반인데 이렇게 됐으니 몰락한 귀족이라고 하자' 뭐 이런 개소리를 하다가 지었던 이름이다. 근데 나중에 술 깨서 보니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이번 앨범에서 욱노 씨는 드럼 말고도 건반과 오르간을 연주했더라.

=차차 욱노가 클래식을 전공했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프로 뮤지션처럼 치더라. 나도 놀랐다.

=욱노 공연에서 퍼포먼스까지 해가며 칠 정도의 실력은 절대 아니고, 그냥 코드만 짚은 거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에 음대에 가려고 준비를 하긴 했는데, 그 얘기는 넘어가고 싶다.

조훈은 작사 작곡에도 참여했다.

=조훈 차차 형이 내가 운용할 수 있는 폭을 좀 넓게 줬다. 가사를 써 보라고 한 것도 있고, 멜로디가 안 붙으면 바꿔보라고도 헸다.

멋진 해외의 장르 음악도 한국어 가사로 바꾸면 '뽕끼' 같은 게 생기는데 그런 게 없더라.

=조훈 그런가?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 차승우가 쓴 가사를 봤을 때는 그 의미가 뭔지를 몰랐다. 해외에 오래 있었으니 '괴리', '의식' 이런 단어는 내겐 어려운 말이었다. 뜻도 모르고 불렀다.

=차차 어쩌면 '해외파'라는 게 영향을 줬을 수도 있겠다.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국 노래가 자연스러워지는 느낌? 의미를 알면 어쩔 수 없이 각 음들을 강조 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그 '뽕끼'라는 게 생기는 것 같다. 솔직히 조훈이 모던한 스타일의 보컬은 아니다. 마초스러운 목소리라 자칫 잘못하면 한국형 록 발라드가 되어버린다. 항상 그걸 조심했다.

긍지의 날들

최욱노(드럼).

예전 '문 샤이너스' 시절 기사를 찾아보니까 '심의 때문에 모텔을 호텔로 바꾸지 않겠다' 뭐 이런 게 있더라.

=차차 당시 여성가족부 심의를 통과하려면 모텔을 호텔로 바꿔야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모텔'이랑 '호텔'은 어감의 차이가 크지 않나.

막상 지금 보면, 그 '모텔'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노래는 19금이 아니더라.

=차차 그러니까. 그게 좀 웃기다. 이후에 심의 기준이 조금 바뀐 것 같더라.

이번 앨범의 가사들은 문 샤이너스 시절에 비하면 얌전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뭔가 생각해보면 개인 적인 이야기를 털어놓는 가사가 아니라 그런 것 같다. 장르 면에서도 '이건 컨트리, 이건 블루스'라고 꼭 집어 말하기도 힘들다.

=차차 이번 앨범의 가사는 딱히 에둘러 말하지 않고 뭐 거의 의식의 흐름에 일정 부분 기대서(웃음) 썼다. 원래 가사라는 게 그렇다. 노래의 장르를 따라간다. 컨트리를 쓰면 스토리를 얘기하게 되고 로큰롤을 쓰면 뭔가를 외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앨범은 딱히 하나의 장르로 규정될만한 노래가 없다. 가사도 그냥 그 사운드에 맞게 따라갔다. 심의 쪽으로도 단어가 위험한 건 없다.

"긍지로 가득 찬 날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사실 '세상아 X 먹어라'는 뜻이다."

이번 앨범에서 터닝포인트가 된 노래가 있다면?

=조훈 대부분 다 얼개가 갖춰진 상황이긴 했지만 'Glorious Day'가 멤버들이랑 처음으로 작업한 곡이라 뜻 깊다.

개인적으로 'Glorious Day'가 데이브 그롤(푸 파이터스)을 생각나게 해서 제일 맘에 들더라.

=차차 그게 김수영 시인의 '긍지의 날'이랑 맞닿아 있는 노랜데, (그 시에서의 의미도) '긍지로 가득 찬 날'이 아니라 사실 '세상아 X 먹어라'는 뜻이다. 이 노래도 비슷하다.

