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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운영사에 필요 없는 돈 빌려주고 고리 챙기는 맥쿼리

  • 박세회
  • 입력 2015.11.24 17:01
  • 수정 2015.11.24 17:07

민자사업으로 건설돼 세금이 지원되는 부산의 백양·수정산 터널이 자본잠식 상태임에도 대주주는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리는 기형적인 재무구조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구조는 대략 이렇다.

1. 대주주인 맥쿼리 인프라가 자회사 격인 운영사에 빌릴 필요가 없는 돈을 빌려준다.

2. 부채가 자산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 마구마구 빌려준다.

3. 맥쿼리 인프라는 이자를 챙긴다. (약 14~19%의 고리)

4. 수익이 나면 수익도 챙긴다.

5. 수익 중에는 세금으로 충당되는 최소운영수입보장금액(MRG)과 요금미인상 재정지원금이 포함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인본사회연구소가 24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2년 수정산터널의 자기자본비율은 10%로 부채(641억원)가 자산(712억원)과 거의 비슷한 자본잠식 상태였다.

백양·수정산터널 운영사의 지분을 100%씩 가진 대주주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이하 맥쿼리인프라)다.

부채 대부분은 맥쿼리인프라가 운영사에 빌려준 돈이라는 것이 인본사회연구소의 설명이다.

맥쿼리인프라가 2003∼2014년 12년간 수정산터널 운영사에 돈을 빌려주고 회수한 이자수익은 1천65억원이었고 배당금 159억원을 합하면 1천224억원에 달했다.

이는 2002년 맥쿼리인프라가 수정산터널 관리운영권을 사들인 837억원을 훨씬 넘어서며 터널 건설비용(1천281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수정산 터널의 경우 같은 기간 통행료 수입(1천135억원) 외에 시민 세금으로 지원된 최소운영수입보장금액(MRG)과 요금미인상 재정지원금(총 953억원)으로 모두 2천8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맥쿼리인프라는 이 가운데 58.6%를 이자 수익 등으로 가져간 것이다.

맥쿼리인프라는 백양터널 운영사로부터도 돈을 빌려주고 매년 수익 중 상당 부분을 고리의 이자로 받아가고 있었다.

부산 수정산터널.

2012년 백양터널의 자기자본비율은 -285%로 부채(1천764억원)가 자산(458억원)을 역전한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다.

주식회사인 수정산터널 운영사는 감사·재무보고서가 공개되지만 유한회사인 백양터널 운영사는 공시 의무가 없어 재무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인본사회연구소는 통행료 수익에다 지자체로부터 재정 보전까지 받는 두 터널의 자본구조가 악화된 주된 요인은 운영사에 돈을 빌려준 맥쿼리가 지나치게 과다한 이자를 챙기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양터널과 수정산터널의 차입금 대비 이자율은 각각 19.3%, 14.1%로서 시중금리의 4∼5배에 달했다.

최영춘 인본사회연구소 사무처장은 "2002∼2011년 부산시가 두 터널 운영사에 지원한 재정은 882억원이었는데 결국 시민의 세금이 고스란히 맥쿼리인프라로 빠져나간 셈"이라며 "이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나타나 터널운영사가 법인세도 거의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맥쿼리인프라는 공공재인 터널 운영에 대주주로 개입해 최대한의 수익을 뽑을 목적으로 자본구조를 고의로 바꾸는 전형적인 투기 자본의 형태를 띠고 있다"며 "부산시가 MRG변경과 실질수익률 조정, 운영사 자본구조 환원 등의 법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지난해 수정산·백양터널 운영사가 자본구조를 원상회복하라는 부산시의 감독명령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항소한 상태다.

호주 자본인 맥쿼리가 설립한 한국법인인 맥쿼리인프라는 우면산터널, 부산신항,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등 전국 곳곳의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인프라 공룡'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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