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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폭탄' 오인받은 소년, 학교에 초거액 손배 소송

  • 박세회
  • 입력 2015.11.24 09:18
  • 수정 2015.11.24 09:21

지난 9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미국의 '시계 폭탄' 오인 사건이 거액의 소송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아흐메드 모하메드.

조립한 시계를 폭탄으로 오해한 학교와 교사 탓에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고 정학 처분을 받은 수단 이민자 출신 미국 무슬림 고교생 아흐메드 모하메드(14)의 변호인들은 모하메드의 인권을 침해한 책임을 물어 미국 텍사스 주 어빙 시와 어빙 교육청에 1천500만 달러(약 174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서한을 23일(현지시간) 보냈다.

변호인단은 어빙 시에 1천만 달러, 어빙 교육청에 500만 달러를 각각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관련기사 : 미국 무슬림 고교생, 직접 만든 시계를 학교에서 폭탄으로 오해받다(사진, 동영상)

또 베스 밴 듀인 어빙 시장, 래리 보이드 어빙시 경찰서장, 어빙 교육청장에게 사과문을 작성하라고도 했다.

변호인단은 서한 발송 60일 이내에 요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민사소송에 착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당시 사건에 따른 시련으로 모하메드와 그의 가족이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모하메드가 인종과 출신, 종교적인 이유로 폭탄 제조 용의자로 지목됐다고 덧붙였다.

모하메드는 새로 진학한 고교에서 교사에게 잘 보이고자 장기인 조립 능력을 발휘해 집에서 만든 시계를 학교에 가져갔다.

그러나 이를 본 선생님이 폭탄으로 오인해 경찰에 신고한 바람에 사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경찰은 폭탄이라는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모하메드를 테러 용의자로 취급해 유치장에 가두고 시계를 조립한 이유를 집요하게 캐물었다.

어빙 지역 경찰이 보관 중인 모하메드의 시계

학교는 그에게 자백하지 않으면 혼내겠다면서 사흘간 정학 처분을 내렸다.

미국 사회에 만연한 비논리적인 '이슬람 공포증'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선거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당국의 행태를 개탄하고 모하메드를 격려하는 메시지를 공개로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등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모하메드의 응원 대열에 가세하면서 어빙시와 학교, 경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모하메드에게 아무런 혐의가 없는 것으로 사건은 종결됐지만, 누구도 그에게 제대로 사과하지 않아 논란은 더 커졌다.

모하메드의 변호인단은 "모하메드가 누구를 위협하지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았고 그럴 의도도 지니지 않았다"면서 "오직 상처를 입은 건 모하메드 자신"이라고 편지에 썼다.

그러면서 "모하메드가 입은 피해는 교사나 경찰의 실수나 무능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모하메드의 인권 보호 의무를 저버린 것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과학 영재로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도 만나는 등 유명 인사가 된 모하메드는 대학까지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던 한 재단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달 중동의 카타르로 터전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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