=욱노 'Watchman' 더 모노톤즈가 최초로 모였을 당시 술 먹으러 가기 전에 손에 익은 기타로 만든 곡이라 우습기도 하고 자연스럽다.

=선형 'Brown eyed girl' 가사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연주가 재미있는 곡이다. 출렁거리는 곡의 전개가 좋으며(서프락은 출렁이는 맛이 있어야 한다), 아웃트로에서 짐 모리슨이 외치는 소리를 들을수 있다. 훈조 형은 미쳤다.

시스템과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

하선형(객원 베이스, 'DTSQ'에서 활동).

예전 인터뷰에서 '돈과 명예를 얻고 싶다'고 했더라. 방법을 찾았나?

=차차 못 찾았다. 예전에 얻어놓은 명성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고.

홍대 최초의 아이돌로 데뷔한 지 벌써 20년이다. 아직 못 찾았다는 게 이상하다. 차승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나?

=차차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20년을 열심히 했는데 안 되면 그게 뭔가 이상한 거 아닌가, 라는 생각. 솔직히 말하면 음악 활동만으로는 생활하기 힘들다. 요새는 그래서 나도 어느 정도의 명성을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밴드들이 돌파구를 찾는 게 TV다. 어떻게 생각하나?

=차차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기야 하겠지만, 멤버들 나름대로 쌓아온 정체성 그리고 나는 20년이나 쌓아온 정체성을 망쳐가면서까지 뭔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무한도전에 나가서 박명수 씨랑 말장난하는 건 싫다는 얘긴가?

=차차 무한도전 정도면 정말 배려가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재밌게 놀다 오는 것 아닌가. 그 정도 해서 명성을 얻을 수 있다면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 5공화국 때 집에서 라면이랑 짜장면만 먹어가면서 헤비메탈 하던 시절에 그리던 프레임인데 달라진 게 없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조명을 받게 해주고 싶다면 그것부터 좀 버려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어차피 도움도 안 될 거면 아예 손을 대지를 말든가."

섭외가 많이 들어오지 않나?

=차차 개인적으로 나는 예능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예전에 그런 걸 예상한 순간이 있다. 유희열 씨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작가가 언질을 해줬다. '고정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 잘 하셔야겠다'. 그런데 못했다. 그쪽으로는 재능이 없다.

탑밴드 같은 경연 프로그램은 어떤가?

=조훈 모든 장르에 경연 프로그램이 있어서, 이미 포화상태다. 시청률이 증명해주지 않나?

=차차 솔직히 안 했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친구들도 많이 나가고 하는데, 별로 멋이 없다.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서 반응이 좋았던 밴드들도 그 명성을 이어간 예가 별로 없다. 잘 되면 소속사가 들러붙고 그러다 멤버들끼리 맘 상하고 잘 안 되더라. 그리고 경연이라는 것 자체가 다양성을 죽이는 시스템일 수밖에 없다. 서로 다른 음악 하는 밴드들을 데려다 놓고 '얘는 되겠어, 얘는 안 되겠어' 판가름하는 그 시스템 말이다.

그런 프로그램에 나오는 인디 밴드들을 자유로운 영혼을 위해서 부와 명예를 포기한 것처럼 그리는 것도 싫지 않나?

=차차 그 프레임이 정말 낡은 프레임이다. 5공화국 때 집에서 라면이랑 짜장면만 먹어가면서 헤비메탈 하던 시절에 그리던 프레임인데 달라진 게 없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조명을 받게 해주고 싶다면 그것부터 좀 버려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어차피 도움도 안 될 거면 아예 손을 대지를 말든가.

아직도 '음악 한다' 그러면 먹고는 사냐고 묻는 사람이 있나?

=차차 나랑 꽤 친한 한 밴드는 모 중앙 일간지에서 인터뷰하자 그래서 나갔더니 다짜고짜 '밥은 먹고 사느냐'고 물어봤고 하더라. 그래서 그 친구가 바로 테이블을 엎어버리고 나왔다. 그런 식의 프레임이 가장 뮤지션들을 힘들게 한다.

더 모노톤즈는 12월 19일 현대 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단독 공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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